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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Sep 25. 2020

2012년 1월 5일 ~ 2월 19일 장애인고용공단

노동요 - 아르바이트 후기

(2012년에 적었던 글입니다.)


한 달의 공백 이후 다시 일을 찾아봤다. 1월 한 달간 일을 하고 2월에 잠깐 쉬다 3월에 복학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찾았는데 잘 찾아지지 않았다.


여태까지 몸을 많이 쓰는 일이었기에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다양한 기업이 연말정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공고를 보니 죄다 경험자만 뽑았다. 가르쳐서 나중에 또 써먹으면 되지. 경험 있는 사람만 쓰면 돈은 버는 사람만 버는 거 아닌가. 눈에 들어온 것은 장애인고용공단 구인광고. 그런데 급여가 최저시급으로 너무 적었다. 그래도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게 낫겠다 싶어 지원했다. 곧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할 일은 여러 회사에 전화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종로에 있기 때문에 인천에서 매일 지각없이 도착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밥을 줄 수 없다고 사 먹어야 한다고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3초 고민했으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런 목소리로 전화할 수 있냐고 해서 할 수 있다고 했다.


하는 일은 여러 회사에 전화를 걸어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와 고용지원금 관련 서류를 기간 내로 달라고 전하는 일이었다. 잠깐 교육을 받고 내게 주어진 목록 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사람들이 더 기분 나쁘게 받았다.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아서 제대로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맥도날드는 담당자가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맥도날드가 장애인을 직원으로 많이 채용하다 보니 다른 회사보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일개 아르바이트인 내게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하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하고 대화하는 건 참 민망한 일인데 그걸 또 전화로 걸어 목소리도 깔고 대사도 준비해가며 말한다는 게 더욱 민망했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꾹 참고 말했다. 덕분에 대사들이 입에 배어서 전화 예절이 조금 생기는 것 같았다. 얼굴을 보며 말한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목소리로만 상대방을 파악하는 일이기에 사기(?)를 칠 수 있었다. 내가 이 분야에 전문가인 것처럼 했다.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다만 아는 척을 했을 뿐. 사람들이 내게 선생님, 선생님 하는데 뭔가 희열이 있었다.


공단은 내가 일하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1주일 연장 근무를 부탁했다. 사실 점점 일이 지루해져서 싫었다. 전화를 계속 걸어 독촉하는 것도 싫었다. 


전화로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목이 아팠다. 다른 일보다 몸 관리를 잘하려고 애썼다. TM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내게 전화가 오면 전화를 잘 받아줘야겠다. 


좋았던 점 : 가장 나았던 사람 대접

안 좋았던 점 : 최저시급, 긴 출퇴근 거리, 아픈 목과 전화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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