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마음챙김 태도: 너무 애쓰지 않기

손흥민이 득점왕이 된 진짜 이유

영국축구리그(EPL) 토트넘 홋스퍼팀의 전설적인 선수가 된 손흥민 선수의 2022-23년 리그 마지막 경기 이야기입니다.

전반전이 끝난 후 감독은 선수들에게 두 가지 분명한 목표를 제시합니다. 이번 경기의 우승과 손흥민의 득점왕. 모든 선수들은 어느 경기 보다 더 투지로 가득하고, 경기장은 응원 열기로 가득합니다.

동료 선수들이 골을 넣는 중에도 손흥민 선수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보는 이 모두가 안타까워 마음을 졸입니다. 그러다가 맞이한 천금 같은 두 번의 골키퍼와 1:1 상황조차도 무산되고 맙니다.


"오늘은 정말 안 되는 날이구나. 그냥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하자"


손흥민 선수는 득점왕을 위해 애쓰는 것을 멈추고 본연의 성실한 선수 모드로 돌아와 경기에 집중합니다. 마음을 내려놓은 지 채 2분이 되지 않아 손흥민 선수의 첫 번째 골이 터집니다. 그리고, 이어진 프리킥 상황에서 두 번째 골이 터지며, 리그 23골로 손흥민은 아시아 최초의 EPL 득점왕이 됩니다.

너무 긴장하고 애쓴 나머지 중요한 일을 망친 적이 있지 않나요?

명상을 해보셨다면, '집중해야지' 하며 애쓰다가 오히려 더 산만해진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마음챙김의 7가지 태도 중 하나인 '너무 애쓰지 않기(non-striving)'를 통해 지혜롭게 성장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잠깐 멈춤]
지나치게 긴장하고 애씀으로 인해 오히려 문제가 되었던 한 가지 순간을 떠올려 볼까요?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다르게 하고 싶으세요?


너무 애쓰지 않기(Non-striving)의 태도

마음챙김의 태도 중 '너무 애쓰지 않기(Non-striving)'는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바꾸려 애쓰지 않고 순간순간 펼쳐지는 삶의 과정을 알아차리고 함께하는 것을 말합니다. 심지어 특별한 이완이나 편안한 마음의 상태를 얻으려 애쓰지 않는 것도 포함합니다.


모소 대나무(Moso Bamboo)는 중국 남부에서 자라는 대나무로써 씨를 심은 뒤 4~5년 동안 거의 자라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아무 변화도 없고, 단지 몇 센티미터밖에 자라지 않아 '이게 제대로 자라는 게 맞나?' 하고 의심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모소 대나무는 수백 제곱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지하 뿌리 네트워크를 넓히고 영양분을 축적하며 든든한 기반을 만듭니다. 그러다가 5년이 지난 어느 해 봄이 되면 하루에 1미터 이상 자라며, 단 몇 주 만에 28m까지 하늘로 뻗어가는 경이로운 성장을 보여줍니다.


성장은 '애쓰는 것' 보다는 준비가 되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에 가깝습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도 실은 성장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즐겁지 않은 과정이라 하더라도 도피하거나 고치려 너무 애쓰지 않고 충분히 기다려 주며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너무 애쓰지 않는' 태도입니다.


이 순간에는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오히려 우리는 과정에 더욱 충실히 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엄청난 삶의 훈련이자 지혜로운 성장의 태도입니다.

그럼, 도전하지 말라는 말인가요?

많은 분들이 오해합니다.

"애쓰지 말라니,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건가요?"


아닙니다. '너무 애쓰지 않기'는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억지로 이루려는 집착'을 내려놓는 것을 말합니다. 좀 더 지혜롭고 적합한 노력을 기울이자는 말입니다.


처음 MBSR 8주 일반과정 수업을 진행할 때가 떠오릅니다. 첫 도전이라 걱정과 긴장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회사 직원들 대상으로 리더십 과정을 많이 진행해 본 터라 MBSR 수업 또한 제대로 해 내고 싶었습니다.


