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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Dec 01. 2022

겨울을 나기 위한 나만의 시련과 다짐들

#겨울이 싫다 #수족 냉증 #혈액 순환 #진화 #종(種)의 기원

"자갸~~ 빨리 침대로 들어와. 아까부터 계속 기다렸어. 빨리~~"


앗! 또 속았습니다. 침대에 눕자마자 짝꿍이 내 엉덩이 밑으로 두 발을 쑤욱 밀어 넣습니다. 얼음장같이 찬 아내의 두발 공격에 내 엉덩이가 순간 놀라서 움찔합니다. 늘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당하면서도 아내의 애절한 유혹을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평소 손발이 차가워 일명 '수족 냉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짝꿍은 겨울철만 되면 그 빌어먹을 냉병이 더 심해져 이렇게 나의 체온을 빌어 겨울을 나곤 합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을 전문적 용어로 '혹한의 겨울나기'라고 부릅니다.


그에 비해 저는 몸이 아주 핫(hot)합니다. 뜨겁다는 말입니다. 물론 땀도 엄청 흘려 다한증으로 종종 오해를 받곤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육상 선수를 해서 대회에 나가 상도 받은 경력이 있고, 중학교 때부터는 태권도를 시작해 고3 때까지 3단을 획득하기도 했죠. 성인이 된 이후에는 헬스를 꾸준히 해왔으며, 반신욕을 좋아해 자주 사우나에도 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이 항상 스스로 발열을 합니다. 한겨울에도 반바지와 반팔티를 입고 다니죠. 물론 잠잘 때는 발을 이불 밖으로 빼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습니다.


반면 아내는 겨울을 엄청 싫어합니다. 수족냉증뿐만 아니라 조금만 추워도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바들바들 떱니다. 오죽하면 제가 족욕기를 사줬을까요. 그나마 족욕을 하면 잠깐 동안은 수족냉증이 사라지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내와 난 달라 너무 다른 체질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짝꿍과 저는 현생 인류 중에서도 완전히 다르게 진화된 종(種)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둘 사이의 관계를 요약하면, 여름철은 공생(共生), 겨울철은 기생(寄生, 아내가 내게), 일평생은 상생(相生)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Pixabay


이러다 보니 겨울철이 다가오면 저는 항상 긴장을 합니다. 아내도 힘들겠지만 저는 짝꿍의 역습을 대비한 겨울나기 준비, 아니 겨울나기 다짐을 합니다. 아무리 제가 뜨거운 몸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차디찬 얼음덩이와 같은 짝꿍의 수족냉증 공격을 받으면 잠시 동안은 꼼짝달싹을 못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닥쳐도 감내하고 인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군대 혹한기 훈련도 잘 극복했었고, 또한 현재 저는 지고지순하고 무변광대한 마음씨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 ^^9




손발이 어느 정도 데워지면 짝꿍은 어린애같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저를 헌신짝 버리듯 저를 내팽개칩니다. 배신감에 치를 떨어보지만 짝꿍의 애교와 눈웃음에 저는 다시 무장해제가 되어 버립니다. 필요할 때 나를 취하고, 필요 없을 때 나를 버리는 이런 행동들을 반복하면서 저는 어느덧 짝꿍의 난로, 아니 핫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직도 짝꿍이 저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제일 걱정하는 건 바로 수족냉증을 앓고 있는 짝꿍의 발바닥이 겨울만 되면 쩍쩍 갈라진다는 것이죠. 그럴 때마다 짝꿍은 자기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합니다. 등산 양말은 기본이고, 어떤 때는 발에 동동구리모(?)를 바른 후 래핑을 하기도 합니다. 증세가 심해질 때는 태국의 만능 통증 치료제인 야몽크림을 갈라진 발바닥에 바르고 정성껏 마사지한 후 래핑을 하고 등산양말을 신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가관이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행위들은 발바닥에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려는 짝꿍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인 것이죠. 옆에 누워있으면 야몽크림의 파스 냄새가 스멀스멀 내 코 주위를 자극합니다. 안 그래도 냄새에 민감한 비염 알레르기가 있는 저는 코가 간질간질해지고, 심지어 재취기까지 나는 일은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짝꿍은 항상 자기 전에 손을 내밀어 잡아달라고 합니다. 물론 저는 습관적으로 짝꿍의 손을 꽉 잡아줍니다. 남들이 볼 때 우리 부부애가 정말 돈독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짝꿍만의 겨울나기 전략입니다. 발뿐만 아니라 손도 차갑기 때문에 항상 손이 따뜻한 제 손을 이용해 자기 손을 데우려는 영악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어느 정도 손이 따뜻해지면 만족한 듯 손을 슬그머니 빼기 때문입니다.


