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고르는 가장 단순한 이유
팝콘 한 알로도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게으른 실험실의 관찰 기록.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영화 보러 가자!”라는 말에는 CGV라는 답이 자동처럼 따라붙었다.
그 시절 CGV는 늘 영화관 세계의 우두머리였고, 선택지는 거의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CGV는 어느새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고, 이제는 ‘먼저’ 찾게 되는 공간은 아니다.
물론 영화관 산업 전반이 코로나 이후 주춤하고 있는 건 맞다.
OTT의 성장, 특히 넷플릭스의 확장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실험실의 관찰은 언제나 내 개인적인 시선에서 출발하기에,
오늘도 나는 주관을 데이터 삼아 기록을 남긴다.
그렇다면, 그대들은 영화를 보러 갈 때 어디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가?
나는 롯데시네마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 다음은 메가박스.
이 순서에는 아주 단순하지만, 명확한 이유가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롯데시네마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양한 팝콘 맛을 실험하고 있다.
CGV도 신메뉴를 내놓긴 하지만, 결이 다르다.
내가 롯데시네마를 먼저 선택하게 되는 첫 번째 이유는 단연코 치토스 팝콘.
혹시, 롯데시네마의 치토스 팝콘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정
말
너
무
맛
있
다.
나는 원래도 치토스를 굉장히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오렌지 불고기맛 말고 검정색 봉지의 매콤달콤한 맛. My all-time favourite)
그래서 처음 이 팝콘이 출시되었을 때,
마치 실험실에 신소재가 들어온 것처럼 들뜬 마음으로 영화관을 방문했다.
치토스 가루를 묻힌 팝콘 위에 진짜 치토스를 한 스쿱 얹어주는 구성.
그 조합은 기대 이상이었다.
치토스 봉지를 다 먹고 난 후 손에 남은 가루를 쪽쪽 빨아먹으며 느끼던 그 아쉬움이,
이 팝콘에서는 첫 입부터 그대로 살아있었다.
이건, 다른 팝콘들과는 달랐다.
편의점에서, 혹은 집에서 따라 해볼 수도 없는 종류의 간식이었다.
그래서 이 팝콘이 먹고 싶을 땐, 나는 롯데시네마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험은 늘 변수를 동반한다.
여러 지점을 다니다 보니 곧 불편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지점마다 치토스 토핑의 양이 들쑥날쑥했고, 토핑을 위에만 뿌려주다 보니
영화 시작 전에 치토스만 다 먹고 나면, 이후에는 치토스 맛만 나는 팝콘만 계속 남아 있게 되는 구조였다.
감사함이 익숙해질 무렵, 불편함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 즈음, 롯데시네마는 이 팝콘을 아예 기본 메뉴로 등록했다.
그리고 치토스와 팝콘을 미리 섞어서 담아주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처음으로, 내 불편함을 정확히 캐치하고 개선해준 기업이 생긴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레이지가 있다면, 언젠가 꼭 롯데시네마에 가서 치토스 팝콘을 시켜 먹어보길.
콜라와 함께 먹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그리고 곧 팝콘통의 바닥을 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어서, 내가 두 번째로 선택하는 영화관이 CGV가 아닌 메가박스인 이유도 간단하다.
메가박스 카라멜 팝콘이 정말 맛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카라멜 팝콘이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
나는, 아니라고 본다.
메가박스에서 튀겨주는 카라멜 팝콘에는 뭔가 특별한 공식이 있다.
카라멜이란 건 본디, 녹인 버터에 설탕을 넣어 만드는 단순한 간식이다.
하지만 그 단순함 안에서 버터와 설탕의 비율은 맛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내 추측이지만, 메가박스는 질 좋은 버터를 쓰거나, 버터 비율을 조금 더 높이는 방식인 듯하다.
바삭한 식감.
고소한 버터 향.
그리고 끝에는 너무 달지 않은, 기분 좋은 단맛이 혀끝에 남는다.
보통 다른 곳에서 먹는 카라멜 팝콘은 너무 달아서 우유와 먹든가, 몇 입 먹고 남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메가박스의 그것은 다르다.
끝까지 맛있다.
언젠가, 다들 조금 더 정밀하게 이 맛을 분석해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서사가 길어졌다.
좋아하는 간식 얘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실험 기록이 길어진다.
그래서 이번 실험은 두 파트로 나누어 진행해보려 한다.
파트 2를 기다리며, 오늘의 레이지들이 롯데시네마의 치토스 팝콘과 메가박스의 카라멜 팝콘을 직접 맛보는 기회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S.
롯데시네마는 한때 ‘치토스 팝콘’의 성의를 이어, ‘마라 팝콘’을 실험한 적도 있었다.
결과는… 그렇게 인상 깊지 않았다.
나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먹으러 갔지만, 그 메뉴는 치토스 팝콘만큼의 열광을 이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도 실험의 일부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