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마음챙김 태도: 내려놓기(Letting go)

원숭이도 놓는데, 나는 왜 못 놓을까?

" Getting fired from Apple was the best thing that could have ever happened to me."
애플에서 해고된 것은 내게 일어난 최고의 일이었습니다.


애플에서 해고된 스티브 잡스는 스스로를 패배자라 부르며 한동안 우울감과 무력감 속에서 힘들었다고 합니다. 애플을 자신과 동일시했던 스티브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과도 같았습니다. 결국 과거의 성공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나서야 그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재도약이 시작됩니다.


불편하고 힘겨운 순간일수록 내면에서는 치열한 대화가 일어납니다. 일이 지지부진할 때면 '내가 무능하게 보이면 어쩌지?' 하며 걱정되기도 하고, 식당에서 떼쓰는 아이에게 '내 아이가 비뚤어지게 크는 건 안돼' 하며 크게 야단치기도 합니다.


알고 보면 회사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정상화되기도 하고, 식당에서 아이는 단지 졸렸을 수도 있는데도, 내면에서 반복되는 대화 때문에 우리는 더욱 힘겨워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지금 무언가에 매달려 힘들어하고 있지 않은가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마음챙김을 통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 내면의 대화를 내려놓는 방법을 알아볼까 합니다.


잠깐 멈춤:

최근 1주일 동안 "이렇게 되어야 해!"라고 강하게 집착한 적이 있지 않나요?
집착 때문에 상황이 나아졌나요, 아니면 복잡해졌나요?


마음챙김의 태도 중 '내려놓기(Letting go)'는 다른 태도들과 함께 할 때 시너지가 커집니다. 삶의 불편하고 괴로운 순간일수록 더욱 유용하게 작용하며 우리를 더욱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시켜 줍니다.


1. 내려놓기(letting go)의 태도

어떤 것을 원할 때 우리는 그것을 붙잡고 매달리곤 합니다. 불쾌한 일은 얼른 벗어나거나 없애려고 애쓰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심지어 하나의 생각일지라도 말입니다. 내려놓기는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들을 어떻게든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으로 집착이나 움켜쥐는 것의 반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원숭이를 잡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코코넛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안에 바나나를 넣은 뒤 나무에 단단히 묶어둡니다. 나무에서 내려온 원숭이가 작은 구멍으로 손을 넣어 바나나를 잡습니다. 구멍이 너무 작아서 손을 빼려면 바나나를 놓아야만 합니다. 원숭이는 바나나를 놓지 못하고 결국 잡히고 맙니다.


특정 방식으로 되거나 되지 않아야 한다며 단단히 굳어진 생각이 집착입니다. 원하는 데로 바뀌지 않는 상황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지저분한 아이의 방에 불만이 쌓이다 보면 아이의 사소한 실수에도 잔소리하고 야단치기 쉽습니다. 결국, 서로가 힘든 감정싸움으로 발전합니다. 아이의 잠재력을 신뢰하지 못한 채, 부모의 욕심과 기대에 사로잡혀 아이와의 관계를 망치게 되는 겁니다.


이렇듯, 집착이 고통을 만든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자유로 가는 문이 열립니다. 무언가에 매달리거나 사로잡혀 힘들어하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그냥 그대로 두어도 된다, 놓아도 된다”라고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상기시켜야 합니다.


2.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저는 모든 것을 고칠 수 있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비록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세탁기와 선풍기를 고치면서 스스로 해냈다며 자신감도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믿음도 깨진 욕실 타일 앞에서는 어림없었습니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수리한 채 반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맡겼더라면 어땠을까요.


힘든 상황일수록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우리가 가진 생각과 믿음입니다. 그것들이 지금의 상황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가능성을 구속하고 제한하는지, 집착하고 있는지.


'관리자들은 항상 직원들의 약점을 찾아내려고 해'처럼 타인에 대한 생각이나 믿음은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나는 남들 앞에서 말을 잘 못 해, 나는 아직 부족해'처럼 자기 자신에게 대한 것은 뿌리가 깊고 더 더 넓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자신을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면 모든 행동이나 대화가 위축되고 수동적으로 바뀝니다.

'자랑스러운 아이로 키워야 해'처럼 기대가 가득 담긴 생각들도 있습니다. 완벽주의와 만나게라도 되면, 아이의 모든 행동에 잔소리가 이어집니다. 아이와의 관계와 아이의 성격에 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내려놓아야 할 대상은 바로 우리의 성장과 웰빙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과 믿음, 그리고 이에 대해 집착하는 태도입니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울 때는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욱 현명합니다.

"나는 지금 이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기를 바라는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둘은 서로 부합하는가?"


