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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비 May 09. 2023

뉴스레터 만들기 쉽지 않네(@아난)

1호 발송하기도 전에 땡비 리뉴얼


올해 나의 목표는 뉴스레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파티원은 53년생인 아부지(@못골)와 86년생인 언니(@흔희)와 함께 쓰는 것으로 기획했다. 글 쓰는 것에 부담감도 있는 남편(@기리밋)도 함께 쓰자고 꼬셨다. 그렇게 각자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코너를 구성하고 1호를 완성했다.


그런데 2호까지 나오는 과정에서 다시 기획이 완전히 엎어졌다. 엎어진 큰 이유는 구성이 애매모호하여 뭐 하는 뉴스레터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더 틀이 짜인 기획이 필요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롭고 명료한 틀을 짰다. 각자 돌아가며 주제를 정하고 공통의 주제로 글을 쓰는 것으로 정했다. 멤버도 글쓰기를 즐기는 못골, 흔희, 나 이렇게 셋으로 더 추렸다.


첫 번째 주제글을 써서 각자 나눠보았다. 문제가 또 발생했다. 글 하나가 나오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첫 번째 주제도 ‘좋은 배우자란’이라는 숨이 턱 막히는 어려운 주제이기도 했다. 다들 생각을 고르고 고르며 글을 써내느라 힘들어했다.


같이 뉴스레터를 만들며 알게 된 사실은 우리 가족들이 엄청난 완벽주의자라는 사실이다. 나도 최상주의자로서 어디 가도 뒤지지 않는 완벽주의자인데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다. 아버지와 언니는 서로 글을 4번이나 주고받고 평가하며 만나서 대토론회도 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고 한다. 나는 둘이 글을 완성했다는 말에 그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글을 써서 보냈다. 아버지께서는 빨간펜 선생님 마냥 피드백을 왕창 주셨다. 내 글은 내 새끼 같은데 내 새끼가 좋아지는 과정이지만 쓰다. 써.


P유형인 나는 ‘2주 뒤까지 글 주세요~’하였는데 J유형인 아버지(못골)가 소환했다. 내 글에 대한 피드백도 할겸, 각자 원하는 글감을 모아서 꺼내놓고 추려서 24개의 주제를 정하고 뉴스레터를 시작하자 하셨다. 퇴근길에 엄빠집으로 바로 뛰어갔다. 1차로 보내드렸던 글에 대한 더욱더 세부적인 피드백과 내 글 속 각 구절에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누며 토론이 벌어졌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하기엔 어려운 주제라며 다들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가 “같이 글을 써나가면서 아버지도 1/3의 목소리를 내는 것뿐 아버지가 말했으니 다 고쳐야겠다 이렇게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라고 하셨다. 권위를 내던지고 같은 프로젝트 멤버로서 모두를 존중해주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좋고 편했다. 어째보면 ‘애엄마인 언니와 70대인 아부지와 같이 이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도 들며 감사해졌다. 나도 웃으며 “피드백을 듣되, 결국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쓸 거예요”하니 모두 웃었다. 언니의 피드백까지 더해서 글을 더 간추리기로 했다.


글 분량도 딱 정했다. 10포인트에 A4용지 한 장이 넘지 않는 분량으로 적기로 했다. 1주일은 초고를 쓰고 남은 1주일 동안은 글을 서로 돌려가며 피드백을 주기로 했다. 만나기 전에 각자 글감 리스트를 써왔다. 나는 일하느라 얼마 생각하지 못했는데 언니와 아버지는 엄청난 분량의 글감을 가져오셨다. 아버지가 ”뉴스레터 하자고 지가 꼬셔놓고~ 글은 안 쓰고~“ 하며 핀잔을 주시다가 ”일하느라 그런 거라고 봐준다 “하며 언니와 둘이서 웃었다. 이렇게 뉴스레터 속도가 더딘 것은 기획이 중요한데 기획이 엉망이라 늘어진거라고 아버지가 뼈때리는 말씀도 하셨다. 나는 내가 되게 주저주저하는 완벽주의자라 생각했는데 언니, 아버지와 있으니 준비 안하고 저지르는 사람이 되었다. 가족으로만 있다가 같이 프로젝트를 하려니 정말 열심히 고민하고 만들어내는 완벽주의자들이었다. ‘이런 무서운 사람들 같으니라고.’


각자의 글감을 쭈욱 읽으며 본인이 원하는 글감과 나머지 두 명이 원하는 글감들을 모두 포스트잇에 적었다. 24개로 추려나갔다. 주제별 순서도 모두 정했다. 이제 정말로 쓰기만 하면 된다. 글감을 모두 정하고 나서 언니가 ‘재밌겠다!!’라고 했다. 아버지, 언니와 이렇게 같은 주제로  글을 써보고 뉴스레터로 남겨보는 것은 인생에서 참으로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 재밌을 것 같고 기대된다. 벅차오르는 이 날의 감정을 꼭 남겨두고 싶었다. 아직 시작하기 전 이 설렘은 이 날에만 유효하기에 그 감정 그대로 여기 박아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초심!

식탁에서 이것저것 글감 회의 중!



70대 아버지와 30대 두 딸이 모여 같은 주제의 글을 써내려가는 뉴스레터 땡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못골, 흔희, 아난의 글을 2주마다 뉴스레터 땡비로 받아보는 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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