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말아요

바람이 되어 다시 만나는 친구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나의 무덤 앞에 서서 눈물 흘리지 말아요

By Mary Elizabeth Frye


나의 무덤 앞에 서서 눈물 흘리지 말아요;

나는 거기에 있지 않아요. 잠들지도 않았어요.

나는 불어오는 천 개의 바람이에요.

나는 눈 위에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예요.

나는 익은 곡식 위의 햇살이에요.

나는 잔잔한 가을 비예요.

고요한 아침에 당신이 눈을 떴을 때,

나는 원을 그리며 나는 조용한 새들의 경쾌한 날갯짓이에요.

나는 밤에 빛나는 부드러운 별이에요.

나의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말아요;

나는 거기에 있지 않아요. 죽지도 않았어요.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s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ripened grain.

I am the gentle autumn rain.

When you awaken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ed flight.

I am the soft stars that shine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갑작스럽게 친구가 떠나버렸다.


이르지 않는 죽음이 어디 있을까. 늘 활기차고 서글서글한 친구였기에, '오느라 수고했다'는 듯이 미소 짓는 얼굴이라 더욱 황망했다. 슬픔만큼의 야속함이 따라왔다.


같은 도시에서 자라며 고3 수험생이 되어 독서실에서 다시 만난 여섯 친구. 그때만 해도 우리들의 삶은 영원히 함께 일 줄만 알았다. 하지만 졸업 후의 삶의 궤적은 조금씩 각도를 키워가며 멀어지고 있었다. 내가 도시를 바꾸며 부산 방향으로 살아오는 동안에 이 친구는 서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신념이 되었을까. '아마도 잘 살고 있을 거야, 나처럼 바쁘게 살고 있을 테지' 하며 궁금함을 누르며, 나 자신의 상황을 위안했다. 어쩌다 우연히 전해 들은 친구의 소식은 한 여름 뙤약볕 속 단비 같았다. '그래, 아이들이 좀 더 크고 나면 자연스럽게 만나지겠지. 그때까지는 각자 열심히 살아야지' 했다. '그때'가 언제 인지도 모르는 망부석 같은 기다림 속에서, 바쁘게 나이만 먹으며 20년이 훌쩍 흘렀다.


오십에 들어선 우연한 해에, 드디어 번개 같은 만남이 성사되었다. 친구 몇이 모인 김에 그때 독서실 친구들이 그리워졌던 것이다. 너무 오랜만이라 전화번호가 맞는지부터 우선 확인해야 했다. 서로 눈을 반짝이며 아주 조심스럽게 단체 전화를 걸었다. 비록 몸은 멀어도 마음만이라도 함께할 수 있는 바로 '그때'가 온 것이다.


어디고? 무슨 일 해? 요즘 어때? 애들은? 건강은?... 제 꼬리를 무는 강아지처럼 돌고 도는 질문은 한결같았다. '지금 모습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봐'하는 강요에 쑥스러운 얼굴들이 올라왔다. 우리는 단지 이 한 가지가 서로 궁금했고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잘 지내지?"


여전한 목소리, 한결같은 말투와 미소. 세월이 묻은 우리들의 눈가는 자글자글하게 잔물결이 흐르고 이마는 몇 개의 계곡이 깊게 파이고 있었다. 이토록 벅찬 순간이 과연 언제였을까.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다 보니 나의 궁금함을 다른 친구가 대신 풀어주었다. 모두 같은 마음일 테니 이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조만간 다 같이 보자는 약속을 허공으로 올리며 10여분의 통화가 마무리되었다. 거짓말 같은, 여우비 같은 대화, 그것이 그 친구와 함께 한 마지막 순간이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친구의 흔적은 아름드리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싫은 소리 한마디 않는 순수한 정신의 소유자로 떠올려졌고, 한여름 고된 땀방울 속에서도 환한 웃음으로 기억되었다.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던 큰 덩치의 이 친구는 참으로 든든했다. 푸근한 인상과 능글맞은 미소에 녹아내리지 않은 마음이 어디 있었을까. 직장 동료들도 가족들도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마음의 기둥이었을 것이다. 한여름 시원한 나무 그늘 같던 친구. 분명 그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나름의 힘겨움은 있었으리라.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안한답시고 술잔 위에 함부로 얹는 말들이 있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피곤한 세상에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게 인생이야.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라며, 한번 만난 적도 없는 어느 누군가가 내린 결론을 대신 전한다. 당신이 나를 어떻게 아느냐며 따져 물어보고만 싶다. 결코, 한 번도, 진정으로 원했던 삶의 모습이 아닐진대도. 우리가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그것이 아닐 텐데도 말이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다 간 그 친구에게 전할 말들은 더더욱 아니다.


친구를 떠나보내려 다녀오는 내내 나는 궁금했다.

그렇게도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나 그리워하는데, 물어보고 싶고 해주고 싶은 말이 이렇게도 많은데, 우리는 왜 참고만 살아왔을까.


이제는 나 혼자서 만날 수밖에 없다. 술 한잔에도 벌겋게 달아오르던 얼굴을 혼자 떠올리고, 우리보다 몇 배나 더 큰 나무 꼭대기가 흔들릴 때 문득 이야기하겠지. 어쩌면, 느닷없는 소나기나 타오르는 햇빛 아래에서도 친구를 살짝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친구는 서서히 내 주변으로 스며들고, 조금씩 옅어지겠지.

어쩌면 이것이 참고만 살아온 시간의 야속한 대가이겠지.

당신도 혹시, 미뤄둔 안부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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