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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은 Jan 15. 2020

느긋하게 쓴다

100+

새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년 새해에는, 직장을 나오고, 이제 시나리오 작가라는 꿈도 때려치워야지 하는 결심 같은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하나도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브런치를 28개쯤 썼을 무렵, 마음속에 있었던 하고 싶은 말은 거의    같았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써도 되나? 싶은 내용도 있었지만 딱히 거르지 않았다. 누굴 비난한 내용이 아니라, 단지  약점을 드러낸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없었다. 비난을 받을 내용일지도 몰라, 욕할지도 몰라, 이런 글은 온라인에 쓰면  될지도 몰라, 했던 시간이 조금은 우스울 만큼. 그래서 안도했다.


 혼자 전전긍긍했지, 생각보다   아닌 생각이었구나 싶어서.


마음속 이야기를  털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후로도 출퇴근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꼬박꼬박 글을 썼다. 지하철  한강을 보면서. 가끔은 썼던 글을 회사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읽고  읽고 고치고  고쳤다.



예전에 직장 생활 때문에 시나리오를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그렇게 썼었다. 출퇴근하는 시간에 아이디어를 쥐어짜서 휴대폰에 플롯 메모를 하고, 회사에서 틈틈이 수정하고, 집에 오면 다시 그걸 토대로 미친 듯이 썼던 습관. 브런치에 작가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글을 쓰면서도  습관대로 썼다.




가까운 지인이 10 가까이하던 직장인 생활을 접고, 작년에 팟캐스트 메인작가로 활동하다가 올해 초에 웹드라마 작품을 단독으로 쓰게 되었다.  우물을 파니 되긴 되는구나, 싶어  얘기를 듣고 반나절 가량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만나서 깊게 상황을 알고 보니, ‘그 바닥 시세’라는  있는데 그에 한참  미치는 후려쳐진 금액으로 계약했다고 한다. 이제 끝날 때쯤 되었는데 다음 드라마 때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면서 좋은 기획과 초반 4 시놉만 괜찮게 뽑아오면 종편 방송까지 작업할  있을 거라고  같이 하자는 허황된 약속을 하더란다. 믿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하고 싶고, 다른 일이 아니라  쓰는 일로 돈을 벌고 싶고, 그걸로 커리어를 갖고 싶어서 썼지만 다음 계약에도 후려치기 당하는 금액이라면 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그럼  그들은 데뷔하고 싶은 신입을 어떻게든 구해서 계약금 후려쳐서 시킬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직도 꿈을 꾸는 지인이 대단하기도 하다. 하지만  쓰는 삶이 얼마나 불규칙적인 수입으로 살아야 하는지  불안함을 아는 나는 글로 밥을  생각을 1 전에 접었고 후회는 없다.  글은 돈벌이의 수단으로 변화할  없을 것이다. 대신에 내가 쓰고 싶은   속도로 쓰는 것을 아무도 뭐라   없다. 그냥 지금 이대로도 좋다. 그냥 느긋하게, 쓰고 싶은 만큼 쓰는 것도 좋은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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