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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Jun 16. 2020

아이의 눈으로 본 전쟁

전쟁 속 성장기

학교에 다니던 시절 기말고사까지 마치고 나면 더는 수업할 게 없는 선생님들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틀어주곤 했다. 교시마다 다양한 영화를 보는 일은 학기 말의 색다른 재미였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가장 기대했던 시간은 영어 시간이었는데 그 선생님의 상영리스트가 다른 선생님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영어 선생님은 상당한 로봇 마니아였다. 그래서 보여주는 것도 ‘마징가’, ‘게타로보’, ‘건담’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동전사 건담 0080: 주머니 속의 전쟁>이었다. 로봇이라 하면 선과 악이 극명히 갈려 끊임없이 치고받는 전투에 익숙했던 내게 극적인 요소가 상당히 보였던 작품이기도 했고 단지 연방군과 지온군의 모빌슈트를 좋아하던 주인공 알프레드의 전쟁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조조 래빗


그래서 <조조 래빗>을 봤을 때 <기동전사 건담 0080: 주머니 속의 전쟁>이 바로 떠올랐다. 조조의 변화가 중심 내용이었으니까. 겁이 많은 아이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나치와 히틀러를 동경해 군인학교 훈련에 참여한다. 하지만 수류탄 수업에서 겪은 사고로 상처를 입어 활동을 못 하게 된다.



단정한 제복, 화려한 무기와 폭발적인 화력, 승리의 맛. 겉으로 보이는 멋에 누구나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전쟁과 관련된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누군가의 희생, 파괴와 관련되어 있다. 그걸 안다면 선망은 공포와 회피 대상이 된다. 휴식 중 만난 유대인 엘사, 반나치 활동을 하는 엄마와 교감. 전쟁의 참혹함, 아이들까지 전선에 앞장서는 모습들을 보며 조조의 생각은 변화한다. 마침내 조조는 항상 자신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생각을 정리하게 도와주던 히틀러를 바로 차며 자신의 공간에서 쫓아낸다. 



아이들은 순수하다. 하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리느냐, 무슨 색을 칠하느냐에 따라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다르듯 주변인의 영향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이들이다. 밝고 따뜻한 엄마, 함께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없었다면 자기 안에 있는 히틀러에 잠식당했을 것이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뭔가를 얻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잃는 것도 있다. 아이는 그렇게 한 번 더 자란다. 


어린아이들이 무언가를 표현할 때 방법은 어리숙할지 모르나 표현하는 것 자체는 솔직하기 때문에 어른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다. “나치가 되기엔 좋은 시기는 아니야.” 아이라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조조 래빗>은 한 마디로 인상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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