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9의 기록,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들.
글 쓰는 것도 슬픈 봉사 마지막 날이다ㅠㅠ 이후 일정 취소하고 그냥 오르차에 눌러 있고 싶은 마음 가득이었다. 하지만 후원금도 다 써버렸고, 남은 건 아그라행, 우다이푸르행 기차표뿐이다.
오늘도 예그리나, 인도주의 팀과 함께 진행하기로 해서 먼저 로티아나 마을로 갔다. 예그리나와는 12시쯤에 찬드라반에서 만나기로 했다.
준비한 프로그램은 운동회이기 때문에 도착해서 어디서 할지 미리 살펴봤다. 다행히 학교 근처에 공터가 있어서 다 같이 한 줄 기차를 만들어 공터로 걸어갔다. 운동회 프로그램은 두 가지! 2인 3각 과자 따먹기와 보자기로 공 옮기기이다. 아이들도 꽤 많아서 인도주의 팀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절대 하지 못 했을 프로그램들이었고, 그들과 함께 해서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공터가 꽤 넓어서 두 개를 나눠서 동시에 진행했다. 2인 3각이 끝난 아이들은 옆으로 넘어와서 보자기로 공 옮기는 놀이를 했는데 보자기가 끝나면 갈 곳을 잃고 방황하길래 다 같이 갑자기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사실 달리기를 하자고 말한 건 아닌데 내가 뛰니까 다들 같이 뛰어줘서 멀리 있는 나무를 기준으로 한 바퀴를 뛰었다. 그렇게 한 세 바퀴 정도 돌고 나니까 너무 힘들어서 내가 할 줄 아는 힌디어를 동원해보았다. 우리나라에서 번호 세듯이 하나, 둘, 셋... 을 한 명씩 일어나면서 말하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내 행동을 따라 하는 데에 그쳐서 결국 할 수 없었다. 내가 '엑(하나)'를 하면 다들 하나, 하나, 하나...로 끝나버린다! 그래서 그냥 줄 가지고 림보를 했다. 림보도 잘하는 아이들!!
학교로 다시 돌아와서 인도주의 팀은 한국에서 가져온 옷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우리는 먼저 찬드라반으로 갔다. 예그리나가 아직 오지 않아서 먼저 운동회를 시작했다. 운동회는 로티아나와 동일하게 진행했다. 나는 중간중간 아이들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마지막은 아이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어린아이들부터 풀장에서 짧게 샤워를 했다.
예그리나가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을 씻겨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다 같이 도와서 아이들 머리를 감겨주었다. 샴푸 짜서 거품 내주는 사람, 물로 씻겨주는 사람, 수건으로 말려주기, 바셀린 발라주기 이렇게 일을 분담했다. 처음에는 애들 바셀린을 발라주는데 뭔가 덜 씻긴 느낌이랄까. 가끔 발휘되는 결벽증이 도져서 속으로 '아 더 깨끗하게 씻겨주고 싶다...'라고 생각했는데 수건 들고 있던 설주 언니가 샴푸 하는 거 도와달라고 해서 결국 내가 샴푸를 손에 들었다. 애들 샴푸도 해주면서 귀 뒤랑 코 옆을 깨끗하게 닦아줬다. 뭔가 변태 같지만 깨끗하게 씻겨줘서 너무 행복했다. 특히 코가 막힌 아이들(코딱지로...)의 코를 풀어주니까 내가 다 시원해서 내 옷은 더러워졌지만 기분은 엄청 좋았다. 내년에 봉사 오면 씻는 프로그램을 꼭, 꼭 넣어야겠다. + 봉사기간은 최소 일주일로!!
머리 감기는 끝나고 이제 풀장에 물을 채워서 어린아이들부터 샤워 아닌 샤워를 했다. 그냥 물속에 들어가서 등 같은 곳에 물 끼얹어 주는 수준이었지만 애들이 너무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모습에 또 감동... 마지막 날이라 괜히 아무거나 다 감동했다. 작은 아이들부터 큰 아이들까지 순서대로 들어갔는데 물이 흙탕물이 되었다. 일단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 외에는 겨울이라 추워서 잘 안 씻는 것 같기도??! 물 밖으로 나와서 추워하는 아이들한테는 수건을 덮어주었다. 뽀송하게 씻은 아이들에게 바셀린을 발라주니까 더 뽀송해졌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아이들 얼굴이 막 생각나는데 너무 보고 싶다... 내년에 몽골에서 돌아오면 당장 인도행 티켓을 끊으리라!
이제 진짜로 다 마치고 인도주의 팀은 먼저 돌아가고, 예그리나는 도서관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우리도 아이들한테 인사를 하는데 평소에 하던 '까르 밀렝게(내일 만나)' 대신에 '피르밀렝게(나중에 만나)'라고 인사를 하니 갑자기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 인사에 아이들이 '피르밀렝게?? 노노 까르 밀렝게~' 이렇게 자꾸 내일 보자고 인사하니까 진짜 내일 다시 오고 싶은 마음도 들고, 내년에 과연 다시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 눈물이 고였다. 눈물이 고이기만 했는데 손을 내밀어서 닦아주려고 손을 내밀어서 더 슬퍼져서 결국은 펑펑 울었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손을 내밀어서 울지 말라고 눈물을 닦아주는데 그 손길이 너무 고마웠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구나 싶었다. 엄마들과 아이들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그 품이 너무나도 따뜻했다. 그렇게 펑펑 울다가 사진으로 아이들 모습을 좀 남기자! 하고 카메라를 켰는데 증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눈이랑 코가 너무 빨개서 어디다 쓸 수 없는 사진들만 잔뜩 찍었다.
찬드라반 마을을 알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내가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 것도,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사용해주시는 하나님께 너무나도 감사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 곳에 와서 또 다른 사랑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를 이 곳으로 인도하신 모든 발걸음들이 나중에는 더 크고 귀한 곳에 쓰임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