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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Jan 20. 2021

우리 아이의 방학을 점검해봅시다.

빈둥대는 아이들을 움직이게 할 목표 세우기

 아이들은 겨울방학을 잘 보내고 있을까? 가끔 연락 오는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면 특별한 일 없이 뒹굴뒹굴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좀 더 유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에 같이 생활계획표도 짜고 잘 보이는 데 붙이도록 했지만 스스로 계획을 실천할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나 또한 그랬기에 지금 아이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지만 부모로서 하루 종일 아이들을 바라보면 답답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나 또한 아이가 유치원에 안 가고 집에 있는데 나이도 한 살 더 먹었는데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자꾸 정보를 찾아본다. 긴 시간 영상에 노출되는 아이를 보며 참을성에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속의 부모님 같은 분들은 방학 동안 아이들 스케줄을 촘촘히 짜서 생활할 것이다. 학군 좋기로 유명한 대치동, 목동 등의 지역 부모님들은 선행학습을 위한 시스템에 아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모님들이 코로나로 불안함을 가진 것에 더해 어떻게 방학을 보내야 할지 모른 채 그냥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이 없을 때 불안해진다. 그리고 빈둥대는 아이들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방학이 아직 많이 남았다. 지금 별 계획 없이 방학을 보내고 있다면 남은 기간에 아이들과 어떤 것을 해보면 좋을지 지금쯤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루 24시간 아이들을 통제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하루 할 일을 함께 정하고 그걸 다 끝냈을 때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주면 된다. 자유가 먼저가 아니라 ‘할 일’이 먼저다. 그래야 아이들과의 갈등이 없다. 그리고 기준을 세웠으면 어떤 날이든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 시간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고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과 방학을 맞이할 때 강조한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운동이다. 


방학이 되면, 특히 추운 겨울이 되면 아이들이 활동을 줄이고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19로 바깥 활동이 줄면서 아이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등교일에 학교에서 체육을 하다 보면 작년과 다르게 아이들이 한 경기만 해도 지쳐버렸다. 여러 가지로 체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인 만큼 이번 겨울방학에는 운동을 매일 일과로 삼았으면 한다. 

 체력이 있어야 공부할 때 집중도 할 수 있고 자신감도 생긴다. 단지 기술의 향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과 생활의 기본을 닦기 위해 운동은 필수다.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해봐야 한다. 그냥 “운동해!”라고 하면 실천으로 연결되기 어려우니 아이들과 구체적인 운동 방법을 정해야 한다. 시간, 횟수, 방법까지 말이다. 우리 반 아이들과 방학 계획을 세우면서 나온 계획들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매일 아침에 줄넘기 300번을 한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밥 먹고 나서 발목 줄넘기 200번씩 한다.

매일 저녁 먹고 30분씩 운동장을 걷는다.


 두 번째는 독서다. 


평상시에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책 읽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을 아이들에게 코로나로 인한 가정에서의 시간들, 그리고 방학 기간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현실에서 독서하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책 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과 스마트폰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어른의 어휘력>이라는 책에 인용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책 읽는 뇌>에 미국 신경심리학자 매리언 울프의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고 한다.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 발명이다.’

 사람은 타고난 것이 독서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때 독서가 가능하다.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관심사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이들이 평소에 관심을 가지는 분야를 유심히 살펴보고 그와 관련된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서점에서 구입해보자. 책의 재미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처음부터 1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잡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매일 20분 독서’  정도로 해볼 만하게 목표를 정한 뒤 실천해보도록 조언해주자. 읽다가 재미있어지면 20분이 1시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아이들이 독서를 하는 기반이 된다.


 세 번째는 일기 쓰기다. 


학교 다닐 때 방학 숙제 중 가장 싫었던 것이 일기였다. 방학에는 학교를 가는 것도 아니고 비슷한 일상이 매일 반복되는데 대체 뭘 써야 할지 고민되고 쓰는 것이 귀찮았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 속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를 권할까?  

 아이들이 글을 쓰기 싫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쓸 게 없어서’다. 그런데 과연 쓸거리가 없을까? 어제와 비슷한 오늘 같지만 뭔가는 다른 점이 있다. 날씨도 다르고 하늘의 구름도 다르고 반찬도 다르다. 본 유튜브 영상 내용도 다르고 가족이나 친구와 한 대화도 다르다. 뭘 써야 할지 고민하고 별다른 거 없는 속에서 뭔가를 쥐어짜내며 글로 옮기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주제를 찾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데, 매일 쓰는 일기는 그 연습이 가능한 활동이다.

 또 글을 쓰기 싫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귀찮아서’다. 매일 억지로라도 일기를 쓰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진다. 안 쓰다 쓰려고 하면 막막하고 귀찮지만, 매일 쓰던 아이에게 또 쓰게 하면 ‘귀찮아’가 ‘그 정도쯤이야’로 생각이 달라진다.

 매일 일기 쓰기가 가능하려면 분량에 제한을 두면 안 된다. 그냥 쓰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쓰게 해야 한다. 단, 매일 한 문장만 대충 쓰는 아이에게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그런 아이들에게 세문장 이상을 쓰도록 이야기해준다. 세문장 정도면 아이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으니 시작하기 딱 좋다.


 세 가지를 매일 해도 사실 합치면 2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끝난다. 하루의 할 일을 이 정도만 정해놓아도 아이들은 매일 유익한 시간을 보내면서 자유시간도 가질 수 있다. 부모와 자녀 모두 만족스러운 방학이 될 수 있다. 너무 높은 목표를 잡고 나서 이를 지키지 못해 패배감을 느끼기보다는 성공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실천 가능하면서 중요한 목표를 세웠으면 좋겠다.

 1월 중반에 이른 지금 우리 아이의 방학을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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