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어 보이는 잡다한 풀들이 자유와 무질서를 부르짖고 있다. 그것은 누군가 기른 것도 아닌데 제멋대로 차지하여 뿌리박고선 땅의 소유와 점유를 주장한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해진 풀숲 깊숙한 곳에선 작은 벌레들이 무장한 채 날카롭게 경계를 선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이들의 군집을 재촉했고, 시들지 않은 잡풀은 푸른 오기를 빽빽이 곧추세웠다.
건조하고 무의미한 것들은 하나씩 제거되었지만, 해질녘 햇살과 새벽녘 이슬만으로도 잡풀은 다시 무성해졌다. 그것은 삶에 필요한 수분과 영양을 모조리 빨아 들여 척박한 토양을 만들고, 일상의 시간을 비루하게 만든다. 일상에서의 농담과 웃음, 노래와 시는 뚜렷한 모습을 상실한 채 엷고 마른 형체로 변해간다.
나에게 어떻게 갈 거냐고 묻는다면 그냥 천천히 걸어갈 것이라 말하겠다. 그곳에 길이 나있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가야 할 곳이라면 망설임 없이 가려한다. 내가 걸어간다고 해서 그곳이 길인 것은 아니지만, 길인 곳만 걸어야 할 이유는 없다. 어떤 길의 존부가 향방을 가늠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길로 가는지보다 그리 가야 할 이유가 있는지에 있을 것이다.
지금 어느 길로 가든지 괜찮다. 이 길 중간에 무엇을 만날지 몰라도 상관 없다. 나는 잠깐동안 걸음을 멈추고 풀숲 위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출 것이다. 발 끝과 뒤꿈치에 단단한 쇠를 박아 경쾌하게 발을 구를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새 리듬에 맞추어 새로운 운율로 삶을 노래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 손엔 술잔과 다른 손엔 국화를 들어 발 밑에 죽어가는 것들을 추모할 것이다.
참으로 진실한 노래는 슬픔과 고통이지만 사랑과 열정이기도 하다. 현실은낮과 밤, 환희와 슬픔, 장음과 단음, 불과 얼음 같은 것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 음울함은 밝고 명랑함을 빛내고서 스스로 어두워진다. 밤은 빛이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어둠으로 가득 채워졌던 것이다.
나는 당신과 이런 현실과 명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본래 나의 것들을 당신과 나누기 위해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그곳에 이르는 길이 비록 보이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거기에 이르러야 할 이유가 있기에 나는 그곳에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