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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Apr 01. 2021

임원선거, 꼭 나가야 하나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아침에 출근했더니 한 아이가 저보다 일찍 와있었습니다.

“선생님, 오늘 선거라 너무 떨려요.”

아이의 말에 귀여워서 웃음이 났습니다.

“맞아 떨리지. 준비 많이 했어?”


오늘은 1학기 학급 임원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출마하려고 하는 줄 몰랐는데 떨린다는 말을 들으니 원격수업 기간 동안 기특하게도 연설 준비를 했나 봅니다. 저는 일찍부터 선거 안내를 합니다. 준비를 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학급 임원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이가 학급 임원선거에 꼭 나가봤으면 합니다. 되든 안되든 말입니다.



1. 선거에 나가야 하는 이유

저는 아이들에게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독려합니다. 아주 강력하게 말이에요. 아이들 마음을 생각해보셨나요? 아이들 마음속에는 주목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누구나 있습니다.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부분을 자극하여 이야기합니다.

“누구나 임원에 당선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은 있어. 하지만 망설이고 도전하지 않아서 기회를 놓치곤 해. 하지만 조금만 용기 내서 나가보면 당선이 되든 안 되든 배우는 게 있거든. 망설이다가, 용기 내지 못해서 나가지 않으면 마음 한편에 후회가 들기도 하지. 그래도 나가서 안 되면 후회는 안 할 수 있어. 도전하면 될 확률이 50 프로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0프로야. 선생님은 이런 기회를 너희들이 꼭 잡았으면 좋겠어. 결과는 중요하지 않아. 경험해보면 한 뼘 성장할 수 있어.”


아이들은  진지하게 듣습니다. 그리고 손을 하나씩 들기 시작합니다.


“저는 저를 추천합니다.”  


아이들 마음에 뭔가를 해내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가 때문에 그것을 조금만 건드려줘도 따라오는 아이들이  명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누가 추천해주면 마지못해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심 좋아합니다. 오늘 선거에서  명의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추천했습니다. 이렇게 용기 내본 친구들은 용기 내는  자체에 자신감이 붙어 다음에 어떤 일이 있을 때도 주저하기보다는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갖습니다. 머뭇거리는 표정의 아이들이 용기주는 말을 들은  손을 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이야기해보시면 어떨까요?


오늘 세 명이 아이가 용기를 냈고 그중의 한 아이가 당선이 되어 하루종일 무척 기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당선되지 않은 아이 두 명도 실패한 것만은 아닙니다. 한번 용기 낸 아이들은 다른 일에서도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고 용기를 내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학급을 위해 어떤 일을 할지 연설의 내용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연설하면서 공식적인 말하기 경험도 쌓았습니다. 임원 선거 출마를 안 할 이유가 있나요?


2. 아이들이 망설이는 이유

아이들이 나갈지 말지 망설이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일단 나가보고  되면 어쩔  없다는 마음으로 도전해보면 좋겠는데 실제 많은 아이들이 용기 내지 못합니다.  이유를 들어보면  안타깝습니다.

먼저 자신이 능력 부족이어서가 아니라 학원을 가야 해서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전교회의나 캠페인 활동, 교장선생님과의 간담회 등에 참여해야 하니 귀찮기도 하고 학원 스케줄에 차질이 있어서  된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생활에 여유가 없다 보니 임원선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을 펼치지 못합니다.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엄마입니다. 아이들이 임원선거 나가는데 왜 엄마가 못 나가는 이유냐고요? 학급 임원을 하면 그 아이의 엄마가 학급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은 분들이 하십니다. 그래서 직장 다니는 부모님, 혹은 그런 대표 일을 하기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아이에게 임원선거에 나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아니면 그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지는 않으시지만 엄마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아는 아이가 알아서 안 나가겠다고 말합니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학급회장의 어머니가 학년 대표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학급대표로서 어머니에게 있었던 부담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사실 아이가 당선되는 것과 학급대표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아이가 당선되지 않은 상태로 학급 대표를 하는 것이 내키지 않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어른으로 인해 아이가  꿈을 펼치지 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실패에 대해 걱정합니다.

나를 찍어줄 친구가 없지 않을까?

적은 표를 받아서 창피하면 어쩌지?

누가 선거에 나왔는지,  표로 붙고 떨어졌는지 신경 쓰이겠지만, 사실 그걸 세세히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본인만 신경 쓰는 것이지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세세한 내용에 그다지 관심이 없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학급 임원의 위상이 변한 것에서 이유를 찾을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급 임원에 당선되는 것이 주변 친구들에게서 인정받는 최고의 방법이자 훈장 같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봉사로서의 의미가  크게 느껴지다 보니 중요성에 비해 위상이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망설이는 아이들이 있다면 선거에 꼭 나가보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경험이고 아이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거라 믿습니다. 또 변화의 기점이 되어줄 것입니다.


3. 준비한 자만이 달콤한 열매를 맺는다.

어떤 아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을까요? 평소에 공부도 잘하고 바른 아이가 당선될 확률이 높을까요?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더 영향이 큰 것이 있더라고요. 바로 ‘연설’입니다.

연설을 미리 준비한 아이와 당일에 하는 아이는 내용과 유창성에서 차이가 매우 큽니다. 미리 집에서 어떤 연설을 할지 생각하고 글로 옮겨본 아이, 연설을 여러  읽고 외워서 유창하게 연설을 하는 아이는 결과적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준비된 아이들은 눈빛에 자신감과 준비된 자들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연설 내용과 발표 태도에서 생각보다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괜찮은 회장 후보로 생각하지 않았던 친구도 연설을 멋지게 하면 당선 확률이 크게 올라갑니다. 몇 년 전에 양말을 소품으로 가지고 와서 회장으로서의 각오를 연설했던 아이는 평소 크게 인기 있던 아이가 아님에도 준비된 연설로 회장이 되었습니다. 이런 사례는 꽤 많습니다.

오늘도  명중, 종이에 써서 여러  연설문 말하기를 연습하고  아이가 진지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  점수차로 당선되었습니다. 임원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연설을 미리 준비하길 권합니다.


저는 망설이고 남의 일로만 여기는 아이들이 조금  용기를 내어 임원선거에 도전해보기를 바랍니다. 나가본 자만이, 그리고 당선된 자만이 혹은 당선되지 않은 자만이 경험할  있는 것들이 있고  과정이 아이를 성숙하게 하는데 중요한 맡거름이 됩니다. 나서지 않으면 절대 알지 못할 세계를 경험할  있는 것입니다. 아직 선거를 하지 않았다면 아이가 스스로 나갈 마음을 가질  있도록 독려해줍시다. 일보 전진할 아이를 응원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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