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은 힘이 있다
최근 MBC에서 방영 중인 <내일>이라는 드라마는 자살하는 인간이 많아지자 저승에 자살자가 몰려드는 이 기막힌 상황을 수습하고자 임시적으로 자살을 방지하는, ‘위기관리팀’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저승 임원들이 탐탁치 않아하는 구련(김희선)이 팀장이 되어 팀원들과 함께 ‘자살의 빛’이 켜지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을 살고 싶게, 살 수 있게 만든다.
위기관리팀의 존재 이유에 물음표를 갖는 인도관리팀 팀장 중길은 그들이 하는 일 하나하나가 다 마땅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무명 뮤지션인 남자가 자살을 하려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 뮤지션의 부인이자 교통사고로 사망한 허나영의 영혼이, 남편을 살리기 위해 저승길에서 유턴해 이승으로 도망친다.
그녀는 위기관리팀의 도움으로, 그녀를 따라서 죽으려던 남편의 마음을 돌리고, 그녀도 다시 저승으로 발길을 돌린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옥황 회장이 중길과 대면한다.
중길이 옥황 회장에게 항의하듯 말한다.
중길 : 사연 있는 영혼이 한둘이 아닌데 왜 그들만 눈감아줘야 합니까.
옥황 : (네가 이러는 게 더 이상하다는 듯) 박 팀장이 굳이 안 나서도 되는 업무였는데 나선 이유가 뭐였을까.
중길 : 그들이 구하려는 자들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옥황 : (흥미진진하다는 듯) 그래? 그래, 보니까 어때?
중길 : (혐오스럽다는 듯) 더 증오스러워졌습니다.
옥황 : (지금까지와 다르게 표정이 차가워지며) 왜 그렇게 생각하지.
중길 : 고작 말 몇 마디로 살아갈 힘을 얻을 거면서, 왜 쉽게 죽음을 선택하는 것인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옥황 : (더욱 표정이 싸늘해져서) 그 간단한 말 몇 마디를 듣지 못해서 죽음을 선택하는 자의 심정은 어떻겠어. (한숨 쉬듯) 장담하건대 죽음을 쉬이 선택하는 자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사람들은 가끔, 말 몇 마디 가지고 뭐 대수냐,라고 하지만 잔인한 말은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우리가 죽고 나서야 접하는,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다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그 증거다. 비수가 되는 말은, 웹상에서 삭제가 된다 하더라도 당사자의 뇌리에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관심의 대상으로서 하루 수십, 수백, 수천 개의 욕을 매일 들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반대로 어떤 상황에서, 따뜻한 말은 사실, ‘고작, 말 몇 마디’라는 말로 후려쳐도 되는 무게가 아니다.
그 순간에 꼭 필요했던 어떤 따뜻한 말 몇 마디는, 그저 말 몇 마디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가 어떤 힘겨운 순간을 버텨낼 수 있는 최소한의 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