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날의 시를 좋아하세요

<밤엔 더 용감하지>를 읽으며

by 시은


이제 폐업을 한 동네 독립책방서점에서 구매한 <밤엔 더 용감하지>를 읽고 있다. 내 기억으로, 아마 출간되자마자 구매한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앤 섹스턴. 이름만 들어도, 처음 듣는 이름인데도 작가 같은 이름들이 있다. 앤 섹스턴이라는 이름도 그렇다. 마녀가 쓴 것 같은 문장을 가진 그녀의 시들은 매우 매혹적이고, 또 마녀답게 사람을 홀린다. 솔직한데 매혹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시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홀리는 기분이 든다.




나는 시를 잘 모른다. 알지 못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시조, 근대시, 현대시 분류별로 배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다.


알려고 노력했냐고 물으면 그것도 사실 자신이 없다. 아예 평생 시집 한 권 안 읽는 사람들에 비하면 노력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비록 같은 카테고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도 글이라는 걸 쓰는 인간인데 글로 밥 먹고 살고 싶은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동종업계의 누가 봐도 ‘야, 너는 진짜 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할 만큼의 양인지는 모르겠다.


없지는 않지만 내 곁을 살포시 스치고 지나가버리고 마는 야속한 월급 같은, 작고 소중한 정도의 노력이었다.


대학 다닐 때, 인상적인 배움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감 떨어지지 말 것’이었다. 방송국 PD 들 중에는 꽤 유명작(히트작)이 있는데도 몇 년 안 돼서 현장이 아니라 국장으로 승진하고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어 얼마 뒤에는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기 있던 포맷이지만, 했던 거 또 하고, 했던 거 또 해서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해서 몇 년차쯤 되면 더 이상 프로그램 연출을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다 감 떨어져서 그런 거라고, 방송작가로 잔뼈가 굵은 교수님이 말했다. 이 바닥은 감 떨어지면 끝이라고.




시를 공부한 내 노력은 내 나름의 ‘감 떨어지지 않기 위한 수단’이었다. 어쨌든 시는 글 중에 가장 감각적인 분야이니까. 하지만 역시나 잘 모르겠고 그렇다.


그래도 좋아하는 시인들은 있다. 시를 잘 모르는데 모르는 와중에도 분명 내 취향은 있다. 마치 누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지만 분명 좋아하는 노래는 분명 있는 것처럼.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는 <조그맣고 단순한 찬가>이다. 조금 옮겨보자면 이런 이야기다.


p.116-122

조그맣고 단순한 찬가


그게 내가 쓰고 싶었던 것.

그런 노래가 있었어!


네 무릎뼈를 위한 노래,

네 갈비뼈를 위한 노래,

(…)

자면서도 숟가락을 계속 꼼지락거리게 하는

네 웃음을 위한 노래.


(…)


넌 정말 날아오를 거야.

그 후에 넌, 아주 간단히, 아주

고요하게 네 자신의 비석, 네 자신의

평면도, 네 자신의 소리를 만들어 낼 거야.


나는 그런 음악, 기타 소리가 나는

그런 시를 쓰고 싶었어.

나는 튼튼한 치아들로

그런 소음의 군단을 만들려고 했어.

방파제에서 나는

각각의 배에서 별을 잡으려고도 해 봤어.

그리고 손길을 거두면서

나는 그들의 집들 그리고

침묵들을 찾아보았지.

딱 하나 찾았어.


(…)


나는 단순한 찬가를 찾아다녔지만

사랑에는 그런 것이 없더라.


1965년 3월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작 말 몇 마디, 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