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200일부터

점점 말라죽어가는 우엉이 되는 느낌

by 시골학교 선샌님

사랑은 200일부터라는 말이 있다. 젠장. 그렇다면 나는 사랑을 정말 못한다.


뭐든 3개월을 잘 넘기지 못한다. 카페 알바, 일식점 알바, 의류점 알바, 멕시칸 음식점 알바, 테니스, 배구, 주짓수, 복싱... 등등 모두 3개월의 법칙을 극복하지 못한 것들이다. 3개월이면 알바에 불편한 사람이 생기고, 하기 싫은 일이 늘어나고, 관리자의 눈치가 보인다. 또 운동 3개월 차면 아픈 곳이 생기고 기술을 반복하는 것도 지겹고 어려운 기술은 더욱 멀어만 보인다. 관계는 또 어떤가. 그 사람의 단점이 보이고 꼴 보기 싫은 습관이 생기는 시기가 바로 100일 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100일을 축하하나 보다.


이 일에 권태기가 오기 시작했다. 일을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1년 차부터 권태기가 시작됐다. 3개월 법칙은 극복한 셈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 6명의 아이들, 텅 빈 거리, 열댓 명의 교직원들, 반복되는 대화, 예상가는 학교 일정들. 여기서 멤 멤 돌다가 지루해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할 수 있다. 권태기는 다른 말로 안정기이니.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누군 행복이라고 부른다. 내겐 아무 문제도 없다. 일하고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고, 건강하고,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말라죽어가는 우엉이 되는 느낌은 무엇일까?

새로운 시골 풍경에 설렜던 1년도 잠시, 이젠 반복되는 출근길과 교실이 답답해 뒤엎고 싶은 충동이 든다. 내가 여기 남아 있는 이유는 도시를 가든, 새로운 일을 하든 200일이 지나면 어차피 또 권태를 느낄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랑은 200일부터라고 하지만 내겐 사랑은 200일까지 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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