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은 깊었다.
나는 알아요
어렸을 때의 나를 키워주고
세상에 나를 데려와 준 당신에 대해.
당신은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사랑해주셨어요.
.
그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강해져야만 했어요.
때로는 남자가 되어 나를 단단하게 이끌고,
때로는 여자가 되어 내 마음을 어루만졌어요.
내가 서운하지 않도록 애쓰셨고,
나의 성장을 지켜보며
속으로는 상처받고, 혼자 울고,
화를 꾹꾹 눌러가며 살아오셨겠지요.
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안함까지
늘 가슴 한켠에 품고 계셨을 거예요.
지켜야 했던 당신의 역할들
당신은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때로는 무서운 아버지의 얼굴을 하셔야 했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엄격하게 나를 가르쳐야 했죠.
또 한편으로는
배고프진 않을까, 외롭진 않을까
끊임없이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나를 돌보아야 했어요.
그 모든 시간 동안
당신은 당신 자신을 돌보지 못했어요.
오직 나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랑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도 서로를 숨기기 시작했죠
나도 어느 순간부터
당신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당신도 나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서로의 힘듦을 감췄어요.
하지만
너무 지치고 힘든 날이면
우리는 그 마음을 숨기지 못했죠.
티가 났어요.
그럴 때마다
당신은 힘든 마음을 꾹 눌러 담고
오히려 나를 먼저 챙겨줬어요.
나는 당신에게 감정을 쏟아냈고,
당신은 묵묵히 받아주었죠.
그렇게 당신의 감정은 말하지 못한 채,
조용히 잠자리에 들곤 하셨죠.
나는 이제,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도 어른이 되어보니
하루하루 버텨내는 삶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제서야 알겠더라고요.
그때 당신이 왜
말을 아껴야 했고,
감정을 숨겨야만 했는지를요.
늘 괜찮은 사람이어야 했던 당신.
무너지고 싶어도 무너질 수 없었던 당신.
나 하나만 잘 자라주면 된다는
그 믿음 하나로
모든 걸 견뎌내셨던 걸요.
그게 사랑이었단 걸, 그땐 몰랐어요.
사랑을 알게 되면서, 당신이 더 또렷하게 보여요
왜 혼자 있는 부엌에서
조용히 한숨을 내쉬다가
내가 다가오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밥을 차려주셨는지.
왜 사춘기 시절,
무섭고 차가워 보이기까지 했는지.
왜 내가 눈물 흘리던 밤이면
당신도 아마 조용히 베개를 적셨을 거라는 걸요.
이제는, 내가 당신을 안아드릴게요
당신은 단 한 번도
나에게 짐이 된 적이 없어요.
오히려 당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버티고 살아갈 수 있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나를 안아주었듯
저도 이제 당신의 서운함을 들어주고,
당신의 무게를 나누어 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세상이 당신의 수고를 몰라줘도
저만큼은, 꼭 알아드릴게요.
이제는 괜찮아요.
당신이 그동안 눌러두었던 감정들,
가끔은 그냥 흘려보내도 괜찮아요.
선선한 밤바람이
당신의 마음을 다독이듯,
저도 당신 곁에서
그 마음을 안아드릴 수 있어요.
그동안 당신이 나를 안아주셨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