짝꿍과의 악연(?)은 이뿐만이 아니죠. 무덥고 습한 여름철에도 전 맘 편하게 에어컨을 틀어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선풍기 바람도 싫어해 제대로 틀지도 못했습니다. 한여름에도 이불을 돌돌 말고 주무시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직장 다닐 때는 주말부부로 오랜 기간 지내다 보니 짝꿍의 겨울나기는 그 당시 제게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주말 동안 잠깐만 제가 희생하면 되니깐요. 하지만 퇴직 후 온종일 함께 지내다 보니 어느덧 저는 짝꿍의 상시 제물(?)이 되어버린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짝꿍의 수족냉증이 빨리 완화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주제가 겨울나기인 만큼 오늘 잠시 저의 건강 관리 철학을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혈액 순환만 제대로 되면 병에 걸릴 일이 없다'라는 게 바로 저의 건강 철학입니다. '몸속 청소부'라고 불리는 혈액은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 몸속 모든 장기에 혈액을 통한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가장 중요한 뇌와 심장은 혈액 순환이 조금만 줄어도 큰 손상을 받기도 하지요.


몸속의 혈액 순환을 항상 원활하기 위해서 제가 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유산소 운동과 반신욕입니다. 이 두 가지가 모두 혈액 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또 하나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겁니다. 한여름에도 저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먹습니다. 여름철에 자주 먹는 음식 또한 삼계탕과 국밥입니다. 물론 위에는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뜨거운 음식으로 몸을 데우면 부작용으로 땀도 흐르지만 식사 후 밖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 훨씬 몸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혈압에도 이상이 생긴다고 합니다. 동맥이 좁아져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혈압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혈관이 막히게 되니 뇌경색, 심근경색도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또한 혈액 순환이 안되면 면역력도 저하됩니다. 면역력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혈액 순환이기 때문입니다. 혈액 속 백혈구가 온몸을 구석구석 다니며 제 기능을 발휘할 때 면역력이 제일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혈액 순환이 안되면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됩니다. 혈액 순환이 안되니 몸은 산소 부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그만큼 에너지 소모도 많아진다고 합니다. 혈액 순환이 안될 때 나타나는 증상 중의 하나는 손과 발, 신장, 눈 등에 피곤함과 저림 현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피부 건강에도 적신호가 발생합니다. 피부 톤이 어두워지고 피부가 칙칙해지는 것도 혈액 순환에 문제가 싱기면 발생하는 증상 중 하나입니다. 피부의 회복이나 재생도 혈액 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몸에 상처가 생기면 회복에 필요한 미네랄과 호르몬 등의 효소가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을 혈액 순환이 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수족 냉증입니다. 혈액 순환이 나빠지면 몸에 따뜻한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해 이와 같은 증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혈액 순환은 산소 제공뿐만 아니라 체온을 유지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혈압, 당뇨, 동맥 경화, 뇌졸중(뇌출혈, 뇌경색), 수족 냉증 등 모든 대표적인 질병들이 바로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기는 질병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혈액 순환을 저해하는 원인 중의 대표적인 것들은 육식, 그리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는 습관에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혹시 작가님들 중에 의사쌤들도 계시기 때문에 글 내용이 혹시 잘못되었다면 댓글로 제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제가 평소 하고 있는 혈액 순환에 좋은 방법을 요약하면 유산소 운동과 반신욕(족욕), 따뜻한 음식과 차(茶, tea), 혈액순환 영양제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가 가장 강추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유산소 운동과 반신욕이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함께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십 년 동안 해왔던 반신욕 덕분인지 오십 대 중반인데도 아직 한 번도 염색 안한 검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건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니 걸러서 들으시기 바랍니다. 차 종류로는 돼지감자 말린 것을 추천드립니다.


오십 대 이후부터는 건강관리에 있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밤늦은 저녁 이 글을 쓰는데도 짝꿍이 계속 침대에서 애타게 저를 찾고 있습니다. 빨리 글을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짝꿍의 시린 손발을 빨리 데워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존재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한 저만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예전에 좋아했던 가수의 노래 한 곡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성모의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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