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결혼은 실전 #매리지 블루 #해석 수준 이론 #CLT
결혼을 약속하거나 결혼 프러포즈 받을 때 대부분의 남녀들은 핑크빛 결혼생활의 미래, 즉 결혼생활의 바람직성에 초점을 맞추며 행복감에 젖습니다. 데이트가 끝나도 더 이상 헤어지지 않아도 되고, 집으로 돌아가 외로운 밤을 홀로 보내지 않아도 되며, 집에서 맛있는 것을 함께 먹으며 재미난 영화를 보는 상상을 합니다. 평생지기, 반려자, 소울메이트가 생긴다는 설렘과 흥분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하지만 결혼식이 다가올수록 이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들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결혼은 실전이다', '나만 죽을 수 없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애 낳으면 네 인생 끝장이야' 등 주변에서 말하는 불편한 소음과 잡음들이 커집니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상대방의 단점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고, 심지어 '이 사람이 내가 예전에 사랑하던 사람이 정말 맞는 걸까?'라는 회의감마저 들기 시작하죠. 일본 작가 유이카와 게이는 결혼을 앞둔 남녀의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리켜 '매리지 블루(marriage blue)'라고 명명했습니다.
결혼도 '일 년 후냐? 코앞이냐?' 등 시간적 거리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현상을 '해석 수준 이론(Contrual Level Theory, CLT)'이라고 합니다. 결혼의 경우 시간적 거리가 멀수록 결혼은 행복한 것이라는 본질적이고 바람직함(desirability)이란 상위 개념으로 해석을 하는 반면 시간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결혼 준비의 어려움과 결혼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라는 비본질적이고 실행가능성(feasibility)이란 하위 개념으로 해석을 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결혼이 먼 미래이면 행복한 결혼 생활, 가까운 미래이면 현실로 인식을 한다는 겁니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6개월 후에 간다고 생각할 때와 2~3일 후에 간다고 생각할 때 해외여행에 대한 느낌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6개월 후, 즉 시간적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때는 해외여행의 본질적 속성인 즐거움(Hedonic)에 초점을 두고 해석을 합니다. 반면 2~3일 후, 즉 시간적 거리가 가깝다고 생각할 때는 해외여행에서 챙겨야 하는 각종 준비물과 탑승 절차, 이동과정과 시차, 불편한 신체 컨디션 등 해외여행의 비본질적인 속성인 번거로움(Feasibility)에 초점을 두고 해석을 한다는 것이죠.
심리학자 트룹과 리버먼에 따르면 '해석 수준 이론(Construal level theory)'은 사람들이 같은 사건, 사물, 인물 등에 대해 시간적 거리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고 후속되는 판단, 태도, 행동 등이 바뀌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동일한 대상임에도 시간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사람들은 바람직함(desirability)과 중심적·핵심적 속성 등 상위 개념에 초점을 두고 해석을 하는 반면 시간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실행가능성(feasibility)과 주변적·비본질적 속성 등 하위 개념에 초점을 두고 해석을 한다는 것이죠. 상위 수준의 해석은 행위의 근본적 목적인 '왜(Why)'에 중점을 두는 반면 하위 수준 해석은 구체적인 방법인 '어떻게(how)'에 중점을 둡니다.
초기의 해석 수준 이론은 시간적 거리(temporal distance)에서 시작했지만 연구가 거듭될수록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공간적 거리(spatial distance), 확률적 거리(hypothetical distance) 등으로 확대되었는데 통상적으로 이 모든 거리를 '심리적 거리(psychological distance)'라고 부릅니다. 시간적 거리는 '내일 혹은 1년 뒤와 같이 시간적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공간적 거리는 '서울 시내 혹은 뉴욕에서와 같이 공간적으로 얼마나 가까운지?', 사회적 거리는 '사회적으로 친한 친구거나 혹은 낯선 사람인지?', 확률적 거리는 '실제 일어난 사건인지 아니면 일어날 확률이 낮은 사건인지?'를 의미합니다.
심리적 거리에 따른 소비자 선택의 변화를 보면, 새로 출시되는 휴대폰을 구매할 때 사전예약과 즉시 구매를 할 때 소비자 태도는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사전예약을 할 때는 고품질 대안(high-quality option)을 많이 선택하는 반면 즉시 구매를 할 때는 저가격 대안(low-price option)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KT에서 판매된 아이폰 3GS 판매량을 분석해 본 결과 비싼 가격의 32G 모델은 즉시 구매 기간에 비해 사전예약 기간 시 훨씬 많이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기업이 사전 예약을 하는 이유는 비싼 고품질의 제품, 즉 고객의 바람직성에 근거해서 팔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는 것이죠.
