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의 휴무
서른일곱 평생
처음으로 ‘쉼’이라는 아이가 내게 왔다.
하루 24시간 중 16시간 일하는 나였고
한 달 30일 중 27일 일하는 나였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달려온 건지
나는 지금 왜 갑자기 멈춰서 있는 건지
이건 100% 자의도 타의도 아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어떤 순간들이 내게 이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내 선택의 결과물이지만 이런 상황을 바랬던 건 아니었기에
이 ‘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당혹스러울 정도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하루. 이틀. 일주일. 딱 2주까지 좋았다.
놀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그래 나도 좀 쉬고 놀아야지
그런데 3주 만에 한계에 다다랐다.
얼마 전 갑작스럽던 그와의 이별처럼..
나는 왜 삶의 한가운데 멈춰서 있는 건지,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온 것인지,
내게 지금 남겨진 건 무엇인지,
나는 앞으로 무엇을 위해 나아가야 할지..
그리고 내일은 또 무얼 해야 하는 건지
쉬어야 하는건지, 놀아야 하는건지,
나가서 달리기라도 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진짜 서른일곱에 이래도 되는 건지
나는 더 이상 스물도 아니고
육십 은퇴의 나이도 아닌데 왜 이런 시간들이 찾아온 건지
무섭다. 두렵다.
녹슬어 멈춰버린 기계들처럼 영영 고장 난 상태로 삐걱거릴까 봐
내일의 시간을 초등학교 알림장처럼
미리 좀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매일 달리기만 하던 내게 지금의 이 쉼은 전혀 익숙지가 않다.
그래 분명 이유는 있겠지.
나는 곧 괜찮겠지, 내년 이맘때 즈음은 열심히 달리고만 있겠지.
그래 그때 좀 더 놀 걸
잘 쉬어볼걸 지금의 시간들을 그리워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 ‘쉼’은 그동안 내가 선택했던 순간들을 전부 부정당하는 느낌이다.
이별 전 그와의 모든 시간들이 마치 없었던 날들처럼 여겨지듯..
그래. 그러니. 그럴수록, 그럼에도.
나는 이 ‘쉼’을 아주 잘 버텨내야만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