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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Jul 13. 2019

오늘의 고민.

개입과 방관의 경계선

사진첩을 보니 오늘은 하늘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햇빛은 쨍쨍하고, 날은 더워서 어지러울 정도의 날씨였는데 일지 작성을 해야 해서 센터까지 왔다 갔다 걸어가는 게 더 고생이었다. 마침 혼자 걸을 시간이 많아서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해봤다.

자원봉사자의 태도.

책정된 사업비 이외에 사비로 아이들에게 무언가 해주는 게 맞는지. 축제 때 아이들과 학생들이 짝지어서 다니는 와중에 몇몇 아이들만 놀이기구를 태워주고, 간식을 사줬다고 한다. 아이들이 점점 모이자 그냥 돈 없다고 얘기하고 둘러댔다는데 이미 놀이기구 타는 모습을 봐버린 후라 아이들의 실망감이 컸을 것이다.

사비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반년 이상 이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나에게도 큰 문제다. 잠시 왔다 가는 봉사팀이 그동안의 규칙을 흔들어 놓는다면 앞으로의 운영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이 사건 이후에도 사비로 전체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주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해서 학생들한테 한 번 얘기를 했다. 그런데 이 얘기를 학생들한테 했다고 해서 효과가 반감된다느니, 개입은 본인이 할 테니 자기한테 먼저 말하라는 인솔자 분의 말이 더 나를 힘들게 한다. 물론 학생들끼리 충분히 이 얘기를 나눈 상태고, 반성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말을 꺼낸 이유는 내 우선순위에는 봉사팀 학생들이 아닌 센터 아이들이 위에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동안 벌어진 일을 통해 앞으로 남은 약 7개월의 기간을 염려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

마땅한 이유가 없는 대가가 아이들에게는 권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미래에 이유 없는 요구를 하는 어른으로 자랄 수도 있다. 또한 우리의 의무는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일은 애초에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책임자인 내가 주의를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개입을 하지 말라'는 말이 굉장히 신경 쓰인다. 우리 따로 너네 따로가 아닌 함께 하기 위해 온 게 아닌가...

의도한 말은 아니겠지만 나는 이미 상처를 받았고, 상대방은 내 상처를 모를 것이다.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행동이었는데 결국은 상처로 돌아온 것 같다.


주변에 탁 터놓고 말할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힘든 것 같다. 내가 바가노르에 있는 유일한 한국인이고, 지금 와 있는 봉사팀에는 과 후배도 있지만 이런 상황을 얘기하는 건 상대에게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여기에라도 적어서 조금이라도 상처 받은 마음을 풀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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