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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Oct 06. 2020

2012년 2월 21일 ~ 2월 23일 종합문화예술회관

노동요 - 아르바이트 후기

(2012년에 적었던 글입니다.)


복학을 앞두고 일을 한 주만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서 멀거나,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거나 2주 이상 해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일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 일이나 다 찔러봤다.


아무런 연락이 없어 늦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모르는 전화번호는 웬만하면 받지 않는데 아르바이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대뜸 오후 1시까지 나오란다. 몇 명이 펑크를 내서 나를 대체로 뽑았나 보다. 알겠다고 하니까 갑자기 11시까지 나오란다.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하는 일이라 나는 그냥 공연 진행요원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공연장은 텅 비어있었다. 무대 위로 사람들이 뭔가 나르고 만들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목장갑을 주며 무거운 것을 들라고 했다.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무대 설치 기사였다. 뮤지컬 <캣츠> 무대 설치를 하는 일이었다. 온갖 무거운 것을 잔뜩 들었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계속 들고 날라야 한다. 허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다. 점심시간이 되니 점심값을 줬다. 점심 먹고 도망칠까 생각하다 왠지 지는 것 같아 그냥 꾹 참고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 감사한 게 군 생활을 하며 끈기가 조금은 생긴 것 같다.


현장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부 남자였지만 딱 한 명만 여자였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을 배려하기는커녕 남자처럼 대했다. 섭섭하다고 툴툴대는 모습을 자주 봤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거의 군대 후임 함부로 대하듯 하는 것처럼 하는 걸 보니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뮤지컬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뮤지컬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열정을 느꼈지 뮤지컬 뒤편의 열정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이 사람들이 있어서 더 뮤지컬이 화려해지고 멋있어진다는 것을. 무대 설치는 거의 막노동 같았다. 직원들이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이 학생들 같아 보였는지 “이 일 하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 들지?” 라고 말을 했다.


뭔가 씁쓸했다. 그 사람들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내게 하는 충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은 절대적으로 피하겠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좋았던 점 : 강제 운동

안 좋았던 점 : 강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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