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3: 누구나 사기는 당할 수 있다.
오늘 잔시로 가는 기차는 6시에 뉴델리역 출발이었다. 그래서 다섯 시 조금 넘어서 기차역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뉴델리역을 비롯한 내가 가본 모든 기차역에 들어가려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항상 그랬듯이 들어가려고 긴 줄에 섰고, 우리가 들어갈 차례가 됐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아저씨가 기차표를 검사한다고 했다. 잘못된 표를 줬는데 다짜고짜 기차표가 취소되었다는 아저씨. 이때부터 잘못되었다. 믿으면 안 됐는데... 인도 영어에 특화된 영어 듣기 실력이 아저씨 말을 고대로 믿어 버렸다. 우리가 탈 기차가 취소되었다며 두 가지 방법을 종이에 급하게 적어줬다.
-코넛플레이스에 있는 투어리스트(?) 어디를 가서 기차표 교환, 니자무딘 역에서 6:45 기차를 타라
툭툭을 300에 합의 봐서 우리를 급하게 태우고 코넛플레이스에 위치한 사기의 근원지로 데려다줬다. 간판에 아마도 뉴델리 투어리스트 뭐시기...라고 적혀있었다. 툭툭 타고 가는 길에 리서브한테 전화하니까 자다 깬 목소리로 "취소될 수도 이써여,,, 인도 겨울에 자주 그래여..." 엄청 피곤해 보여서 그냥 끊었다. 나마트한테 전화해서 사정 설명하고, 툭툭 아저씨한테 전화를 바꿔줬다. 일단 거기 여행사에 들어가서 진짜 취소된 건지 확인하니까 취소됐다고 다른 기차를 예약해야 한다고 했다. 근데 또 취소될 수 있으니 택시 타고 가라고 ㅋㅋㅋㅋㅋㅋ
20000루피(한화로 약 33만 원)를 내고 택시를 타랬다. 제가 환전한 돈이 21000루피 인데여....? 넘나 당황했지만 아니다 싶어서 기차 어플로 시간을 알아보고 니자무딘 역으로 가려고 했다. 근데 툭툭 아저씨가 갑자기 태세 전환하시더니 "너네가 타려는 기차 인도에서 제일 빨라! 그동안 한 번도 취소된 적 없어. 뉴델리역으로 다시 데려다줄게"라고 하셨다.... 그럴 거면 첨부터 우릴 내버려 두시지.... 하튼 그렇게 엄청 급하게 기차 출발 5분 전에 역에 도착하고, 하원이는 엄청 큰 캐리어를 들고뛰었다.
근데 검색대에 그 아저씨는 없었고, 우리는 급해서 검색대 옆으로 그냥 슉 갔는데 아무도 안 막았다. 검색대 있는 이유가 무엇... 그렇게 안전하게 기차 탑승. 10분 늦게 잔시에 도착했다. 우리가 사기당한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아마 어벙하게 생겨서... 안경 끼고 큰 배낭 메고 있으니 어리숙하게 본 것 같다. 하튼 또 하나의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겼다!
사실 네 번째 오는 거기도 하고, 나라면 안 당할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기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 산다!
오르차에 도착해서 짐을 풀자마자 한식을 해 먹고, 근처 템플 구경을 했다. 큰 역경을 이겨낸 우리 모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내가 4년째 방문하는 옷 가게가 있는데 사장님이 작년에 카메라를 사다 달라고 부탁해서 안 쓰는 디지털카메라를 선물했다. 카메라 값을 받기보다는 그냥 옷을 싸게 샀다. 그리고 고맙다며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해서 시간 맞춰 다시 가게로 갔는데 원래는 자기 집에 초대였는데 갑자기 친구가 하는 식당에 가자며 말을 바꿨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꾸 벌어지는 곳, 여기가 바로 인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