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이 되어줘서 고마워 정말로.

나의 반짝임을 더 빛나게 해 준 사람

by 뉴새로미

J군과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천천히 서로에게서 잊혀 갔던 것 같다. 나는 뜬금없이 캐나다에서 호주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J군은 미국에서 입시를 열심히 준비하며, 듣기로는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며 지낸다고 했다. 건너 건너 전해 듣고, 가끔 그 시절에 존재하던 싸이월드 염탐을 하기도 했다. 미국과 캐나다가 아닌, 아예 저기 저 지구 반대편으로 동 떨어져 버리니 아예 안부조차 묻지 않으며 지내게 됐다. 어떻게 보면 서로에 대한 배려였을지도, 그저 잊어버리는 게 덜 아프다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나는 사실, 좋은 사람 만나기를 말로는 그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가끔은 나 생각해줬으면 하는 상당히 컸었다.


아직 내가 너에게 소중한 사람이기를, 그렇게 바랬던 것 같다. 우리 추억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하고 빛나는데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나에 대한 기억과 추억들이 덮어지는 게 싫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까지도 연락 없이 지낸다. 서로 비밀에 꽁꽁 싸두며 지내는 사이처럼. 한 다리 건너면 어떻게 사는지, 결혼은 했는지, 예쁘게 잘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지만 나는 굳이 물어보지 않고 있다.

그냥, 지금의 J군은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랄 걸 알기 때문에. 20년 동안 많은 걸 겪으며 변한 나처럼, 너도 그럴 테니까. 그저 예전 찬란했던 서로의 기억들을 추억의 조각들로만 남기고 싶다랄까.



20년이 지났는데, 내 20년은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정말 눈만 감으면, 그때 내가 앉아있던 그 교실, 그 온도, 사춘기를 겪어내고 있는 우리들의 풋풋한 냄새, 사소한 것에도 깔깔거리며 웃던 목소리들이 아직까지도 귀에 맴도는데. 나는 잠깐새에 이렇게 나이를 먹었다. 내가 서른다섯이라니. 내가 누군가의 이모가 되고, 또 길가는 모르는 아이들에겐 누나보다는 아줌마라고 불릴 그런 나이가 되었다니. 놀랄 노자다. 평생 나는 교복 입고, 시험에 쩔쩔매며 첫사랑에 두근거리는 마음 주체 못 하고 사는, 그런 사람일 줄 알았는데.


지금의 J 군은 만나고 싶지 않지만, 만약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퍼센트. 아니, 모든 걸 걸어서라도 돌아가고 싶다, 나의 첫사랑이 있는 그때로.

내 첫사랑이 이렇게 애틋하고 좋았어서, 나는 과거로 돌아가 첫사랑을 만난다던지, 교복 입은 하이틴 드라마류를 엄청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35살이 되어버린 내 모습이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해서 그런 류의 드라마를 기피하게 되었다.


그래도 어찌 되었던,

행복했던 그 추억들을 잊어버리는 게 싫어, 종종 일부러 꺼내보기도 한다. 이무진의 "에피소드"라는 노래의 가사,

"나는 말이야, 버릇이 하나 있어. 그건 매일 잠에 들 시간마다 잘 모아둔 기억 조각들 중 잡히는 걸 집은 후 혼자 조용히 꼬꼬무 "처럼 난 정말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추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건져 그때를 떠올리곤 한다.

그 시절 내가 느낀 몽글몽글하고 핑크빛의 물감이 온 세상에 퍼지는 것 같은 그 느낌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말도 못 하게 행복한 느낌이 든다. 첫사랑, 그 존재가 그 시절 나의 하루하루를 물들여 버렸었다는 게 그리고 그 색들이 너무나도 예쁘고 따뜻했기에 지금 생각해도 내 첫사랑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지금까지도 고마운 존재이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도 J군은 내 인생 한 귀퉁이를 물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한 날, 지치고 힘들 때면 많은 이들이 그렇듯 옛 추억을 곱씹으며 내일을 걸어갈 힘을 얻듯 나 또한 종종 첫사랑 생각을 하며 힘을 내고 웃음 짓는 날이 있다.


첫사랑이란 그런 거다. 지금 당장 나와 함께하거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추억 자체의 힘이 너무나도 커서 앞으로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것.


그래서 너무나도 소중하고 고마운, J군.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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