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
나뭇잎은 마른 갈색으로 변해
흙모래에 섞여 길 위를 떠돈다.
바글거리던 상점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더는 호객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길을 걷고,
그 곁을 무수한 자동차들이 스쳐 지나간다.
계절이 바뀌면
사람들은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있던 것은 사라지고,
잊었던 것은 다시 돌아오겠지.
그러나 기다리던 그 사람만은 끝내 오지 않는다.
나는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오가는 버스들을 바라본다.
버스 기사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고 그냥 떠났다.
세상은 늘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떠난다.
이제 크리스마스 노래도 들리지 않는다.
하얀 눈이 머리 위로 조용히 쌓여도
나는 겨울나무처럼 그저 몸을 떨 뿐이다.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오랫동안 눈물을 흘린다.
사람이 이토록 그리운 적이 없었다.
이제 사랑할 시간이다.
외롭고 절망에 빠져야
비로소 사랑을 찾는 것 같습니다.
즐겁고 행복할 때는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다 있고 부족한 게 없으니까요.
사랑하는 사람도 항상 곁에 있었으니까요.
그 사람이 옆에 있을 때는
그저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질 뿐
그게 사랑이라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공기처럼 물처럼 늘 거기 있었으니까요.
봄날의 햇살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내일도 그 자리에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제대로 안아주지 못했습니다.
한 번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훗날 다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텅 빈 방 안에서, 지워지지 않는 빈자리 앞에서,
그제야 그 시간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가슴 깊이 새기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사랑을 정의하고
후배들에게 아는척합니다.
사랑은 이런 것이라고.
꽉 붙잡으라고.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말은 남았지만, 사람은 떠났습니다.
지식은 쌓였지만, 온기는 사라졌습니다.
이제야 사랑이 무엇인지 알았는데
정작 사랑해야 할 그 사람이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이제 사랑할 줄 안다”라고 말한들,
그 말은 허공을 맴돌다가
아무에게도 닿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어쩌면 사랑은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붙잡을 때는 그 이름을 모르고,
이름을 알았을 때는 이미 손에서 떠나는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