10분 단위로 수업 진행 계획을 짜고, 설명해야 할 것과 직접 시연하고 지도해야 할 것들을 대본으로 적어 가다 보니 어느덧 수업 시간 분량을 훨씬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욕심은 다시 욕심을 부르고 대본에 대한 집착으로 발전해 갔습니다.


첫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 이 수업은 결코 계획대로 흘러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예상을 벗어났고, 오히려 계획대로 해 나가는 것이 수업의 본질을 흐릴 수 있었습니다.

집착하던 대본을 내려놓는 순간 참석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긴장 대신 '함께 한다'는 감각이 살아나면서 수업의 매 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면 괴로워지지만, 충분한 준비와 함께 과정에 충실할 때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이루려고 할 때 우리는 애쓰며 힘들어합니다. 조금만 더 하면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애쓰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렇듯 단기간의 작은 일에 잘 먹히던 '애쓰기'는 오래 그리고 멀리 가야 하는 삶의 여정에서는 '소진(burnout)'으로 이어집니다. 게다가 완벽한 결과에 대한 집착으로 불필요한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좀 더 충실히 하며 지혜롭고 적절하게 애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번씩 멈춰서 현재 상태를 제대로 살펴보고, 불만족스러울 수 있는 과정마저도 받아들이고 온전히 함께 하려는 '너무 애쓰지 않는' 태도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마음을 내려놓은 손흥민이 2분 만에 골을 넣었듯이, 우리는 이미 충분합니다. 다만 그것을 믿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모소 대나무를 기억하십니까?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것.

네 잎 클로버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우리 발아래 세 잎 클로버는 이미 행복의 꽃말을 품고 있습니다.



도전적인 상황에서 너무 애쓰지 않기는 어떻게?

1. 의도적으로 멈추고 알아차리기

가장 중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멈추고 알아차리려는 의지입니다. 도전적인 상황에서도 불편함, 즐거움, 지겨움이 함께 존재하기에 이런 모든 순간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유용합니다.

불편한 순간들은 상대적으로 알아차리기 수월합니다. 근육의 긴장과 통증, 피로감 및 감정적인 불안, 조바심, 실망, 분노, 슬픔 등은 위험신호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기쁜 순간이나 중립적이고 지루한 순간에는 너무나 쉽게 무시되곤 합니다.

갓난아이를 돌볼 때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하려 애쓰듯이, 도전적인 일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좀 더 자주 살펴보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2. 허용하고 받아들이기

겉보기엔 그대로 인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보면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런 사실을 믿을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집착과 조바심, 너무 애쓰고 있는 모습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불편한 순간들조차도 '아직은 뿌리가 자라는 과정이구나' 하며 자연스럽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금은 이대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과에만 집착하던 마음을 진행 중인 과정으로 돌려올 수 있습니다.

3. 현재의 경험을 탐색하고 대안을 선택하기

이 순간의 선택이 다음 순간을 결정합니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온전히 머무르며 제대로 살펴봐야 합니다.

상황이 여전히 동일한지 바뀌고 있는지, 가지고 있던 믿음과 가치 및 태도가 아직 적합한지, 지금 이대로 계속하는 것이 현명한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지.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 모든 지혜가 동원되어야 하는 순간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연습하기

- 마이크로-휴식(Micro-break)': 하루 중 몇 초 또는 몇 분이라도 의도적으로 현재 하고 있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기. (예, 커피를 마실 때는 커피의 향, 온도, 맛을 온전히 느껴보기. 이 순간만큼은 '해야 할 일, 원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기)
- 주기적인 체크인(Check-in): 매 시간마다 또는 업무의 시작, 중간, 끝 지점에서 너무 애쓰지 있는지 알아보기 (예, '지금의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떠한가?' 하며 호기심으로 살펴보기 (30초~1분 정도))
- 상황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기: '얼른 해결해야지'하고 서두르는 대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창의적 대안 찾기. (예, 주어진 상황, 나와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요약해 본 후 결정하려고 한다.)
- 지혜롭게 '노력, 애쓰기': 불필요하게 애쓰며 혹사시키지 않도록 의도를 가지기 (예, 운동할 때는 강요하고 무리하는 대신 현재에 가능한 한계를 알아보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최선의 노력하기)
- 지금은 이대로 충분해: 진척이 느려 답답할 때는 현재 상태로 시선 돌려 오기 (예, 모수 대나무의 든든한 기반을 만드는 중인지 알아보고, 믿고 인내합시다.)
- 인정하고 포용하기: 너무 애쓰는 자신의 모습 또한 친절하게 포용하기 (예, 흐트러진 아이의 방 때문에 잔소리하며 걱정하는 자신에게 '아이가 잘 되기를 정말 바라고 있구나'하며 인정해 주기)


