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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Nov 22. 2020

2014년 12월 26~27일 인천시청 세월호 영결식

노동요 - 아르바이트 후기

2014년에는 평생 잊지 못할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다. 따뜻한 봄날 일어났던 안타까운 일이었고 이를 둘러싼 잡음이 많았기에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람들조차 안타깝고 분노했던 사고다.


나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남들 다 하는 취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주 착잡한 겨울방학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뭐라도 하기 위해 일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영결식 요원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많이 망설였다. 이런 사고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으면서도 돈을 벌려고 일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결식이 잘 치러지도록 돕는 것이 한편으로는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일하기로 했다. 현장에 가보니 많은 남자가 모여 있었는데 다들 일하러 온 것이었다. 이렇게 많이 고용하나 싶었다.


이 영결식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영결식이 아닌 배에 같이 탔던 다른 분들의 영결식이었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과는 합의가 되지 않아 다른 분들의 영결식을 먼저 진행한다고 했다. 예전에 뮤지컬 무대 설치 같은 일을 해봤기 때문에 무대 설치 일을 아예 못할 것 같지는 않아 나름대로 자신 있었다.  첫날 일은 고되지 않았다. 식이 열릴 시청 앞 광장을 청소하고 의자 정리하는 게 다였다. 일이 빨리 끝나 집에 일찍 가겠다고 생각하려는데 우리를 집에 보내지 않았다.


리허설을 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뭔 리허설인가 했더니. 영결식을 방송으로 촬영해야 해서 식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연습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이 아르바이트는 나를 무대 설치를 돕는 일로 부른 것이 아니라 우리를 영결식 참여자로 부른 것이었다. 제대로 무슨 일을 하는지 적혀 있지 않아 당연히 무대 설치를 도울 줄 알았다. 영결식 참여가 마음에 우러나오는 게 아니라 돈 때문에 한다는 생각이 들어 착잡했다. 당연히 무대 설치하고 식이 잘 진행되도록 돕는 일만 할 줄 알았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서 헌화하는 것과 동선대로 이동하는 것을 해질 때까지 연습했다.


이런저런 공연과 촬영까지 신경 써야 하는 영결식 준비를 보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었다. 우리에게 유가족 역할을 하라고 했는데 헌화하는 곳에 이미 영정사진이 준비되어 있었다. 영정사진 앞에서 연습을 하며 차마 그들의 사진을 볼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을 돈 받고 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인천시나 정부에서 영결식을 도와주는 줄 알았던 일이었는데 상조를 고용해서 일했다. 상조에서도 연습하러 나왔는데 경례가 형편없었다. 위로하는 행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렇게 급조됐고 정성 없어 보이는 일이 정말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와 영결식 기사를 찾아보니 유가족 중 일부는 이 영결식을 반대한다고 불참한다고 했다. 일부를 모시지 않고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영결식은 어떤 모습일까 걱정됐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정장을 차려입고 나갔다. 어제보다 날씨가 훨씬 추웠다. 바닥이 빙판이 되어버려 얼어붙은 바닥을 토치로 녹이고 걸레로 재빨리 닦아 내는 일을 식전까지 했다. 사람들이 미끄러져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이 일을 마치고 입구를 지키는 일을 했다. 원래 하려던 헌화는 몇몇만 하고 나를 포함한 소수는 계속 입구 지키는 일만 했다. 하지만 입구에 경찰도 있어서 지킬 일이 없었다. 입구에서 많은 국무총리, 서울시장, 제주도지사 등 많은 정치인을 봤다. 유족들이 흐느껴 우는 소리에 마음이 아팠다.


영결식을 마치고 모두가 떠난 자리를 정리했다. 밥 한 끼 먹고 가라며 행사에 참여한 아르바이트생 모두를 분식점에서 덮밥 하나씩 사줬다. 행사 무사히 잘했다고 행사관련자들이 이야기하는데 마치기는 잘 마쳤으니. 이 사람들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다.


이 일의 장점은 잘 모르겠다. 몸이 아주 힘들지 않았다는 것? 단점은 마음이 힘들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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