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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 Sep 16. 2021

오늘 그리고 내일

『아침 그리고 저녁』(욘 포세, 문학동네)

더운물 더요 올라이, 늙은 산파 안나가 말한다

_『아침 그리고 저녁』(욘 포세, 문학동네)     


  가끔은 내가 어른의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어른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고 신기하게 여겨진다. 사람들은 또 언제 저렇게 무럭무럭 자라서 어른이 된 걸까.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 시간을 자신의 관심과 취향으로 일구며 같은 일상을 더 풍성하게 일구는 것, 제 몫의 어른을 누구보다도 단정하고 단단하게 살아내는 것. 다른 게 대단한 게 아니라 나는 그런 일들이 놀랍다.

     

  우리 대부분은 일정한 사이클 안에서 큰 변화 없이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하루를 산다. 그리고 언젠가는 죽는다. 살면서 분명한 건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세상에 태어나 숨 쉬고 살아간다는 게 이 나이를 먹을 때까지도 신기하고 얼떨떨하다니. 사람이 배꼽에서 태어나는 줄 알았던 아이는 중학교 과학 시간에 난자와 정자의 만남으로부터 인간이 초래된다는 대강의 과학적 사실을 배우지만 “그래서, 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스무 살로 밀려 나온다. 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 라는 질문의 ‘어떻게’가 ‘왜’로 대체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걸 보면 그 물음은 어쩌면 질문의 상태로만 존재하는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 답이 너무 단순하고 자명하여 설마 뭔가 더 있겠지, 하고 있는 것일지도.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 또한 의외로 많다. 분명한 대답을 가지고 있다고 큰 소리치거나 저만 옳은 줄 알고 쩌렁쩌렁 목소리 높이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내가 알고 내가 믿는 것만이 전부인 세계는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다. 토론도 소용없다. 그렇게 협소한 지평 위에서 거친 언행만 일삼다 보면 가장 먼저 훼손되는 건 자신과 자신의 일상이다. 무엇이 중요한가. 

     

  늙은 산파 안나가 더운물을 더 달라고 한다. 한 아이가 태어나고, 살다가, 죽었다. 단지 그 이야기를 하는 것뿐인데 대답보다 더 윤이 나는 질문을 갖는다. 그러나 소설 속 어떤 인물들의 말은 답이 될 수도 있다. 삶을 완결지은 사람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대답은 책 속에 있다.


2019. 9월



* 써두었던 글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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