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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5. 2021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방법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갑을 열기 전 모든 감각을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이유는 돈을 아끼고 '종잣돈(seed money)'을 모으기 위해서이다. 현명한 소비자는 유통업체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현명한 소비를 한다. 경제학자 박정호 교수의 <이코노믹 센스>에서는 유통업체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가격표에 속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상품을 선택할 때 가격, 디자인, 브랜드, A/S 등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구매를 한다. 그러나 그중에서 최종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가격'이다. 품질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구매해 본 경험은 누구나 많을 것이다. 반면 물건은 마음에 들지만 가격이 비싸 결국 구매를 표기한 경험도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가격은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다양한 가격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 기법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디에서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통상 '단일 대안 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는 대안을 찾고 대안들을 비교하여 서로 간의 대안의 장단점을 분명하게 한 후 최종적으로 선택을 한다. 만약 마트에 청소기 하나만 진열되어 있을 때는 다른 곳에서 더 찾아보고 구매를 결정해야 할 것 같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구매를 꺼리게 된다. 그래서 기업은 잘 팔리지 않던 토스터기 옆에 더 비싼 토스터기를 놓아 싸 보이게 만드는 방식으로 토스터기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사용한다.


TV도 마찬가지도 한 회사의 제품만 진열하기보다는 가격이 다른 여러 회사의 TV를 나란히 놓아 가격 비교를 해볼 수 있도록 해서 진열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비싼 가격의 상품을 진열한 후 상대적으로 보통 상품의 가격이 싸게 보이는 착시효과에 속으면 안 된다. 보통 상품의 가격조차 타 매장의 비슷한 품질의 상품에 비해 더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식점의 가격표에도 엄청 비싼 가격을 크게 강조해 전략적으로 보여준 뒤 바로 아래의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음식을 무의적으로 주문하게 만든다. 하지만 싸 보이던 음식의 가격도 다른 곳들과 비교해보면 그다지 싸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무료 체험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한번 준 것을 돌려 달라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주지 않은 것보다 더 큰 반감을 가지게 만든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부존자원 효과'라고 부른다. 사람은 자신이 정상적인 거래나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소유하게 된 자원이나 권리에 애착을 갖고 큰 가치를 부여하며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소유한 물건을 되돌려 달라고 요청받으면 큰 반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한 달 무료체험 이벤트 같은 것을 제공한다. 이런 것을 하는 목적은 해당 제품을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면서 제품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지만 사실 숨은 의도는 부존자원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일단 자신이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 본 물건은 아주 형편없이 질이 떨어지는 물건이 아니면 구매 여부와 무관하게 애착이 형성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기간 후 해당 물건을 반송하게 될 확률은 줄어들고, 구매로 이어질 확률은 높아지는 것이다. 이것은 '손실 회피' 성향과도 관련이 크다.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동료가 발견한 현상인데 어떤 물건을 획득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용보다 그 대상을 잃게 됨으로써 느껴지는 비효용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무언가를 잃을 때 손실감은 얻을 때 즐거움의 2배 이상의 고통과 괴로움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즉 100만 원의 손실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는 200만 원의 수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료체험 이벤트는 불필요한 것을 구매하거나 과소비할 가능성이 크므로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는 지인 추천으로 물건을 덥석 사지 말아야 한다. 제품을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는 객관적인 정보와 주관적인 정보로 나눌 수 있다. 객관적인 정보는 제품에 대한 이용자의 만족도 조사 등이고, 주관적인 정보는 주변 지인의 평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만약 어떤 제품은 90% 이상의 고객이 만족했지만 친한 직장 선배가 해당 제품을 직접 사용해 봤는데 별로라고 만류하는 상황이고, 다른 어떤 제품은 80% 이상의 고객이 만족했고, 직장 선배도 추천하는 경우라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지인의 특수한 경험에 더 큰 가중치를 두고 두 번째 제품을 선택한다고 한다.


러한 경향은 비교 대상이 많지 않거나 평가할 만한 자체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 더욱 자주 나타난다.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주문할 때 사실 양이 같다 하더라도 작은 용기에 수북하게 담긴 아이스크림을 큰 용기에 약간 부족해 보이게 담긴 아이스크림보다 더 선호한다


만약 이것을 각각 보여주면 심지어 양이 더 적더라도 작은 용기에 더 수북하게 담긴 아이스크림을 더 비쌀 것이라고 여기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하나만의 제품을 보여주며 지불 의사를 붇는 것을 절대 평가 방식이라고 하고 두 가지를 함께 제시하여 지불의사를 묻는 것을 상대 평가 방식이라고 말한다.


