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우선 크리스마스 교실 꾸미기

by 시골학교 선샌님

우리 반 교실은 휑~했다.


애들은 6명인데다가 북향이라 해가 잘 들지 않는다. 시설은 노후화되어 있고 게다가 난 교실 꾸미기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미술 작품 두어 개 정도를 교실 뒤에 배치하고 나머지 공간은 빈 공간으로 유지했다. 어차피 1년 지나면 다 쓰레기통으로 가는 종이 조각들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전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알록달록한 장식들로 수업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도 좋지 않았다.


겨울이 되니 교실이 더욱 싸늘해보였다. 텅 비어보였다. 뭔가를 해나가기로 결심했으니,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교실 꾸미기를 시작했다. 남은 1개월이라도 교실을 환하게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먼저 크리스마스트리를 데려왔다. 동료 선생님들께서 말리던 일이었다.


"학기 말 되면 후회하실 걸요."

"그걸 다 또 언제 치우고 어디다 보관해? 난 올해에는 트리 안 하려고."

"트리는 정말 처치 불가야. 불가."


크리스마스 고작 하루를 위해 뒤처리하는 것이 나도 썩 내키지 않았다. 원래 트리는커녕 크리스마스 꾸미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귀찮음을 극복하고 트리를 주문해 교실을 꾸몄다.



"우와~~~~~~"

"야아~~~~"

"트리다! 예쁘다!"


애들을 과학 전담 시간에 보내놓고 교실을 트리로 꾸며놨다. 정말 별거 아닌 트리였지만 리본을 달고 전구를 다니 꽤 그럴듯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났다. 교실이 몽글몽글 생기발랄해졌다. 애들이 과학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환호를 하고 기쁨의 춤을 췄다. 원래 저벅저벅 교실로 들어왔던 아이들이었지만 트리 하나로 펄쩍펄쩍 들어왔다.


'맞다, 얘네 초딩이지!'


우리반 아이들의 반응에 힘을 입어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했다. 마찬가지로 동료 선생님들께서 말리던 일이었다.


"우린 한국인이야~외국 기념을 굳이~"

"이벤트 너무 많이 해주면 감사한 줄도 모르고 그게 당연한 줄 알아~"


나는 교사이지 레크리에이션 강사는 아니다. 큰 교육적 목적 없이 오로지 재미를 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진행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파티를 안 할 이유도 많지만 할 이유에 집중하기로 했다. 애들과 즐거움과 추억을 나눈다면 다른 불편함은 감수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안내한 날 6학년 학생이 내게 찾아왔다.


"선생님, 그 파티 꼭 가야 돼요? 안 가면 안 돼요?"


역시나. 뭘 하려고 하면 꼭 사기를 떨어뜨리는 반대 세력이 등장한다. 나도 매우 큰 귀찮음을 극복하고 계획한 일이기에 그 친구의 입장도 이해한다. 순간 내가 괜한 짓을 벌렸나 싶었다. 하지만 파티를 싫어할 친구도 있지만 좋아할 친구들도 있지 않을까? 좋아할 친구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행복한 사람들은 긍정적이다. 할 이유, 안 할 이유 중 할 이유를 선택한다. 함께 할 사람, 멀어져 갈 사람 중 함께할 사람에 집중한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 안 해도 되는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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