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코미디를 적절히 버무린 성장영화
2000년대 초반은 코미디 영화가 참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직폭력배나 성인 개그를 활용한 영화의 범람하던 그때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다. 나는 조폭 영화는 어느 정도 봤던 것 같지만 <색즉시공> 같은 성인 코미디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보면 안 될 것 같은 경각심이 괜히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02년 가을 <몽정기>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고 학교에서 영화관에 가 단체 관람했다. 어린 마음에 이 영화를 봐도 되는지 걱정했었는데 노골적인 성인물이 아닌 즐겁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아 마음 편히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노총각 교사 공병철(이범수)은 성적 호기심이 가득한 남자 중학교의 담임이다. 그런 학교에 유리(김선아)가 교생으로 오고 병철의 반은 들끓는다. 병철의 반 학생 동현(노형욱)과 친구들은 유리에게 관심을 두지만, 유리의 관심은 스승이자 사춘기 시절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공병철을 향한다.
영화는 개봉 당시 청소년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 시기를 겪었던 성인들을 겨냥했기 때문에 그들이 대부분 공감할 만한 추억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영화는 자신의 소재인 코미디를 청소년의 순수함과 성인이 즐길 발칙함 사이에서 선을 아슬아슬하게 잘 탄다. 그래서 거북하지 않았다. 시트콤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와 장면이 많아 현실적인 느낌이 들지 않기도 하지만 그래도 코미디물이었기에 누가 보더라도 웃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영화 마지막에 형욱의 친구 중 한 명인 석구가 성인이 되어 유리의 학교 교생이 되어 나오는 장면이다. 그 역할을 가수 싸이가 특별 출연해 연기했는데 당시 엽기 가수로 유명했던 싸이와 학생 석구 역을 맡았던 배우의 생김새와 이미지가 비슷해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영화를 같이 본 친구끼리는 특정 장면, 특정 대사에 킥킥대며 웃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더 다듬으면 웃음은 물론 교육용으로, 누군가에게는 청춘영화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의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아이를 위한 교보재를 목적으로 한 영화가 아닌 웃음에 초점을 맞춘 상업영화기 때문에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겠지만 말이다.
중학교 수업 시간표 중 특정 요일의 한 시간은 양호 선생님의 성교육 시간이 하나의 교시로 자리 잡았었다. 당시 성에 관련해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장 상태였기 때문에 선생님의 교육 내용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지만 지금 돌아보면 떠오르는 내용은 남녀 인체 구조에 관련된 내용이나 임신의 과정, 경과 같은 조금은 어렵고 다른 세상 이야기 같은 것이 많았다. 오히려 조금은 내 또래 친구들보다 조숙(?)했던 불량 친구들의 어설픈 무용담들이 더 관심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몽정기> 같은 영화가 잘 만들어져 나온다면 청소년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학생들에게 교육되는 내용은 우리 세대가 배운 내용보다 훨씬 발전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