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 가세

by 이진무

대공원 오솔길에 벚꽃이 피었다고 하네.

겨울은 지났는데

하얀 꽃잎이 눈처럼 휘날린다고 하네.

다 함께 구경 가세.


절름발이 동네 형, 공장 다니는 아가씨,

피 토하는 할아버지

모두 불러 김밥 싸 들고 구경 가세.


시간이 흐르면 세상은 변한다네

논밭은 다 사라지고

길쭉한 빌딩들이 허수아비처럼 서 있으니

내가 선 곳이 어디인지도 모를 세상이 되었네.

없어지기 전에 한 번 더 구경 가세.


공원을 다 허물고

꽃나무를 다 뽑아버리기 전에

손잡고 다 같이 구경 가세.


차가운 시멘트로 덮여

아무것도 남지 않기 전에

꽃과 나무, 새 소리 하나하나를

가슴에 꼭 담아두세.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꽃잎을 뒤집어쓰고

한 번 더 뒹굴어 보세.


그런데 이 좋은 날

허리도 펴지 못하는 할머니가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다고 하네.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함께 꽃구경 갈

아들은 어디 갔나?

구경 가세.

돌팔매를 던지고 욕하러 가세.




벚꽃 피는 시기에 인천 대공원은 참 화려합니다.

말 그대로 벚꽃이 비처럼 쏟아집니다.

수많은 사람이 서로 엉켜 걸으면서도

아무도 꽃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꽃길을 걷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어,

‘내 삶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시는 한 단어에 여려 의미를 담았습니다.

구경 가세, 꽃길, 피 토하는 할아버지 등이 그렇습니다.

독자분들이 각자 마음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끌어 올려도 좋습니다.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것은 이미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 모두가 맞습니다.

다만 지금 여기에 쓰는 것은,

이 시를 처음 썼을 때의 내 마음 이야기일 뿐입니다.


“구경 가세”라는 말에는

세상을 향한 관심을 담고 싶었습니다.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소중한 것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는데

아무도 그것을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서 누군가 쓰러져 가는데도

우리는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그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연의

돌팔매를 던지고 욕하러 가자는 그 말.

그것은 남을 향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를 두고 간 것은 나입니다.

욕을 먹어야 할 것도 나입니다.

돌팔매를 맞아야 할 것도 나입니다.

모지리처럼 살아온 나 자신에게 던지는 말이었습니다.

벚꽃이 그토록 아름답게 쏟아지는 날,

나는 그 꽃길 한가운데서

조용히 나를 향해 돌을 들고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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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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