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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Nov 10. 2020

네 잎 클로버

대학생들과 반년간의 공생활동을 하던 2009년, 동거인들과 가톨릭대학교 한 들판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은 적이 있다. 단 한 번도 네 잎 클로버를 따본 경험이 없었기에 그때도 허탕 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찾았다며 들어 올리는 모습은 마치 소풍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찾은 어린아이 같았다.


경제적 어려움, 가정 내 불화,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이 살던 학생들의 사연은 안타까웠다.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서로 격려하며 기도해주는 게 다였다. 나 역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한 상태였다. 행운이라는 뜻을 가진 네 잎 클로버를 찾는 것은 행운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었을지 모른다.


하나도 못 찾은 나는 네 잎 클로버 찾는 데 일가견이 있던 이의 도움을 받았다. 전문 낚시꾼 같은 감으로 짚어준 포인트에서 뒤적인 결과 나도 서너 개의 네 잎 클로버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책 사이사이에 고이 모셔뒀다. 그리고 주말에 집에 가 코팅지에 넣고 다림질을 했다. 겨우 찾은 행운을 안전하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결국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다 나눠줬기에 내게 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여전히 청년이라는 입장에서 세상 속 풍파와 다들 싸우고 있다. 그때 찾은 그 행운이 나와 그들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그 일을 떠올릴 때면 조금이나마 힘을 내본다.  열심히 쏟은 그 노력이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거라는 바람과 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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