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을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마음챙김의 지혜: 인내 (Patience)
“사는 게 원래 참는 거야.”
“성공하려면 참아야지.”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편이 답답해집니다.
도대체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참아야 한다는 걸까요?
오늘도 우리는 참습니다. 짜증 나는 상사를, 늦은 지하철을, 아픈 몸을,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하지만 그저 이를 악물고 견디기만 하면 정말 달라지는 걸까요?
마음챙김 태도로서의 ‘인내(patience)’는 우리가 아는 ‘참기’와 전혀 다릅니다. 괴로움과 싸우는 대신, 그것을 이해하고 함께하며 성장하는 지혜입니다.
[잠깐 멈춤] 서너 차례 천천히 숨을 고른 후, 지금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봅시다.
오늘 무엇을 참았는지, 무엇을 참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우리가 아는 ‘참기’의 한계
마음챙김의 태도로서 ’ 인내(Patience)’는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참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 기존의 참기: 통증이나 고통을 이겨내려 참고, 힘주고, 견디는 고된 방식
- 마음챙김의 인내: 괴로움의 본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그것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 성장의 기회로 삼는 방식
허리 통증이 가르쳐준 인내의 진짜 의미
마흔을 넘기며 갑자기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바늘에 찔리고 칼에 베이는 정도로는 표현이 충분하지 않은 극심한 통증이었습니다. ‘보험 건강체’라며 자신하던 자부심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삶의 중심이 허리로 바뀌었습니다. 통증과 불안이 화장실, 침실, 운전, 양치질 등 일상의 모든 곳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병원을 바꿔가며 치료도 받고 운동도 꾸준히 했지만, 회복의 과정은 더디기만 했습니다. 욕심을 내어 무리해서 운동하면 오히려 통증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반복되는 시도와 실패 속에서 한가지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회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자세 유지하기 같은, 삶의 작은 습관들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자제품처럼 고장 난 부분만 고치면 되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은 반복된 생활 속에서도 나름의 속도를 가지고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발 모양도 바뀌었고, 예전처럼 격렬한 운동을 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통증은 더 이상 나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적당한 병은 오히려 몸을 더 잘 보살피도록 자극하여 장수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믿음도 생겼습니다.
‘인내의 태도’는 나의 욕심과 의견을 내려놓고, 상대방과 대상의 자연스러운 리듬과 특성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불편함과 괴로움을 없애려 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Patience is a form of wisdom. It demonstrates that we understand and accept the fact that sometimes things must unfold in their own time.”
인내는 지혜의 한 형태이며, 어떤 일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 Jon Kabat-Zinn
다리 저림과의 첫 만남
정좌명상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불편함이 바로 다리 저림입니다.
바닥에 앉아서 수련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의 감각이 사라지면서 저려오기 시작합니다. 얼른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웁니다.
다리에 힘을 잔뜩 주기도 하고 자세도 바꿔보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이 괴롭기만 합니다. 시간은 더욱 더디게 흘러 1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졸음과의 씨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졸음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피곤한 상태에서는 더욱 속수무책이 됩니다. 잠을 깨려고 눈을 뜨거나 다리와 팔에 힘을 줘봐도 고개는 자꾸만 앞으로 숙여집니다. 어쩔 수 없음에 화가 나고 이내 자괴감으로 이어지다 결국 스스로를 탓하게 됩니다.
마음챙김 요가에서 만나는 완벽주의의 함정
마음챙김 요가 동작을 취하면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집니다. 정확한 동작을 취해야 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 마음 한구석에서는 항상 완벽한 동작에 대한 욕심이 올라옵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리하다가 통증을 참아가며 동작을 취하게 됩니다. 자신의 몸 상태는 무시한 채 요가 자세와 경쟁하고 다른 수련생들과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안전 속에서 한계 탐험하기
이때 우리는 제일 먼저 자신의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안전함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도전하고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그 순간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알아야 합니다.
- 다리 저림의 안전한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 요가 자세는 어느 정도가 안전한 수준인지
이를 알아차리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안전과 성장을 고려한 현명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습니다.
