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 시
두 개의 문이 열리고 모래시계가 뒤집힌다
닭이 크게 울었다
우울의 징조라고 잠깐 생각했다
산산이 부서진 흰 돌의 파편 같은
눈은 쉬지 않고 내린다
적막한 도로의 나무와 울타리
그 아래 자갈돌은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그네를 선물처럼 두고 간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리다가 희미해지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꽃잎은 벽을 타고 올라 흰 곰팡이처럼 천장을 덮고
식탁 아래 슬리퍼에서 발목이 지워지는게 보인다
뭔가 숨기고 있는 표정의 창문을 열면
예기치 않은 공포가 쏟아질까
가까이 보면 다 똑같은 얼굴 같아서
이제는 솔직해져야 하는데
흐린 눈빛 속에서 쏟아지는 모래알
몇 방울의 눈물로 착한 사람이 될까
집에 가야 할 시간인데
문과 문 사이
지겹도록 눈이 쌓인다
오류투성이 폭설
처음인 것처럼
같은 길을 걷는다
신발은 다 젖어 버렸다
마음은 문이라서
파묻히려는 문이라서
닫아도 닫히지 않고
열어도 열리지 않는
[문장웹진_콤마]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