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보더콜리 "만두"의 털뭉치

사랑과 크레딧 카드로 키워내는 내 새끼

by 뉴새로미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그것도 머리가 가장 똑똑하고, 활동량이 어마무시하다는 보더콜리를.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넘어가서 일을 하면서 나의 멘탈은 그냥 사막에 모래처럼 분열을 했다. 회사생활도 내가 꿈꿔온 뉴욕생활이 아니었으며, 가난하고 모든 것을 나에게 의지하던 남자친구는 나에게 너무나도 큰 부담이었다. 어깨에 짐을 한가득 싣고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그 어깨가 퇴근하던 길 하루는 너무 무거워서, 이대로 뉴욕 지하철 저기 저 선로로 뛰어들고 싶다고 생각을 할 만큼 나는 정말 힘들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나 자신을 챙길 겨를이 없을 만큼 나는 무너져 내렸다. 세상 나만큼 밝은 사람이 없었는데 내가 우울증 이라니. 병원에서는 좀 더 활동성 있는 일이나, 운동이나 그것도 못하겠으면 자주 걸으라고 했다.

힘들면 초록색을 많이 보면 좀 나아진다는 말처럼, 힘들 때 해야 하는 일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30분이라도 운동을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등등 하지만 말이 쉽지 정말 우울증에 걸려보면, 침대에서 나오기 조차 싫어지는데, 그 와중에도 먹고살아야 하니 출근을 했다. 그러다 심해지는 우울감에, 이대로라면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을 때 다시 병원을 찾았고, 그 선생님께서 책임감이 강하신 분인 것 같은데, 혹시 금전적인 여유가 되고 강아지를 좋아하시면 조금 활동적인 강아지를 키워보시는 게 어떨지 조심스레 추천을 해주셨다. 원래는 이런 조언 안 드리는데 아무래도 강아지를 우울하다고 모두가 키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혹시 그 환자가 우울함에 강아지를 무책임하게 버려둔다던지 할 수가 있으니까, 근데 나는 열 번의 상담동안 책임감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선생님께서 인식을 하시고는 이러한 조언과 추천을 해주신 것이었다.


"보더콜리라는 강아지 견종을 아세요?"


알고 있었다.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다 보니, 나중에 강아지를 키우면 보더콜리 같은 종을 키워봐야지 생각했고. 그 즈음에 보던 유튜버도 보더콜리 세 마리를 키우는 "보더로운 생활"이었다. 그래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견종이었다.


"환자분 같은 경우는, 상담내용을 들어보면 책임감이 굉장하신 분 같고 혹시 금전적인 여유가 되시고 강아지를 키우는 것에 대한 생각이 있으시면 치료 목적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테라피 도그라고 하죠, 심리치료견.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치료상담 이후 강아지가 주는 긍정적인 삶의 부분에 대해 찾아보고, 키울 때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부터 찾아봤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지라 5~6개월을 내내 고민하고, 리서치하고 지내다가 지금 5년째 함께 살고 있는 "만두"를 데려왔다.


IMG_1979.jpg 브리더가 보내준 사진 속 여러 아이들 중 제일 못난이여서 :"얘 말고 다른 애"라고 했었는데. 이 아이가 내 품으로 왔다.


정말 선생님 말대로, 강아지를 키우게 되니 내가 원하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야 하고 예방 접종이다 뭐다 해서 병원을 자주 가야만 했고. 강아지 밥, 간식, 그 외에 필요한 것들을 사러 다니느라 한동안 너무 바빴다. 아기를 낳아본 적은 없지만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고된 육아처럼, 정말 아기를 키우는 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만 같았다. 밤이면 낑낑댔고, 조금만 놀아주지 않으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놀자고 칭얼댔다. 너무나도 작고 소중한 이 존재를 그냥 막 자라게 할 순 없어 최고로 좋은 것들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돈 버는 재미를 느꼈고. 뭔가 해 줄 수 있음에 뿌듯했다.

강아지를 통해 이런 감정을 느낄 수가 있다니... 조금 우스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정말 부모가 되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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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강아지공원에 가는 것은 일상이었고, 주말이 되면 늘 만두가 좋아할 만한 곳에 놀러 가고, 화식이 몸에 좋다 하여 일일이 요구르트부터 미트볼까지 만들어줬었다. 만두는 사실, 동배의 형제들보다도 작게 태어나 엄마젖도 제대로 못 먹고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내 품으로 왔다. 만두를 데리고 있던 브리더가, 만두는 너무 약해 아마도 양치기 견으로도 못 쓸 것 같아 어미에게도 버림 당하고 결국 약해서 죽을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데리고 올 아이는 사실 만두가 아닌 다른 아이 었는데, 원래 만두를 데리고 갈 사람이 만두가 약하고 작은 걸 보더니 다른 형제를 데리고 갔다. 그래서 결국 만두를 데리고 갈 사람이 없었고. 강아지를 데려오기 위해 왕복 8시간을 달렸던 나는, 빈 차로 돌아오고 싶지 않아 약한 만두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이게 인연인가 싶어서, 내 품으로 올 운명인가 해서.


