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흔적

내 안의 흔들림과 마주하는 순간

- 새벽의 흔적 -


몽롱함의 가장자리, 새벽.


떠지지 않으려는 눈꺼풀을 비비며 물 한 잔을 따른다.

미련 많은 잠을 몇 차례 삼켜 보지만

목 울대쯤에서 계속 걸린다.


조금씩 밝아지는 시야 속으로

어제의 흔적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빨갛게 굳은 라면 기름,

허물만 남은 사과 껍데기와 씨,

바닥에 널브러진 아이의 옷가지와 수건들,

며칠째 멈춰 선 셔츠 한 장,


제 자리를 잃어버린 것들만 가득한 새벽,

그 틈에서 명치 언저리의 무언가가

조용히 꿈틀거리며 치밀어 오른다.


내일은 오늘의 다른 이름.

달라지는 건 많지 않겠지.

다만, 어깨는 조금 더 내려앉을는지도.


오늘도 여전히

길을 잃은 채

헤매고 있는


나.





최근 병원과 약국을 들르는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겨울이 오는 탓인지 세월이 가는 탓인지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 가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독감에 걸린 가족들까지 신경 쓰다가 맞이하는 밤은 피곤하기만 합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따져보다가 지쳐 잠들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고요한 새벽에 마주한 나의 모습에서 진실을 발견합니다.


일상의 답답함과 불편함의 시작에 바로

내 안의 흔들림이 있다는 것을요.

이유를 알고 나니 한결 가벼워지지만

다시 책임감이 올라옵니다.


힘들 때일수록 지금 그대로의

'나 자신'을 보듬어 주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미루게 됩니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