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왔나 보다.
나무마다 얹혀있는 하얀 근심덩어리.
몇몇은 무거운 것이 싫어
털어버리고
몇몇은 끝까지 안고 있다.
햇볕에 녹아 뚝뚝 물로 변해 떨어질 때까지
하얀 순수에 속아 인생 내내 짊어지는 것은 아닌지
언제 근심이 사라질지 알 수 없다.
눈이 내리면, 세상의 모든 상처가 고요히 덮입니다.
그 하얀 침묵 속에서 우리는
아픈 기억과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눈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릅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니 너무 감사합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의 더러움도 처음부터 거기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상처 입은 시선이, 지친 마음이 그것들을 만들어 냈을 뿐입니다.
분노로 얼룩진 마음으로 바라보면, 눈은 차갑고 불편한 걸림돌이 됩니다.
하지만 맑은 아침, 청명한 영혼으로 바라보면,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순수가 됩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눈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