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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Oct 22. 2020

2012년 7월 2일 ~ 8월 1일 장애인고용공단

노동요 - 아르바이트 후기

(2012년에 적었던 글입니다.)


여름방학이 되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다만 잘 구해지지 않았을 뿐. 매장 창고 정리, 시험지 채점 같은 안 해 본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하나에 채용 광고에 지원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텐데. 내가 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눈에 익은 광고가 눈에 보였다. 장애인고용공단이었다. 지난번에 했던 일을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을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 하고 최저시급에 식비도 주지 않아 망설였지만 일이 잘 구해지지 않아 하기로 했다. 익숙하면 더 능숙하게 할 수 있을 테니까.


나와 지난 번 내 옆에서 일했던 남자 외에는 아르바이트생이 다 바뀌었는데 지난 번 일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나 조금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여전히 말을 많이 해야 하다 보니 목이 조금 아프다는 거는 변하지 않았다. 전화만 하지 않고 어느 안내 행사 같은 데 가서 책상도 나르기도 했다. 잠깐의 바람 쐼이 반가웠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공단 내 지사끼리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서류 접수와 부담금 납부가 제때 잘 이루어질수록 지사의 순위가 높아지는데 자신들이 다 감당하기에는 워낙 담당회사가 많다 보니 적은 급여로 아르바이트를 시켜 접수율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여기 직원도 아닌데 괜히 승부욕이 불타올라 더 열심히 했다. ‘내가 속한 곳이 잘 되면 좋지’라는 생각으로.


한겨울에 출퇴근하는 것도 피곤했지만 무더위에 출퇴근하는 것도 힘들었다. 종로 주변에 어학원이 많다 보니 많은 학생이 토익을 포함한 다양한 외국어를 배우러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뭐하고 있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돈이라는 결과물이 남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에도 1주일 정도 더 일을 시키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그럴 일은 없었다. 쉬다 학교에 가면 될 것 같다.


좋았던 점 : 저절로 떠오르는 업무 노하우

안 좋았던 점 : 여전히 긴 출퇴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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