3. 포기와는 어떻게 다를까?

내려놓기와 포기는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헤어진 연인을 미련 없이 보내거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내려놓기입니다. 집착하는 마음을 의식적으로 내려놓는 행위입니다.


반면, 포기는 시험공부가 힘겨워 관두거나 아직 관계가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념하고 단념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려놓기가 평온함, 자유로움과 내적인 성장과 성숙으로 향하는 반면, 반복되는 포기하기는 무력감, 상실감, 후회와 단절로 향합니다.


비슷해 보이는 이 둘은 사실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마음챙김 수련을 통해 포기가 아닌 내려놓기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 하마터면 불편했을 순간 *

이전 직장에서 업무 성과 평가 대화를 할 때였습니다. 아무리 큰 성과를 만들었더라도 이런 종류의 대화는 항상 극도의 불편함과 긴장감을 불러옵니다. 상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위협으로 느껴지고 직원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달 전부터 나름의 준비를 시작합니다. 진행했던 업무들의 결과 수치와 나의 공헌도를 빠짐없이 나열해 나갑니다. 목표는 분명합니다. '나의 활동이 회사에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유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인정받는 것입니다.


상사와의 대화가 일어나기 바로 전날에 미묘한 마음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20년이 넘도록 이런 대화를 해 오고 있지만, 불편감과 긴장에는 변함이 없었거든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설명한 들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이제는 다르게 해도 되지 않을까. 상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야지. 나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나에게 도움 되는 피드백을 듣는 기회로 만들어야지.


대화는 편안했습니다. 굳이 나를 증명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거든요. 오히려 서로에게 도움 되는 이야기들로 채워졌습니다. 최종 평가는 물론 그대로였지만, 하마터면 불편했을 시간이 나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했습니다.




3. 불편한 상황에서 내려놓기는 어떻게?


1. 멈추고 알아차리기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현재 하려고 하던 것을 멈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생각' 또는 '집착'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이것으로 인해 몸에서는 어떤 느낌이 올라오고, 어떤 감정과 생각들에 휩싸이는지 알아보면 좋습니다. 사실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뿌리 깊은 신념, 순간적인 충동과 자동적인 반응의 힘은 너무나 커서, 잠시라도 멈추고 살펴볼 틈을 주지 않고, 틈만 나면 자기 쪽으로 끌고 가려 합니다. 멈추고 살펴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몸의 감각, 생각, 감정을 알아차리는 수련이 크게 도움 됩니다.


2. 신뢰하고 내려놓기

'나를 애써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돼. 현재 이대로 놓아두어도 돼'라고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우리는 이미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이고 지금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영원할 것 같은 현재의 갈등 상황도 결국 변합니다. 자기 자신과 상황에 대해 신뢰하면 지금의 생각과 행동을 안심하고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3. 다가서서 탐색하기

그러고 나면 마음이 넓어지고 판단의 습관도 약해집니다. 투쟁 혹은 방어적인 경향도 옅어지면서, 불편함의 중심으로 다가가서 살펴볼 여유가 생깁니다. 상사도 나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상황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면, 초심자의 마음으로 새로운 대안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4. 스스로 선택하고 다시 내려놓기

대안을 선택할 때는 더 넓은 관계 속에서의 자신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딴섬에 혼자 남겨진 존재가 아니라, 상대방과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자신을 인식하면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실행 중에 언제든 조바심이 올라오면 다시 내려놓기를 통해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듯 마음챙김의 다른 태도들은 서로 함께 작용할 때 시너지가 커집니다.


4. 집착을 내려놓기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집에 손님이 와서 아이가 반갑게 인사해 주기를 바랐지만 아이는 제 방에서 꼼짝 않고 있습니다. 자신이 무례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손님의 기분을 살피며 위축됩니다. 잠시 후, 아이가 나와서 인사를 하고 나면, 그제야 다시 마음이 놓이며, 자신도 떳떳해집니다.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인사'라는 행동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아주 작은 일상의 순간에도 관계적인 안전과 자신의 정체성을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 확인됩니다. 성장 환경과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우리의 사고방식과 믿음, 반응 방식이 몸과 마음에 뿌리를 내려 굳어집니다.


저는 책에 욕심이 많습니다. 책을 손에 들면 이미 책의 저자와 같은 지혜로운 사람이 된듯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책을 구경하기 힘든 산골에서 자란 터라, 마음 같아서는 온 집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싶을 정도입니다. 책장에 꽂힌 책을 읽기 전에 책을 다시 사곤 합니다. 전자책을 다운로드하느라 새벽까지 깨어있기도 하고, 도서관을 걸어 나오는 걸음에는 미련이 가득합니다. 음식도 계속해서 먹기만 하면 배탈이 나듯이 책도 읽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잘 압니다. 실행으로 옮기지 않고 가만히 멈춰 있는 이 순간 뒤에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을 대면하기에 아직 두려워 책을 다시 폅니다.


