#018 수용(Acceptance)에서 시작되는 변화

저항하지 말고 받아들이면 보이는 것들

"크라운"과 "신경치료"라는 말을 들으면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나요?


저는 벌써 어금니 아래쪽이 욱신거리기 시작합니다. 얄궂게 기분 나쁜 진동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생하게 떠오르거든요. 치아를 살리기 위한 치료과정이 너무 두려워 치과 일정을 미루다가 상황이 더욱 나빠지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불편한 상황을 거부하고 저항하다가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불편한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일어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잠깐 멈춤] 통증으로 힘들었던 때를 한 번 떠올려 볼까요?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그리고 어떻게 반응하셨나요?


수용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수용(Acceptance)은 상황이나 사람 또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챙김의 태도를 말합니다. 얼핏 보면 상당히 수동적인 포기와 체념이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아주 적극적인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를 거부하지 않고 환영하듯이 받아들이는 용기 있는 태도를 말하니까요.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현재 상황을 더욱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어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왜 수용해야 할까요?

우리는 종종 이미 일어난 이레도 저항을 합니다. 그러나, 과거는 바꿀 수 없습니다. 치과 의자에 누워서 '만약 양치질을 잘했더라면...'하고 자책해도, 현재의 통증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항은 마찰을 일으키며 감정 에너지만 소모하게 될 뿐, 정작 필요한 행동은 미루게 만듭니다. 그럴수록 수용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만족스럽든 불만족스럽든,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많은 대안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수용은 긍정적인 변화의 바로 첫걸음입니다.


치과 의자에 누워 있는 불안한 처지를 연민의 마음으로 보듬어 줄 수도 있고,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받거나, 어쩌면 제대로 치료할 기회가 왔다며 감사하고 환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습니다.


자신에게만 엄격한 잣대

타인에게는 너그럽게 대하면서도, 유독 자기 자신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현재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장애물입니다.


'나는 ~ 해야 해/하지 않아야 해' 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항상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만 계속하는 것과 같습니다. 분명 얼마 못 가서 지쳐 쓰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원인 파악에 대한 사명감

문제에 대해 반드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한몫을 합니다. 예를 들어, 통증이 일어나는 위치와 그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불안과 두려움이 커집니다. 결국 통증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기도 합니다.


정확한 해답을 구하려는 시도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37조 개가 넘는 세포로 구성된 우리 몸은 통증의 분명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고, 특히, 만성적인 질병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합니다. 사회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 또한 미묘하고 복잡한 이유들이 서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만의 불편함

불편함은 늘 '내 안에서' 시작됩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보다, 나만의 믿음, 기억, 기대가 더 큰 영향을 줍니다. 우리는 이를 종종 '진실'이라 여기지만, 사실은 '나만의 해석'에 불과합니다. 이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더 자유롭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용은 바로 우리의 의지이자 선택입니다. 두렵고 불편하고 불확실한 상황조차도 우리는 언제나 수용할 수 있습니다.


수용의 태도에 도움 되는 팁들

- 수용은 포기가 아니다. 새로운 대안을 찾는 적극적인 행위이자, 변화의 출발점이다.
- 식사, 샤워, 운동 등 일상생활에서 불쾌한 순간을 수용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본다.
- 불편함은 '내 안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기억하자. 상대방과 무관할 수도 있다.
- 감정에 휘둘릴 때는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인다.
- 자신의 선택을 신뢰하되, 실패의 가능성도 인정한다.
- 우리는 언제나 무조건적인 수용의 대상이다.


마음챙김 수련에 있어서 수용

만약 만성적인 통증이 있는 상황에서 정좌 명상 또는 바디 스캔 수련을 하는 경우를 보겠습니다. 허리나 어깨에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이런, 또 시작이구나. 정말 싫어. 얼른 사라지면 좋겠는데' 하며 통증에 대해 저항하고 부정할수록 고통은 심해집니다. 고통이 심해질수록 시간은 더욱 더디게 흘러갑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하지만 통증에 대한 감정적인 판단이나 반응을 내려놓고 수용하고 나면 통증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구나'하며 통증이 있음을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통증의 강도와 크기, 특징은 어떻게 변하는지, 통증에 대해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이는 더욱 깊은 마음챙김 수련으로 이어집니다.


고통을 줄여주는 수용

수용은 만성적인 통증을 없애주는 마법이 아니라, 통증으로 인한 불필요한 마음의 고통을 줄이는 것입니다. 제대로 볼 수 있게 되면, 더욱더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수용은 통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적극적인 삶의 방식이 됩니다.


일상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수용의 태도

수용의 태도는 일상생활에서 제대로 진가를 발휘합니다. 친구와 함께 영화 보기로 한 약속이 갑자기 깨질 때도, 무작정 친구를 원망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잠시 멈추고 현재 느끼는 아쉬움과 원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면, '어쩔 수 없지, 대신 혼자서 영화를 즐겨볼까? 아니면, 운동하러 갈까?' 하며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됩니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심리적인 부담을 심해질 때도, 잠시 멈추고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살펴보면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손에 땀이 나고 등도 잔뜩 움츠려 있네' 하며 자책하며 불안에 휩싸인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때, 불안해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따뜻하게 보듬고 나면, 부담감이 조금 줄어들면서, 발표 전에 잠시 산책을 하면서 긴장을 풀어야겠다며 스스로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절대적인 수용과 사랑의 대상입니다.


수용은 변화의 첫걸음

힘들어하는 나를 가장 먼저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 이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새로운 가능성과 나를 위한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 중 한 번이라도 불편한 순간이 찾아온다면,

잠시 멈추고 “이것도 내 삶의 일부구나”라고 말해보세요.

그 작은 수용 하나가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줄 거예요.


[짧은 수련, 일상에서 수용의 태도 기르기 2분]

1. (멈추기 Stop) 불편한 상황을 알아차렸을 때, 마음의 충동과 몸의 반응을 일단 멈춘다.

2. (호흡 고르기 Take a breath) 몇 차례 숨을 관찰하며 고르고, 수용의 태도를 취하겠다는 의도를 갖는다.

3. (관찰하기 Observe) 불편함이 몸의 어디에서 느껴지는지 알아본다.
- 목 뒤쪽이 굳어지는지, 호흡이 가빠지면서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는지, 눈과 얼굴에 힘이 들어가는지,
- 마음에서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지 알아본다. (분노, 두려움, 슬픔, 등)

4. (수용 선택 Accept and Select)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 나 자신과 상대편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고,
-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합니다.

5. (계속하기 Proceed) 선택한 방법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주의사항)
1. 수용적인 태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수행한다.
2. 완벽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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