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 #01

불편함에 반응하는 게으른 상상 실험실.

by The Lazy Lab

내 기획력이 어떤 수준인지 나도 잘 모른다.

한국 회사들이 요구하는 사회성, 눈치, 경력 같은 것들에도 크게 자신이 없다. 그래서 시장 흐름을 이해하겠다고 기사들을 읽고 또 읽는다. 그런데도 결국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맴돈다. “내 아이디어가 진짜 먹힐까?”


그 고민만 하다가, 결국 이 생각들마저 사라지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서 실험실에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이 실험 기록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모르지만, 요즘처럼 지루한 회사생활 속에서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순간은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읽는 기사들이고, 오히려 내 상상력과 흥미를 꺾는 건 ‘직책’과 ‘직무’라는 칸막이였다.


그래서 실험을 시작해본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나는 지금 상상력의 회로를 돌리는 중이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이후로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
이 기록은 가독성을 위해 AI의 도움을 받아 다듬었다.



실험 대상: 이제는 사라진 ‘츄로프라이’

언젠가 송도에서 학교생활을 하던 시절, ‘스트리트츄러스’라는 브랜드를 처음 만났다.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에서만 볼 수 있던 츄러스를 동네에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서, 별 생각 없이 하나 사 먹어봤다.


놀랍게도, 어릴 적 캐리비안베이에서 먹던 츄러스보다 백 배는 맛있었다.

츄러스는 내게 어린아이 간식에 불과했는데, 어느새 학교생활에서 입이 심심할 때마다 찾게 되는 최애 간식이 되어 있었다.


후프처럼 말린 반죽은 갓 짜내 기름에 튀긴 거라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했는데, 거기에 뜨거운 채로 시나몬슈거(설탕과 계피가루 1:1 비율)를 묻혀 건네주는 그 감각—아직도 선명하다.

후하후하 불면서, 식기 전에 재빨리 씹어 삼켜야 했던 그 츄러스.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보기 전 스트리트츄러스 매장을 다시 찾았다.

그날, 메뉴판 앞에서 멈춰선 내 눈에 들어온 건 새로운 이름의 메뉴였다.

‘츄로프라이.’


보통 츄러스보다 훨씬 얇고 길쭉한, 맥도날드 감자튀김을 연상케 하는 그 메뉴는, 말하자면 츄러스의 프렌치프라이 버전이었다.

얇은 반죽을 튀겨 시나몬슈거에 묻히고, 종이 깔때기에 꽉꽉 담아주는 방식.

말도 안 되는 발상이었고, 동시에 말도 안 되게 천재적인 아이디어였다.


그날 이후, 메가박스엔 늘 ‘츄로프라이’를 들고 들어갔다. 팝콘 대신, 그게 내 선택이었다.


하지만 실험은 언제나 변수를 동반한다.

몇 번 먹다 보니 작은 문제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째, 생각보다 얇았다. 바삭하기만 해서 쉽게 질렸고,

둘째, 사이즈가 너무 작아 시나몬슈거를 마치 숟가락으로 퍼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셋째, 안쪽에 촉촉한 반죽의 맛이 없다는 게 결정적인 단점이었다. 손에 설탕이 묻는 것도 은근히 불편했다.


그 불편함이, 나의 실험실을 다시 가동시켰다.

기획력 회로에 불이 들어왔다.


나는 불편함을 그냥 못 넘기는 성격이다.

그렇다면 더 좋은 방식이 없을까? 더 나은 형태로 발전시킬 수는 없을까? 상상이 시작됐다.


스트리트츄러스에는 기본적으로 후프 모양의 오리지널과, 길쭉한 ‘츄러스틱’이 있다.

츄러스틱도 나쁘진 않지만, 팝콘처럼 집어먹는 맛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원래 반죽을 뽑던 기계에서 컷 간격을 더 짧게 조정하면, 공 모양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나온 발상은 바로, 츄러스볼.

치즈볼 같은 사이즈의 츄러스 반죽을 튀겨 시나몬슈거에 묻히고, 팝콘통이나 종이 깔때기에 담는다.

손에 안 묻게 이쑤시개 같은 찍는 도구도 함께 제공한다면?


들고 먹기 편하고, 손에 안 묻고, 영화 보며 집어먹기 딱 좋은 간식이 될 것이다.

이건 단순한 츄러스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팝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실험은, 잠시 멈춘 줄 알았다.


졸업 후 오랜만에 트리플스트리트를 다시 찾았다. 츄로프라이를 먹고 싶었지만, 메뉴판 어디를 봐도 그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에 다른 메뉴를 찾아봤지만, 디핑소스 몇 개 추가된 느낌 말고는 예전 그대로였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이 칼럼을 작성하던 중 문득 스트리트츄러스의 인스타그램을 다시 찾아봤다.

그리고 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토핑으로 올라간, 동그란 츄러스볼.


사라진 츄로프라이를 대신할, 내 상상 속 기획안의 실물.

정말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실험실을 계속 가동하게 만드는 이유다.

사라진 메뉴의 아쉬움에서 시작된 상상이, 어쩌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비슷하게 회로를 돌고,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실험한다.

게으르지만 불편함은 못 참는 기획자의 실험실, 그 첫 번째 기록을 여기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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