이처럼 우리 각자에게도 저마다의 '바나나'가 있습니다. 그것을 내려놓는 순간 정체성과 안정감이 사라질까 봐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내려놓기가 힘들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기존의 잘못된 개념을 버리고 올바른 개념을 배우는데, 단순 암기보다 2~3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연구도 있으니, 스스로를 탓할 일은 절대 아닙니다.


5. 마음챙김 수련 중에서 내려놓기

호흡 명상을 통해 자연스러운 내려놓기를 수련할 수 있습니다. 만약 들이마신 숨을 붙잡고 가만히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1분도 채 안되어 고통스러워질 겁니다. 들이마신 숨을 다시 내쉬는 것, 받아들인 것을 다시 내려놓는 것은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입니다. 내려놓아야 다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매번의 날숨이 곧 내려놓기의 연습입니다.


정좌 명상 중에 다리가 저리거나 졸린 상황을 자주 마주합니다. '오늘은 이 자세로 끝까지 깨어 있어야지'하는 마음이 강할수록 상황은 더욱 힘들어집니다. 다리와 팔에 온갖 힘을 쓰면서 참아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그러다 주의력이 약하다며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착하는 마음을 알아차렸다면 우리는 다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자세를 바꾸지 않겠다는 도전적인 태도를 인정하고, 불편함이야 말로 명상 수련의 가장 중요한 재료임을 기억해 내면, 다리 저림과 졸음도 있는 그대로 대할 수 있습니다. 적군이 갑자기 아군으로 바뀌며, 집착하는 마음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올바른 대안을 찾아냅니다. 잠시 눈을 붙여 휴식을 취한 후에 명상을 할 수도 있고, 수련 시간을 줄이거나 잠시 일어서서 호흡명상을 이어가는 것도 대안이 됩니다. 어쩌면, 걷기 명상이나 요가로 대체할 수도 있겠지요. 수련의 시간과 자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나 알아차림 속에서 깨어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집착'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지만, 명상의 깊이를 더해주는 소중한 비료이기도 합니다.


6. 일상의 불편한 순간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내려놓기

복잡한 출근길, 불편한 회의 시간, 주문한 음식이 기대한 맛과 다를 때와 같이 헤아릴 수 없는 일상의 불편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비록 금세 잊어버리는 작은 순간들일지라도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감정적 긴장은 삶의 기운을 서서히 방전시키고 우리의 웰빙을 해칩니다.


어쩌다 한 번 가는 힐링 여행에 큰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가장 크게 도움 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내려놓기'라는 방패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일상의 불편한 순간에 스스로를 보살피는 일입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우선멈춤'으로써 예상치 못한 위험을 방지하듯이, 불편한 상황에서는 우리는 제일 먼저 멈춰야 합니다. 무작정 피하거나 해결하려던 생각과 행동들을 잠시 멈춰야 합니다. 그리고, 불편함 속에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멈추고 알아차리기, 신뢰하고 내려놓기, 다가서서 탐색하기

불편함을 대하는 세 단계를 기억하면 '내려놓기'의 작은 방패가 손에 들려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내려놓기'가 가장 어려웠나요?

인간관계에서? 일에서? 자녀 교육에서?


댓글로 나누면서 함께 지혜를 모아 볼까요?


[짧은 수련, 불편한 상황에서 내려놓기 태도 키우기]

1. 일상의 작은 불편한 순간들에서 내려놓기를 시도해 보려고 마음먹는다.
- 예를 들면, 버스나 지하철을 놓쳤을 때, 참석하기 싫은 회사 회의, 어색한 동료와의 대화, 가기 싫은 모임, 등

2. 일단 멈추고 알아차리기
- 하고 있던 생각이나 행동을 일단 멈추고,
- 불편함은 몸의 어느 부위에서 느껴지나요? 어떤 감정과 생각이 올라오나요?

3. 신뢰하고 내려놓기
- '지금 이대로 두어도 돼, 나는 이대로도 충분해' 기억하기
- 집착하고 있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4. 다가가서 탐색하기
- 불편함에서 도망치려 하지 않고, 오히려 함께 머물러 보려는 용기 내기
- 어떤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나요?

5. 스스로 선택하기
- 더 넓은 관계 속에서 상황과 대안들 살펴보기
- 이 상황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어떤 의도가 있나요?

(참고 사항)
- 작은 불편함부터 서서히 연습합니다.
- 실수가 있어도 괜찮습니다. 이를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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