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 미국의 커피, 효율의 미학

“천천히 마시지 않아도 괜찮은 커피”

by 이진무

미국에서 커피는 앉아서 마시는 음료가 아닙니다. 손에 들고 걷는 음료죠. 컵은 늘 종이이고, 뚜껑이 덮여 있어요. 커피는 테이블 위보다 자동차 컵홀더에 더 자주 놓입니다. 이 풍경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미국의 커피는 ‘머무는 시간’보다 이동하는 시간에 더 가깝습니다.


커피는 음료가 아니라 도구다


미국인에게 커피는 향미를 음미하는 대상이기보다, 하루를 시작하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커피를 마시고, 회의 전 커피를 마시고,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커피를 삽니다.

“커피 마실래?”라는 말은 “지금부터 좀 더 버텨야 해”라는 말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미국 커피는 대체로 크고, 뜨겁고, 오래 마실 수 있게 만들어지죠. 한 모금에 끝나는 에스프레소보다, 천천히 식어 가며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커피가 더 익숙합니다.

리필 문화, 효율의 미학


미국 커피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리필(refill)입니다. 식당이나 다이너에서 커피는 한 잔을 주문하면 계속 채워 줍니다. 이 문화에는 미국적인 사고방식이 담겨 있어요.
“한번 시작했으면, 중간에 끊지 않는다.”
“일하는 동안 커피는 계속 있어야 한다.”

커피는 특별한 보상이 아니라, 일을 이어가기 위한 기본 장비에 가깝습니다.


스타벅스가 바꾼 풍경


미국 커피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스타벅스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의 맛보다 형식과 언어를 바꿨어요. 톨, 그란데, 벤티. 이름부터 이미 커피는 ‘사이즈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라떼에 시럽을 넣고, 휘핑을 올리고, 취향을 세분화합니다. 이건 사치가 아니라 선택의 문화에요. 미국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내가 고른 것’이라는 감각입니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개인화된 음료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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