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일주일
치유의 숲
나무 사이로 내리는 빛줄기
그 빛을 받아 반짝이는 풀잎들.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짙게 베여있는 흙냄새.
한발 한발 어디로 내디뎌야 할까
나의 모든 생각을 지금 내디딜 곳만 보며
발아래로 느껴지는 울퉁불퉁란 돌과 땅에 온전히 감각을 집중해야 하는 곳.
오직 바쁘게 쉬는 나의 숨과
부스럭 톡톡 나뭇가지 밟히는 소리
그리고 새들이 떠드는 소리로 가득 찬 곳.
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느껴지는 약간의 습기 먹은 짙은 나무와 먼지 쌓인 책들의 냄새..
아침이 밝으면 창가 너머로 불러오는 시원한 바람.
아침잠 많은 나를 위해 조용히 설거지를 마치고
커피를 내리는 고소한 남편의 사랑이 느껴지는.
마당에는 애타게 나를 기다리는 밥순이
고양이 네 마리가 오독오독 사료 씹는 소리.
그리고 시큼한 딸기와 제철 맞은 참외로
아침을 대신하는 우리.
어느새 그는 창가 앞에 자리를 잡고,
나는 침대에 기대앉아.
들리는 건 책장 넘어가는 소리뿐.
오늘은 어디로 숲 구경을 나가볼까.
가는 길에 어떤 커피로 나른함을 깨워볼까?
오늘 커피는 좀 많이 시큼하네..
바닷가
잠시 차를 세워두고 바라보는 바다.
검은 돌들 사이로 하얗게 바래지는 파도.
저 멀리 뭔가 검은 돌들이 파도에 울렁이나 보니
재주 부리고 있는 돌고래 무리가?
뭔가 잔뜩 신난 듯, 트리플 악셀을 선보이는 녀석들.
한참 녀석들 묘기를 구경하다 보니
약간 바닷바람에 끈적해진 몸을 끌고
천천히 다시 집으로..
책방
우연히 들른 책방 카페에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향기로운 청귤 차가
그리고 가게 주인분의 깨알 같은 손글씨들이.
고요함 속에 각자의 책 속에서 마음을 찾고 또 사각사각 그 마음을 내려써가는 사람들.
나가는 길에 계산대에서 구입한
“사물 다섯 가지 카리스 마스”는
나에게 6월의 Christmas를 선사해주며.
차
한동안 아팠던 나는 커피나 유제품이 들어간 음료 대신 따뜻한 차에 빠져있다.
그렇게 남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도
방문한 찻집에서 우린 새로운 보금자리를
어떻게 꾸며갈지 논의하고,
항상 한 해 한 해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겨나는 것이
버겁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하다며..
싸우지 말고 잘 "론칭" 하자고 약속도 해본다.
치유
치유된다는 게 뭘까. 잊는다는 걸까? 무시한다는 걸까? 이를 악물고 견뎌낸다는 걸까? 담담해진다는 걸까? 내가 찾는 치유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무엇이 되었든 휴식, 그 누구는 쉬멍이라 부르는 그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지극히 자유로운 그리고 곧 요함이 주는 평온 속에서 “비움”을 하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