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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Dec 16. 2020

학교에서 사랑받는 아이 되는 비법

초등교사가 알려드립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비법~!

아이들은 모두 가정에서 귀한 존재다. 부모님의 축복 속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 속에서 길러져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학교라는 낯선 공간에 처음 발을 딛고 온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을 보면 모두들 설레고 긴장된 느낌이다.

한 가정에서 귀하게 길러진 아이들이기에 교사로서 사랑으로 교육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눈을 보면 참 맑고 순수하다. 어떤 성격의 아이든, 어떤 행동을 하는 아이든 아이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사랑스럽다.

내가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교사가 되고 알았다. 솔직히 교사가 어릴 적 꿈이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교사의 길을 택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웃고 울며 함께 성장하는 삶을 살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또 아이들과 소통하고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여느 교사들과 방식과 내용이 다를 수는 있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교과서가 주가 아닌, 진짜 인생에서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평소 자기 계발을 계속하면서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주면 좋을지 고민한다. 더불어, 나도 한 아이의 엄마다 보니 내 아이라면 어떤 것을 가르쳐줘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여러 해 동안 다양한 아이들을 보면서 ‘이건 내 아이가 꼭 갖추었으면 좋겠다.’싶은 것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내가 학급의 아이들에게 중요하게 가르치는 한 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어쩌면 모두가 아는 것인데 교육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가있는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인사 잘하는 아이가 사랑받는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바르게 인사하기’를 수업 시간에 배운다. 사실 거슬러 가면 유아 시절부터 인사 지도를 받는다. 그런데 왜 새삼 ‘인사’를 배우는 것일까?


'인사' 이야기

“○○야 인사해야지.”

부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며 아이 등과 고개를 살짝 누르면 아이는 그제야 상대방에게 인사를 하곤 한다. 이렇게 몇 번 하면 아이가 알아서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할까? 어린아이들은 친구를 만나도 “안녕?” 하고 인사를 잘하지 않는다. 어른이 먼저 “○○구나, 안녕?”하면 대답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들 속에서 먼저 만나면 인사를 하는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보이는가? 그 아이가 외모가 어떻든, 성격이 어떻든, 나와 가까운 이웃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아이는 플러스의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일단 예쁘고 예의 바른 아이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으면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밝게 웃으며 씩씩하게 인사하는 아이의 목소리는 아침을 행복하게 한다. 이런 인사를 받으면 나 또한 목소리가 한층 높아져 “어서 와~!”하고 반기게 된다. 그런데 반해 교실에 쓱 들어오다가 목만 꾸벅하는 아이, 선생님의 존재를 잊은 채 인사 없이 자리에 앉는 아이, 눈이 마주쳐서 마지못해 인사하는 아이 등도 많다. 이런 아이들의 힘없고 마지못해 하는 인사에는 흥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인사를 먼저 한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먼저 하는 인사가 조금 어색한지 쭈뼛쭈뼛 인사를 한다. 하루 이틀 지나다 보면 아이들은 내가 먼저 하기 전에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선생님이 인사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교사가 먼저 인사하면 어떤가. 유교사상이 남아서인지 어른이 먼저 인사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냥 먼저 본 사람이, 더 반가운 사람이 인사하기 마련이다.


그냥 인사 말고 '기분 좋은' 인사

나는 그냥 인사를 하는 것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 좋은 인사’를 아이들에게 지도하고 싶다. 인사는 한 가지가 아니다. 다양한 종류가 있다. 위에 사례에 나왔듯 목소리 톤과 표정, 인사하는 시점, 말투 등에 따라 인사는 상대방에게 기분 좋은 것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인사해.”

“어른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는 것이 예의야.”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해야 해.”

이런 말들로는 아이들이 기분 좋은 인사를 배우기 어렵다. 그냥 자연스럽게 교사나 부모가 상대방이 되어 밝고 씩씩한 인사를 먼저 건네면 된다. 이것에 익숙해지면 아이들도 그 에너지를 받아 자연스럽게 톤이 올라가고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하게 된다. 

초등학생에게 인사가 왜 중요할까


그냥 인사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는 인사를 하는 것이 왜 좋을까? 상대방의 기분 좋은 반응에 본인 또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내가 좋은 에너지를 상대방에게 건네면 상대방도 그냥 받기만 하지 않고 어떤 형태든 좋은 에너지를 주려고 노력한다. 이는 선순환이 되어 두 사람 간의 관계를 긍정적인 기운으로 감싸게 된다. 그 매개가 되는 것의 기본이 ‘기분 좋은 인사’가 아닐까? 왠지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 왠지 전화하고 싶은 사람은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다.

이것이 우리의 삶 속에 항상 존재하는 것들이기에, ‘아이들이 그런 기술을 알고 있다면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전담 선생님이 우리 반 아이들 수업 분위기가 좋다는 말씀을 하신다. 내가 특별히 뭔가를 지도하거나 아이들을 뒤에서 달달 볶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그 바탕에 우리 반 아이들의 인사가 비결로 자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전담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서면 명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다 같이 한다. “전담 선생님이 오시면 다 같이 큰소리로 인사하세요.”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다만 평소에 기분 좋은 인사를 계속 지도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들이 전담 시간이 되면 그렇게 하고 있었다. 처음 교실을 들어섰을 때 인사하는 반과 그렇지 않은 반은 첫인상부터 다르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분으로 시작한 수업은 더 잘 이루어지게 되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복도에서 지나치는 수많은 아이들 중에 모르는 아이인데도 인사를 하는 아이는 교사들의 눈에 띈다. 그 아이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운동을 잘하든 못하든 그 어떤 것과 상관없이 아이는 참 예의 바르고 멋진 아이로 첫인상을 남기게 된다. 아이를 볼 때 카메라 필터가 예쁘게 변하는 것이다.

교사들의 호감 어린 눈빛과 반응들은 아이에게 자신감을 높이고 인정받는 경험치를 쌓는 기회가 된다. 친구에게도 마찬가지다. 친구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는 친구 관계에서도 호감일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생에게는 성공경험으로 인한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데, 인사만 잘해도 이런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아주 사소하고 쉬운 방법이지 않은가?


평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내 아이에게도 지도하고 있지만 사실 단번에 변하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와 반갑게 인사하고 대화하는 모습, 아이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꼭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넬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이 글을 보는 부모님들도 아이의 인사 지도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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