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은 Sep 30. 2019

Ten Days of Happiness

그 정도면 충분하다

<청춘의 문장들>에 이런 내용이 있다.


1968년 프랑스에서 학생운동이 극에 달했던 시절, 바리케이드 안쪽에 쓰여진 여러 낙서 중에 ‘Ten Days of Happiness’라는 글귀가 있었다고 한다. 열흘 동안의 행복. 그 정도면 충분하다. 문학을 하는 이유로도, 살아가거나 사랑하는 이유로도.




성실기를 그럭저럭 다 쓴 것 같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작가 지망생의 일상을, 그래도 76번이나 쓸 수 있어서, 누군가 봐준다는 것도 좋았지만 쓸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다음은, 역시 아무도 궁금해해주지 않았고, 심지어 영화화되지도 않은 내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시나리오 수업 때 지망생들에게는 공통된 질문이 던져진다.


-쓰는 시나리오가 어떤 줄거리인지 한 줄로 말해주세요.


내 이야기는, 춘향전 프리퀄이다.


어린 시절 기생이었던 월매가 지독한 가난 때문에 기생이 된 후 혼인을 꿈꿨던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후,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춘향이를 키워내고, 그녀의 딸 춘향이만큼은 자신과 달리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사랑과 인생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배경, 캐릭터를 만들면서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 내가 애정이 가는 캐릭터의 성격과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와의 간극들을 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는 내 판타지이기도 하다.


불합리한 사회구조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인간관계가 내 인생에서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시나리오에서는 내 인간관계의 판타지가 이루어져 있다.


이 글들이 재미있을까 생각하면 걱정이 된다. 아주 많이.


하지만 쓰면서 무척 즐거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할 거 같다.









작가의 이전글 #가상 캐스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