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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Nov 03. 2020

지하철 예찬

종사자라 하는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히트 상품을 하나 추천하라고 한다면 대중교통, 그중에서도 지하철을 꼽을 것이다. 알록달록 색깔의 용들이 얽히고설킨 지하철 노선도를 보라. 그 모습이 어지러워 겁먹지 말자. 직접 경험하면 별것 아닐 테니. 여기저기 다 개통돼 웬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최소 4천 원만 있으면 인천에서 춘천까지 거뜬하다. 환승 서비스는 돈을 더 절약하게 해준다. 이 연결성과 저렴함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도 관여했다. 누군가는 촛불을, 누군가는 태극기를. 각자의 민심을 표현하려 지하철로 모여든다. (태극기 든 분의 대부분은 무료로 모셨다)


‘정보의 바다’ 하면 떠올라야 하는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지하철이다. 지하철의 탑승을 선택하는 것은 바다 한가운데로 수영을 나서는 것과 같다. 누군가의 재산, 사랑, 비밀 등 개인사부터 생활 정보프로그램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생활 꿀팁까지. 수많은 정보와 소식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를 찾아온다. 주의해야 할 점은 걸러지지 않고 전달된다는 것. 정보의 바다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직접 생존 수영에 나서서 몸을 보전해야 한다. 그리한다면 어떨 때는 삶의 지혜를 얻고 어떨 때는 술자리에서 내세울 만한 재미있는 안줏거리가 되어 줄 것이다.


더 필요한 것 없으시냐.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멘트 중 하나일 것이다. 필요한 것을 말하지 않아도 계속 찾아내려 하는 게 이쪽 세계 불문율이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빵빵한 냉난방은 이전부터 있었고 이제는 와이파이도 빵빵하다. 노약자석, 임산부석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 잃어버린 내 소중한 물건도 찾아주고 보관해준다. 이제는 호흡기 건강을 위한 미세먼지 케어도 도입 중이니. 세심한 대한민국 도심의 지하철을 기억해주자.


게임 <파이널 파이트>의 지하철은 난장판이었다. 외국 영화 속 심야의 지하철은 지저분하고 위험해 보였다. 대한민국의 지하철은 안전하다. 물론 몰카, 폭행 등 중범죄, 오바이트, 소변 난사 등 신체 활동 등 다수 중 불특정 소수가 가끔 기행을 펼치기도 하지만 곳곳의 직원들이 연락받으면 도와주리라. 고객센터에서는 비대면으로 갖가지 민원을 처리해주고 심지어 벌컥벌컥 역무실 문 열고 들어와 난데없는 욕과 함께 풀지 못한 분을 풀어도 들어준다. 당신의 부모, 형제, 자식 같은 존재라 여겨 이런 부분은 조금만 이용해주길 바라는 바다.


나의 필요와 기분을 바로 풀어주지 못해 상한다고 너무 욕하지는 말자. 나의 요구는 한 번이지만 찾아드는 온갖 요구는 수십, 수백, 수천이다. 최대한 해결하려 노력할 테니 조금은 늦더라도 수고의 박수와 격려로 이해해주자. 아무튼 대한민국 지하철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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