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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Apr 07. 2021

상담주간, 부모와 교사의 줄다리기

상담주간을 현명하게 보내기 위한 부모와 교사의 자세

상담주간입니다. 코로나 19로 방식은 전화상담입니다. 얼굴은 뵙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5학년임에도 많은 분들이 상담을 신청하셨습니다. 보통 고학년은 저학년보다 부모님의 상담 신청이 적은 경향이 있는데 교사와의 대화를 원하는 분이 많으셔서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아이들과 만난 지 한 달여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아이들을 학교에서 온전히 한 달 동안 본 것이 아니기에 아직 아이들에 대한 파악이 완전하지 않습니다. 사실 온전히 학교에서 한 달을 만났어도 아이들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기는 위험한 일입니다. 한 달 동안에도 변화하는 것이 아이들이니까요. 그럼에도 직업상 매년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아이에 대한 판단이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고 비교적 정확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십 년 넘게 지켜본 분들입니다. 사실 아이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상담을 신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모님과 함께 하지 않는 학교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와 학교에서의 모습이 다르지 않을까,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신 것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의 집에서와 학교생활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서 조용한 편이고 발표를 할 때 부끄러움을 많이 타더라고요.”

“어머나 집에서는 전혀 아니에요.” 

집에서 영진이는 언니와 동생에게 소리도 지르고 몸싸움도 하는 말괄량이인데, 학교에서는 숨소리도 내지 않는 조용한 아이입니다. 또 집에서 동생 친구들과 어울려 잘 노는 정현이는 학교에서 친구와 어울리는 게 어려운 소극적인 아이입니다. 엄마에게는 어리광 부리고 애교 많은 서진이도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들을 잘 챙기는 매너 있는 학생입니다. 정말 다르지요?


아이의 진짜 모습을 아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학교에서는 어른스럽게 보이지만 집에서는 마음 여리고 눈물이 많은 아이라는 것을 알면 아이가 학교에서 잘하기 위해 애쓰느라 힘들지는 않을지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집에서 동생이나 동생 친구들과 잘 노는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이가 친구의 사귐을 얼마나 원하고 있을지 공감하고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게 됩니다. 교사와 부모가 아이에 대해 정보를 나누는 것은 아이를 위해 아주 중요합니다. 





교사와 부모는 아이를 둘러싸고 아이를 위해 협력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학부모 상담의 출발이 이런 생각에서 출발해야 올바른 방향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님들께서는 아이를 위한 상담이 아닌, 담임교사에게 비친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는 목적으로 상담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교사에게 아이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있습니다. 교사가 아이의 단점을 발견해서 이야기하면 기분 나빠하신다는 점입니다. 교사들은 아이의 단점을 전하기 위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를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는 것임에도 교사의 관찰력과 판단력이 인정받기보다는 아이의 단점을 말한 담임교사에게 화살이 가곤 합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교사들은 아이에 대해 장점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한쪽이 가려진 정보를 주게 되는 것입니다. 장점이든 단점이든 아이의 특징으로서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잘못된 상담의 방향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부모님이 아이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몇 년 전 제가 맡은 반에 간질 증상을 보인 아이가 있어 크게 놀랐던 적이 있는데 부모님께서는 아이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까 봐 미리 말씀을 안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또 한 아이가 수업 시간에 집중을 전혀 못 하고 활동을 따라오지 못해 지켜보다가 상담 전화를 드렸는데, ‘그럴 리가 없다.’, ‘그런 이야기 처음 듣는다.’라고 하시며 방어적으로 대화를 차단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사실 아이는 누적된 학습부진과 주의력결핍을 겪고 있었음에도 어머님은 그런 내용을 이야기하기가 싫으셨던 것입니다. 아무 문제없다고 하시니 몇 주 더 지켜보게 되었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데, 부모님께서 빨리 아이의 상황을 공유해주셨으면 더 빨리 다른 방법의 교육을 했을 것이었기에 안타까웠습니다.

아이의 어떤 부분을 들키고 싶지 않은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아이의 건강상태, 혹은 정서적인 상태 등은 아이를 위해 반드시 담임교사와 공유해야 합니다.   


담임과 학부모,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저는 담임교사도 교육자로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부모님과 그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정확히 공유해야 아이에 대한 협력이 가능합니다. 좋은 반응을 위해 자신의 할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교사는 인기를 얻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니까요.

부모님도 아이에 대해 누군가 장점만 보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내 아이의 교육에 협력하는 존재로서 교사를 믿고 가능한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가려진 정보로는 교사가 아이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 하며 수많은 변수로 가득한 상황들을 만납니다. 그 속에서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고 아이에게 적시에 적합한 교육을 하려면 아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합니다. 상담할 때 협력자로서의 태도를 가지고 임한다면 아이를 위한 유익한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상담이 아이를 둘러싼 교사와 부모, 두 주체의 협력이 기본임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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