마음챙김 입장에서는 한계에 머물러 보기를 권장합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됩니다. 내가 가진 두려움의 실체도 이해할 수 있고, 한계라고 하는 것이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결과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정하는 것이 인내의 시작이자, 안전한 성장의 시작입니다. 이것이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급하지 않은 일상에서 찾는 여유
위험이 가득한 정글이나 전쟁터에서는 빠른 판단 능력이 빛을 발합니다. 순간의 판단으로 생사가 갈리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시간은 잘 아는 노래가 무한 반복되는 것 같은 아주 평범한 일상입니다.
오히려, 여유로움 속에서 자신을 더 잘 보실필 궁리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번갈아 보며 10초 정도 더 고민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판단을 애써 서두를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반복’을 ‘작은 변화’로 바라보기
일상의 ‘반복’이라는 말을 ‘작은 변화’로 바꾸면 어떨까요?
“오늘도 또 반복되는군.”하는 대신에 “오늘은 어떤 작은 변화가 일어날까?”하는 관점의 전환을 말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의 교통 체증도 ‘반복’이라는 안경을 쓰면 거부, 무료함, 조바심, 닫혀 있음 같은 삶의 에너지를 고갈하는 것들만 선명해지지만, ‘작은 변화’라는 안경으로 갈아 끼고 나면 인정, 호기심, 여유, 열려있음 속에서 현재를 온전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괴로움을 기회와 가능성으로 보는 순간, 우리는 그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면서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내의 미덕입니다.
인내의 태도에 도움이 되는 마음가짐
- 지루함과 조급함에서 올라오느 충동 이해하자
- 불편함의 한계와 두려움의 실체를 알아차리자
- 지금의 불편함과 불확실성도 영원하지 않다
- 길게 보면 실패가 아니라 시도만 있다
- 모든 것은 저 나름의 리듬이 있다. 나도 그렇다
- 느림 속에서만 발견되는 새로움이 있다
한여름 울창한 나무들을 보면 처음부터 그렇게 서 있었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사실 그들도 한때는 여린 새싹이었고, 벌레들이 줄기를 위협했고, 거센 태풍과 뿌리까지 얼릴 듯한 추위도 지나갔습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려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 모든 위험들에 적응하며 조금씩 성장해 왔습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나무가 자라온 여정과 닮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흔한 말로, 나처럼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우리 각자의 삶의 과정 자체가 바로 인내의 증거입니다.
우리 안에는 이미 인내의 자질이 깃들어 있습니다. 다만, 가끔 잊고 살아갈 뿐이지요.이것을 다시 발견하는 것만으로 우리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무작정 참고 견디는 방식이 아닌, 지혜로운 인내의 태도로 말입니다.
[짧은 수련] 일상에서 인내의 태도 기르기 -2분
1. 멈추기 (Stop)
- 불편한 상황을 알아차렸을 때, 마음의 충동과 몸의 반응을 일단 멈춘다
2. 호흡 고르기 (Take a breath)
- 몇 차례 숨을 관찰하며 고르고, 인내의 태도를 취하겠다는 의도를 갖는다
3. 관찰하기 (Observe)
- 불편함이 몸의 어디에서 느껴지는지 알아본다
- 불편함의 특성을 알아보고, 안전한 탐색이 가능한 한계를 알아본다
- 예시: 뒷목이 굳어지는 것을 느낀다면, 바로 스트레칭을 하지 말고 경험할 수 있는 불편함의 한계를 알아본다.
4. 인내의 태도 선택 (Accept and Select)
- 불편한 감각과 마음을 인정하고, 함께 머물러 본다
- 성장의 기회로서의 불편함에 호기심을 가진다
- 불편함에 대한 탐험이 끝난 후, 이 순간에 가장 적절한 결정을 내린다.
5. 계속하기 (Proceed)
- 선택한 방법을 행동으로 옮긴다
주의사항
- 불편함을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인내가 아니다
- 완벽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