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공원 제1야구장 옆에 뱀딸기가 가득하다. 푸른 잔디는 뱀딸기의 정체를 모른다. 아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것들이 고맙게도 내 눈에만 보여 기특하다. 철퍼덕, 일어서기보다 눕는 게 편한 건 나만 그런 것인지, 착츱 된 붉은 액체가 달콤한 혀를 날름거린다.
아, 맛있다가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맛, 노랗게 익은 바나나가 먹고 싶다. 바나나는 길고 길면 기차, 기차가 빠르다고 비행기랑 무슨 상관인데, 빨랫줄처럼 뱀들이 저렇게 빠르게, 제 몸을 말리려고 풀밭에서 일광욕 중이다.
낮게 부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흔들린다. 으스스 소리를 내는 메타세콰이아. 야구장 펜스에 걸터앉은 점박이 까치는 맛이 궁금한 건 아니지만 주문한다. 커피맛, 계피맛, 홍삼맛... 근처를 노닐던 개미들이 갑자기 분주해진다. 때론 쓸데없이 벌어지는 상상이 지옥 같은 맛을 아는 척한다.
붉은 햇살에 등이 잘 익은 무당벌레, 그러게 진작 찾을 때 나오지 않고서, 불쑥 날아오른다. 버티다가 그럴 줄 알았지만, 검게 그을린 공벌레가 바나나를 휘두른다. 헛스윙인데 안타라고 우긴다.
갑자기 배가 고프다.캠핑장 사이트의 모닥불, 훈제연을 타고 고기 한 점 날아온다. 기왕이면 꽃소금 살살 뿌린 목살로, 육즙과 풍미가 가득한 혼미가 목 마름을 부추긴다. 여기 어디 코카콜라 맛집이 있었는데...
주춤하는 사이, 버섯 궁둥이는 아까부터 모라고 한다. 개미들은 작은 발을 동동거리고, 잔디밭에 노란 꽃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누가 뱀딸기를 다 먹어치운 거야,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다.
바나나킥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 당길 준비를 한다. 빵, 빵, 빵, 누굴 향해 쏘았는지 모르고 날아가는, 총알은 다이아몬드처럼 붉은 스텝이다. 뱀들이 서로 머리를 물어뜯는다. 홈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