만두는 보더콜리이지만 다른 보더콜리와는 달리 굉장히 차분하고, 나 밖에 모르고 감정을 잘 읽는 멋진 보더콜리로 성장했다. 보더콜리라서 밥보다도 공에 더 미쳐있는데,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하거나 몸이 안 좋기라도 하면 만두는 내 분위기를 파악을 하는 것인지, 스트레스를 냄새로 알 수 있는 것인지 공 놀이를 하다 말고 내 차가 있는 곳에 가서 우두커니 앉아있는다. 마치, "안 놀아도 되니까 집에 가서 쉬어요" 하는 것처럼. 이런 일이 매번 내가 아프거나 스트레스받아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만두랑 놀아줘야 해서 공원에 가서 공놀이를 하거나 원반을 할 때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내 품속에 파고들고, 얼굴을 핥아주고 아무리 내가 공을 던져도 내 옆에서 자리를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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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하고도 8개월 정도를 미국에서 만두와 생활하다가, 미국에서의 삶이 너무 고되고 또 내 몸이 좋지 않아. 가족이 있는 호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만두를 미국에서 호주로 데려오는 과정과 비용이 어마무시했다. 대략 미화로 15000불가량 들었고,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피검사를 하고 기관에 보내 인증을 받고, 그 이후로 또 몇 개월 뒤에 다른 검사를 하고 통과를 해야만 호주로 올 수 있었고, 강아지를 이송해 주는 기관을 따로 고용해야만 했다. 호주에 만두가 도착을 해서도 2주간 격리를 해야만 했어서 무척 고생을 했다.


어떻게 보면, 우울증에서 나를 건져 올려준 아이. 이 아이를 비용이 든다 하여 미국에 두고 올 수 없었고. 나의 터닝포인트가 될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나라의 이동, 그리고 새로운 삶 속에 우리 만두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이 펑펑 오는 뉴저지와 뉴욕을 뒤로하고 따스한 햇살이 대부분인 호주에서의 삶을 만두는 꽤나 빠르게 적응했다. 두 살이었던 만두가 이곳 호주에 와서 5살이 되었다.


1140A0D6-743C-4F40-BE8D-C7F60357AAD3.JPG "굿모닝" 하면 꼭 이렇게 무릎에 눕는 버릇이 있는 만두.

5년 동안 만두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내 배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내 통장과 사랑으로 열심히 키웠다. 그런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우리 만두에게서 조금씩 나이 듦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2025년 초부터 만두의 눈두덩이 눈썹이 하얗게 바래기 시작했다. 그걸 발견한 순간,



"아...!"


그저 짧은 충격의 탄식뿐.

강아지의 시간은 인간보다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피부로 와닿진 않았는데. 우리 만두는 왠지 영원히 이대로 있을 것만 같았는데. 가끔 조막만 하던 게 언제 이렇게 공룡만큼 컸지?라고 생각할 때 외에는, 그럴 때는 자랐다고 생각하지 나이 들었다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만두의 나이 듦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내 새끼가 나이를 먹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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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두의 시간을 인지하게 되면서, 종종 눈물이 나곤 했다. 공원에 가면 나이 든 보더콜리나 대형견들이 가끔 보이는데, 공이 눈앞에 떨어져도 지금의 만두만큼 활달하지 못해 그저 공 근처에 가서 냄새를 맡고 입으로 들었다가 놓거나 깨물다가 놓아버리곤 한다. 그런 날은 내가 꼭 우는 날이 되어버린다. 언젠가 나도 저 사람처럼, 나이 든 만두를 데리고 공원에 가서 잘 뛰어노는 강아지들을 보고 슬퍼하겠지? 만두의 옛 시간을 그리워하겠지? 남은 시간이 아까워 붙잡고 싶어 하겠지? 온갖 생각을 하며, 눈물을 훔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꼭 언젠가는 내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날 만두의 털을 빗어주다가, 만두의 털이 동글동글 모아졌다. 2살 만두의 털. 어쩌다 보니 이렇게 파우치에 고이고이 간직하게 되었는데. 간직하고 있길 잘했다 싶다. 이 털을 보관하고 이사를 3번을 했는데, 계속 들고 다니게 된다. 엄마들이 아이를 낳아 배냇 머리카락을 보관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만두를 키우기 전에는 "개털은 모아서 뭐 해"라고 생각했었다. 유치를 보관하는 것도, "더럽게 그걸 왜 모아"라고 생각했던 나인데, 그것들을 내가 다 하고 있다. 무슨 마음으로 이렇게 모으나 나 자신도 모르게 모았던걸 "왜 모았지?" 생각해 보니, 인간보다 짧게 사는 강아지의 수명을 내가 이런 식으로 준비하고 있는가 싶다.


여행 갈 때마다 향수를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어느 연예인도, 그때 그 기억과 감성을 추억하기 위해 여행지마다 가서 향수를 산다고 한다. 그 여행지에서는 늘 그 향수를 뿌리고 다녀서, 시간이 지나 그 향수를 뿌렸을 때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고. 나도 만두의 털뭉치가 그런 거다. 만두의 아기 때를 이런 식으로라도 간직하고 싶은 거다.

만두의 시간을 이 작은 파우치에 물질적으로라도 담아두고 싶었던 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와 만두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나는 조금 더디게 만두는 조금 더 빠르게. 내 수명을 덜어내서 만두의 수명에 붙여줄 수 만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데 가능치 않으니 매일을 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서 쏟는다.


내 모든 걸 다 쏟아내도, 이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될 날에

나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도 후회할 것이란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조금만 덜 후회하게끔. 모든 걸 다 해주고 싶다.시간이 지나, 우리 만두가 날 떠나게 되면 만두의 털뭉치는 다시 나와 만두의 2살 때로 여행을 시켜줄 타임머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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