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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Nov 29. 2020

아르바이트를 마치며

노동요 - 아르바이트 후기

아르바이트를 처음 하려 했던 것은 중학생이었을 때였다. PC방에 가고 싶은 데 없는 집안 살림에 돈 좀 달라고 말하기가 불편했다. 액수 상관없이 직접 벌어서 떳떳하게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의지만 있었을 뿐 다른 회사나 단체 일을 거들어 본 경험은 봉사활동이 다였다. 그래서 일을 어떻게 구하는지조차도 몰랐다. 친구들이 전단을 돌리며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듣고 동네 피자, 치킨 가게를 기웃거렸다. 전단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싶다고 주인들에게 말했지만 전부 거절당했다. 또래 애들이 일할 때 아파트에 전단을 붙이기는커녕 죄다 쓰레기통에 버려놓고 붙였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렇게 인생 첫 아르바이트 기회를 놓치고 그 이야기를 집에서 말했다. 어머니는 필요할 때 돈을 줄 테니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의 그 말씀은 대학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내 금전에 대한 욕구는 그렇게 어머니의 반대에 막혀버렸다. 받는 용돈보다 더 많은 돈이 있다면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기회를 박탈당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해 허락하지 않은 어머니에게 조금 섭섭했다.


하지만 나의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노동이라는 커다란 대상의 일부만 생각했던 것이었다. 어머니는 남편을 여의고 생계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일을 겪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어머니는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이 고된 상황을 겪을까 걱정하지 않았을까. 돈은 노동의 결과지 전부가 아니다. 나는 일의 대가로 받은 수입에 집중했을 뿐 그 과정에서 흘리는 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는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를 움직였던 것은 돈이 아닌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증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기 때문이다. 남들 여행 다니고 일할 때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해본 것이 없었다. 여행을 다니기는 힘들 것 같아 일해보고 싶었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지 않고 이것저것 단기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것도 다양한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결국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일반적인 사람보다 조금은 늦은 첫 경험이었다.


영화관, 즉석식, 패밀리 레스토랑, 편의점 등 이 밖에도 해보고 싶었지만 못해본 일이 엄청 많다. 그만큼 누구보다 많이, 다양한 일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러 일을 하면서 공통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일의 귀천은 사람들의 시선이 판단은 가능할 뿐 남의 일을 함부로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남들이 좋지 않게 보는 일이라도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 모습을 보며 누군가의 일을 내가 뭐라 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근무 환경이 좋아도 대충 일하고 힘들다고 불평한다. 결국 일 중에 가장 힘든 일은 내가 하는 일이다. 남이 어떤 일을 해도 내 일이 더 힘든 것이다.


학교, 군대 등 다양한 사회를 경험해봤지만, 일터에서 사회생활은 앞의 사회에서 하는 생활과 결이 달랐다. 덕분에 일하며 나라는 사람이 많이 바뀌었다. 사람을 대하는 법, 말하는 법 등 많은 면에서 성숙해졌다. 깨달은 것도 있다. 업무에 임하는 다양한 인간상을 보며 ‘나도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지.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지’ 생각하기도 했고 열심히 일하는 나를 보며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일을 하고 얻는 돈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몸소 깨달았다. 아르바이트한 순간들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일하며 산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생계수단이고 누군가에게는 꿈을 꾸며 나가는 준비단계이기도 하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수많은 사람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지금 일하는 나에게도 말이다.


진행요원 아르바이트를 처음으로 영결식 행사 아르바이트까지. 나의 아르바이트는 끝이 났다. 이제 취업 과정과 직장에서의 일에 관해 쓸 생각이다. 기회가 된다면 군대에서의 일도 적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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