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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우 Sep 26. 2023

돌아오려는 얼굴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 시


돌아오려는 얼굴

 


그냥 갈 수 없어

무작정 손을 내밀었습니다

 

가장 시시한 것으로

잘만 하면 원하는 얼굴을 얻을 것만 같았지요

 

당신은 금이 너무 많아

원래 있던 길 말고 네가 만든 길에 절벽을 심어 봐 

 

날카로운 햇살이 쏟아집니다

생각은 곱씹을수록 눈앞이 파래집니다 

 

물집 잡힌 입술이 붉게 부어오르고

진물처럼 잠이 흘러듭니다

 

행렬처럼 뻗어 나가는 수많은 금들 앞에서 

염소와 양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손바닥에 그려지는 희미한 전생을 읽다가 

선잠을 깼습니다

 

순식간에 사라진 얼굴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

 

지루하게 피워 올리는 분홍 꽃잎은 끔찍하고

 

달력 밖을 걷고 있는 토요일이 다 지나가는데 한 입

베어 먹은 스토리는 입맛에 맞지 않습니다

 

탕진한 얼굴을 얻은 사람은

가장 먼저 울먹일 사람일까요

 

바람에 풍경이 흔들리지만

지금은 몰입입니다 

 

훗날,

다시 만날 얼굴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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