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봉낙타가 되지 맙시다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별거 아닌 일에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까르르 웃는다. 지우개 하나만 있어도 종이와 연필만 있어도 아이들은 이야기를 만들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다. 어른들은 종이가 있으면 무엇을 할까? 종이에 생각을 적을 수도 있고 간단한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냥 종이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곳이니까 그 정도의 생각을 하고 그 정도의 행동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종이를 주면 아이들은 여러 가지를 한다. 보드게임을 그려서 둘이 게임을 하기도 하고 종이를 접어서 도구를 만들어 게임에 활용하기도 한다.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잘라 소꿉놀이를 하기도 하고 종이로 딱지를 만들거나 구겨서 공을 만들어 놀기도 한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에게 저런 상상력이 있는가? 내 생각이 고정된 것은 없을까? 아이들과 매일 함께하면서 아이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에도 아이들보다 뒤떨어진 상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아이들보다 더 많이 알기 때문은 아닐까. 정보가 없을 때 더 상상력이 자극되곤 하는데 어른들은 경험이 많고 정보가 많다 보니 특정 대상에 대해 생각의 문이 닫힌 경우가 많다.
클로드 부종의 그림책 <파란 의자>를 보면서 이런 고민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다. 그림책에서 에스카르빌과 샤부도는 사막을 걷다가 파란 의자를 발견하게 된다. 의자는 위에 앉는 것으로 생각하고 당연히 위에 앉는다. 하지만 둘은 밑에 들어가서 숨기도 하고 자동차나 비행기 등으로 변신시키기도 하며 책상과 계산대 삼아 가게 놀이를 하기도 한다.
이때 나타난 낙타. 낙타는 인상을 쓴 채 나타나 둘에게 한심하다는 듯 말한다.
“의자는 말이야, 그 위에 앉으라고 있는 거야.”
아이들이 상상에 상상을 더하며 즐거운 놀이에 푹 빠질 때 어른들이 나타나 말한다.
“너희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쓸데없이 이게 다 뭐야?”
“이건 비행기를 만드는 장난감이잖아. 왜 이걸로 가게를 만들고 있어!”
“넌 왜 엉뚱한 짓을 하고 있어?”
이때 아이들의 놀이는 끝이 나고 상상의 날개가 점점 작아진다. 아이들은 그냥 두면 엄청난 상상력을 펼쳐가는데 어른들은 정해진 답을 찾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답을 찾으라고 하고 정해진 방법대로 하라고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하다가 본래의 상상하는 힘을 잃어버린다. 정답은 알게 되지만 기발한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발한 생각, 엉뚱한 생각. 그 길을 막다.
기발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는가? 어릴 적 온갖 생각의 나래를 펴며 즐거웠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 생각들은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게 되고,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며, 또 다른 일에 흥미를 갖게 되기도 한다. 정해진 것 이외의 새로운 생각과 시도들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원래 없던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시도들이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고 세상 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교실에서도 엉뚱한 생각을 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아이들 덕분에 활기가 생긴다. 정해진 답만을 찾고 하라는 대로만 하는 아이들로는 정돈된 분위기는 가능할지언정 색깔 있는 수업을 만들기는 어렵다. 나는 이런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자극받고 변화할 수 있다.
내 아이가 상상을 하거나 엉뚱한 말을 한다고 해도 차단하지 말자. 왜 튀지 않는 아이로 만들려고 하는가. 색깔 있는 아이가 되려면 스스로 많이 생각하게 해야 한다. 그 아이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믿음을 가지고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자. 그리고 아이와 함께 엉뚱함의 세계에 빠져보자.
어쩌면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어른들이 상상력 없고 답답한 단봉낙타 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