마음 챙김 수련 중에서 너무 애쓰지 않기

명상을 처음 시작하면 이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호흡에 집중해야지' 하다가 어느새 '숨을 천천히 쉬어야 해'라며 호흡을 통제하려 애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음대로 조절이 되지 않아 심지어 조바심과 불안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너무 애쓰는' 순간입니다.


마음챙김 수련은 호흡이라는 대상의 상태를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호흡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며 머무는 것입니다. 비록 불편한 순간이 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안정되어 가는 것을 알기에, 한 순간의 호흡의 상태를 문제로 여기지 않습니다.

호흡의 변화에 호기심을 가지고 온전히 경험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머무는 것이 애쓰지 않는 마음챙김의 태도입니다.


비단 호흡뿐만이 아닙니다. 마음챙김 요가 수련에서도 불완전한 자세에 실망하거나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닙니다.

몸이 허락하는 한계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온전히 머물면서 어떠한 경험이든 기꺼이 함께 하려는 태도가 너무 애쓰지 않는 것입니다.


고요함, 평정심, 명료함 같은 마음의 상태를 얻기 위해 명상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태를 경험하지 못할 때면 '명상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나는 명상하고 맞지 않아'하며 의심하고 좌절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마음의 상태를 얻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욱 멀어집니다.


결과에 시선을 고정하고 현재 상태를 판단하고 조정하는 것이 성취를 위한 일반적인 태도라고 한다면, 현재의 경험과 과정에 온전히 깨어서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결과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마음챙김의 태도입니다.


삶의 힘든 순간에 더욱 유용한 너무 애쓰지 않기

1월에 세웠던 신년 계획은 지금 쯤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향하고 있을까요?


금연하기, 살 빼기, 책 읽기, 영어, 껄끄러운 사람과의 관계 개선하기처럼 아주 선한 의도에서 시작한 일들도 실행단계에서는 여지없이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결국 포기와 실망으로 이어진 경험은 다음번의 시도에 다시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너무 애쓰지 않기'의 태도는 실행 단계에서 흔들림 없는 중심을 잡아 줍니다. 모소 대나무처럼, 어떤 결과는 충분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결과에서 과정으로 우리의 시야를 돌려옵니다.

비록 턱없이 작은 진전도 지금 이 순간에는 충분하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지치지 않고 끝까지 여정을 완수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너무 애쓰지 않게 애쓰는 지혜입니다.


결과를 위해 애쓰기보다, 순간을 함께 충실히 살아가는 일. 그게 우리가 매일 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노력일지도 모릅니다.


[짧은 수련, 너무 애쓰지 않기 연습하기]

1. 일단 멈추고 불편한 감각 알아차리기
- 앉거나 선 자세로, 지금 이 순간 불편함이 느껴지는 몸의 부위를 찾아봅니다.
-어떤 감정과 생각이 올라오나요?

2. 허용하고 받아들이기
-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나요?
-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오히려 불편함을 살펴보면서 호흡할 수 있을까요?

3. 탐색하고 대안 찾기
- 불편함 속에서 불편함의 진실을 알아봅니다. (특징, 강도, 변화 등)
- 어떤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나요?
- 스스로를 보살피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요?

(참고 사항)
1. 불편함의 해소가 아니라, 불편함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알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2.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상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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