휴대폰뿐만 아니라 자동차, 노트북 등 고관여도 제품(비싸기 때문에 고객의 관심과 관여가 높은 제품)들은 사전 예약을 통해 파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보면 높은 수익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입니다. 혹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할 기회가 있다면 가급적 본질적이거나 바람직성 등의 속성인 상위 개념이 아닌 비본질적이거나 실행가능성의 속성인 하위 개념으로 해석해서 제품을 선택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사회적 거리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도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 사회적 거리와 시간적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동료들의 추천의 영향력을 조사했습니다. 결과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사회적 거리가 가까운 동료, 즉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등의 추천'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친 반면, 먼 미래에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사회적 거리가 먼 동료, 즉 SNS 이웃이나 제품 리뷰어 등의 추천'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를 이해하시면 제품이나 식당의 홍보를 할 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지요.
다른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난이도와 흥미에 따라 다양한 학문 과제를 실생활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결과에 따르면 먼 미래의 과제를 선택한 학생들은 과제물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에 더 많은 선택의 비중을 두었지만 가까운 미래의 과제를 선택할 때는 과제 수행의 어려움에 더 많은 선택의 비중을 두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 시계가 달린 고급형 라디오와 시계가 없는 라디오를 선택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2개월 후에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들은 시계가 달린 라디오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았고, 당장 구매하는 사람들은 시계가 없는 실속형 라디오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았다고 합니다.
예방접종에 관한 광고 메시지 또한 먼 미래에 실시하는 예방 접종은 추상적이고 바람직한 메사지가 효과적이었던 반면 가까운 미래에서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메시지가 효과적이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먼 미래 시점에서 소비자는 제품의 본질적인 목적과 연결된 속성을 보다 중요시 여기고, 가까운 미래 시점에서는 기능적인 수단과 연관된 속성을 중요시 여깁니다.
물리적(공간적) 거리가 먼 아프리카의 가난한 아이들과 난민들에 대한 광고를 할 때 생명에 대한 심각성과 존중과 같은 추상적이고 본질적인 메시지를 위주로 내용을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관한 다른 영상을 보면 TV속 구호 광고와 달리 가난하고 어려운 삶의 환경 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당황해하신 기억들이 한두 번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볼 때 가난하고 힘든 것이지 그들 나름대로 척박한 삶의 환경 속에서도 만족해하며 살고 있는 것이죠.
동일한 대상과 현상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의 심리적 거리에 따라 다르게 식별을 합니다. 다시 말해 심리적 거리와 해석 수준에 따라 어떤 사람은 망원경으로 숲을 보고, 어떤 사람은 확대경으로 나무를 봅니다. 만약 우리가 먼 미래를 망원경으로 볼 때 바람직함, 본질적·중심적·핵심적으로 보고, 가까운 미래를 확대경으로 볼 때 실행가능성, 비본질적·주변적·부차적으로 본다는 것을 사전에 인식하고, 그에 따른 해석의 오류를 바로 잡는다면 현명한 행동 반응과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프레임)을 가짐으로써 삶의 시행착오와 후회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죠.
먼 미래의 사건이나 현상을 확대경으로 볼 수 있어야 하고, 가까운 미래의 사건이나 현상을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을 갈 때 아이들은 모두 들떠서 놀이공원에서의 즐거움을 상상하는데 부모들은 놀이공원을 가기 위한 준비물, 교통체증, 비용, 놀이기구 탑승 시 대기열과 혼잡도 등의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떠올립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면 부모들은 이내 지치고, 힘들어지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들의 시각을 확대경에서 현미경으로 바꾼다면 상황의 달라집니다. 아이들이 상상하는 상위개념인 놀이의 즐거움으로 보는 것이죠.
이왕이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놀이공원을 간다면 아이들이 상상하는 놀이의 즐거움에 초점을 두고 잊지 못할 놀이공원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 부모의 올바른 선택이고 현명한 시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 통제나 자기 조절을 통해 상위 수준의 해석을 하게 되면 충동구매와 같은 불합리한 소비를 더 억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늘 가까이 있는 '일상'이란 우물에서 벗어나 가끔은 멀리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삶의 긍정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겁니다. 여러분은 숲과 나무, 망원경과 현미경. 이 둘 중 어느 것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 익숙한가요? 이제부터는 '따로', '함께, 그리고 '반대로'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