절대 평가 방식에서는 직관적으로 쉽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에 의존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생기므로 착오가 일어난다. 지인의 추천이나 작은 용기에 수북이 담긴 아이스크림 등은 바로 그런 착오를 일으키는 절대 평가에 해당한다. 합리적 소비를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아 기업이나 매장에서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정보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절대 평가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은 직관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에 현혹되어 구매를 결정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네 번째는 청각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원시대에는 지금보다 훨씬 청각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았다. 어둠 속에서 시작을 토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기 때문에 오직 소리로 모든 것을 감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가 발명되고 어둠 속에서 벗어나긴 했어도 아직 청각은 중요한 요소이다. 오감의 중요도에 대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각적 요소가 40.4%, 청각적 요소가 23.5%로 답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낮아졌을 뿐 여전히 청각은 여전히 판단을 내릴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리를 활용한다. 백화점에서 온종일 우아한 음악만 틀다가 폐점 시간이 되면 템포가 빠른 음악으로 교체한다든지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자리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빠르고 경쾌한 음악을 계속 튼다든지 하는 것이 그 사례다. 최근은 더 전략적이고 영악해져서 고객의 특성에 따라 자신들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의 내용을 소리로 만들어 제공하는 데까지 발전하였다. 사운드 클리닝으로 고객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차단하고, 사운드 디자이닝으로 전달하고 싶은 소리를 만들어 채우는 방식으로 인위적 소리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은 자차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발된 엔진 소리가 나도록 설계하고 있다. 마테라티는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들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고, BMW는 엔진뿐 아니라 차량에서 구현되는 다양한 음향들을 연구하기 위해 별도의 음향 R&D 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굉음의 엔진 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한 할리데이비슨의 바이크 엔진 소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제품명 또한 청각 마케팅과 관련되어 있다. 화장품 브랜드에는 'ㄲ,ㅃ,ㅋ,ㅌ' 등과 같은 된소리와 거센소리를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고급스러우며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화장품의 특성상 거센소리를 배제하고 유음과 비음을 주로 사용한다. 반대로 아이들 용품은 귀엽고 재미있는 발음을 사용하기 위해 된소리와 거센소리를 적극 활용한다. '뽀로로', '뿌요뿌요', '짜요짜요', '빵요빵요'와 같은 단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청각을 활용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전략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청각에 현혹되어 불필요한 제품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다섯 번째, 이사할 때 가구를 새로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숫자로 표기된 금액보다 비율에 따라 가격을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예를 들어 출장비로 2만 원을 주는 회사가 3만 원을 준다면 받는 사람으로서는 만원 인상된 출장비를 크게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연봉이 3,000만 원에서 3,001만 원이 된 사람은 인상된 만원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 비율로 인식하는 습성은 우리의 소비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한다. 낭비적 소비를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새집으로 이사할 때 가구를 새로 사는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5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해 이사할 예정인 사람에게 500만 원짜리 브랜드 가구 세트의 금액은 그리 커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집이 아니라 몇만 원어치의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간 사람이라면 500만 원짜리 가구를 덜컥 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마트에 가면 가격을 더욱 깐깐하게 보게 된다. 이런 성향은 신차를 구매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3,000만 원짜리 중형차를 살 때 소소한 옵션을 그야말로 껌값이 된다. 몇 십만 원만 추가하면 스피커를 업그레이드해 주고 또 얼마를 추가하면 선루프, 또 얼마를 더 들이면 휠을 교체해 준다는 영업점의 제안에 대부분 사람들이 쉽게 넘어가는 현상은 그런 옵션들이 차량 가격에 비하면 소액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하지 않고 비율로 인식하여 '그깟 몇만 원, 그깟 몇 십만 원이야 뭐'라는 생각의 소비를 하다 보면 원래 계획했던 소비를 초과하게 되고 결국 소비를 부추기는 오늘날 사회에서 '호갱'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꼭 필요한 소비를 하고 있는지 혹은 이 물건의 가격이 적당한지,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지갑을 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현명한 소비자로서 어떤 것을 구매하기 전에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불황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경제적으로 풍족한 인생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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