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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Aug 21. 2020

2011년 10월 22일 인천 삼산체육관 성시경 콘서트

노동요 - 아르바이트 후기

(2011년에 적었던 글입니다.)


인천에 산다는 이유로 저번에 농구장 아르바이트했던 업체에서 성시경 콘서트 진행요원으로 일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전화번호를 안 지우나 보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일당은 적지만 가까워서 갔다. 


아침에 삼산 체육관 앞 풋살장에서 경기 구경을 하다가 시간에 맞춰 체육관에 들어갔다. 같이 일할 사람들이 고등학생들이었다. 고등학생들이 노는 토요일에 일을 하더라. 나는 고등학생일 때 놀기만 했는데. 나를 포함해 5명의 남자 아르바이트생은 주차요원을 시켰다. 지난번 농구 경기처럼 성시경 콘서트를 공짜로 보는 줄 알았는데 차만 볼 것 같았다.


오전에는 콘서트장 좌석 설치를 했다. 접이식 의자를 끊임없이 날랐다. 오후 초반에는 VIP 주차장에서 주차관리를 하고 저녁 콘서트 시작 전에는 밖으로 나와서 교통체증을 경찰과 함께 정리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 괜히 경찰이 된 기분이 들어 혼자 어깨에 힘을 줬다.


주차장이 꽉 차 늦게 온 차는 다른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웬 차가 그리 많이 오는지. 그것도 국산 차가 아닌 외제 차가 많았다. 대부분 성시경 콘서트는 커플이 많이 왔는데 차가 외제 차고 모양이 산업혁명 시절 나온 것처럼 생길수록 동승자들의 외모가 화려했다. 설마 외모는 차의 모양과 값에 비례하는 것인가.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교통체증이 조금 풀리고 나니 나는 관계자만 출입하는 입구를 지켰다. 콘서트가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하게 해서 집에 가면 성시경 음악을 들으며 위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경비실 쪽에 CCTV가 있고 성시경 노래는 밖으로 다 새어 나오고 있었기에 CCTV로 콘서트를 감상했다. 나중에 불법 콘서트 촬영을 막기 위해 콘서트장 안으로 들어가 성시경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참 잘 불렀다. MP3를 얼굴에 대고 듣는 기분이었다.


다시 돌아와 입구를 지키는데 성시경이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 내가 지키는 입구 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갔다. 말 그대로 신기했다. 성시경이 참 힘들어 보였다. 눈을 마주쳤는데 연예인이라 그런지 피부 관리를 잘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신승훈 노래. 성시경 콘서트에 성시경은 신승훈 노래를 불렀다.


원래 콘서트가 저녁 7~9시인데 10시 30분까지 했다. 슬슬 집에 가고 싶었다. 옆에 있던 경비아저씨들도 오래한다고 화를 냈다. 성시경이 열정적인 무대를 마치고 땀을 식히는데 관객 앞에서 땀을 닦는다고 경비아저씨가 욕을 했다. 뭐지.


콘서트가 끝나니 차가 몰려나와서 경광봉을 들고 또 차를 빼는 데 집중했다. 계약 시간보다 늦게 일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수당을 못 받은 채 끝났다. 담당자는 돈을 더 달라고 항의할까 봐 급하게 보내는 눈치였다.


콘서트 시작하기 전에 성시경에게 선물을 전하고 싶다던 일본인 팬들이 있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면서 대기실에 두고 갈 수 있게 도와줬다. 잘 전해진 건지, 콘서트가 만족스러웠던 건지 어두운 밤에도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나마 만족스러웠던 것은 도시락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과 음료수가 거의 무한으로 제공되었다는 것. 그다음 날 부대 복귀였는데 이런 호사를 당분간 누릴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 마음 아팠다.


좋았던 점 : 식사와 들려오는 성시경 노래

안 좋았던 점 : 받을 수 없었던 추가 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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